뛰어난 풍자가, 뱅스의 고급 유머 속에서 인문학적 배경지식은 덤으로!
존 켄드릭 뱅스의 『하우스보트에서의 인문학 게임(원제 A Houseboat on the Styx)』은 셰익스피어, 노아, 베이컨, 데모스테네스, 사무엘 존슨, 공자, 햄릿, 나폴레옹, 허풍선이 남작, 엘리자베스 여왕, 아담 등을 비롯하여 수십 명의 역사적 인물들과 성경 및 문학 작품 속 인물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마치 12개의 게임을 즐기듯, 각각의 주제에 대해 서로 대화를 주고받는 내용이다. 그리고 이 인물들의 대화가 펼쳐지는 장소는 바로 명계 하데스를 감싸고 흐르는 스틱스강 위에 떠 있는 ‘하우스보트’라는 클럽이다.
그럼 이 인물들은 어떤 열띤 토론을 이어갈까. 이 책을 우리말로 알기 쉽게 옮기고, 독자들이 웃음 포인트를 잃지 않도록 풍부한 주석까지 제공한 옮긴이의 말을 인용해 보면 다음과 같다.
“자, 그렇다면 이름도 고매하신 온갖 인물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무슨 대화를 하는 걸까? 역사적이며 위대한 발자취를 남긴 인물들답게 고상하고 예의 바르게 심도 있는 의견을 주고받는다고 생각하면 단단한 착각이다. 이 책의 저자인 뱅스는 이 유명한 인물들을 다소 ‘도발적’이다 싶을 정도로 풍자하고 희화화시킨다. 덕분에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마치 싸움닭마냥 거침없이 서로에게 인신공격을 퍼부어대기도 하고,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거나, 온갖 잡다하고 황당무계한 이야기들을 늘어놓는다. (중략) 이처럼 이 이야기는 다양한 인물들이 온갖 잡다한 주제로 떠들어대느라 잠시도 쉴 틈이 없다. 등장인물들이 탁구공처럼 통통 튀며 주거니 받거니 하며 거침없이 떠들어 대는 대화들을 읽다 보면 독자들은 어느새 그들의 재기발랄하면서도 풍성한 이야기에 쏙 빠져들게 될 것이다.”
유쾌하지만, 토론의 다양한 주제가 가득 담긴 유머를 게임처럼~!
『하우스보트에서의 인문학 게임』은 제목과 달리 게임은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다. 다만, 다양한 인문학적 토론 주제를 ‘게임’처럼 즐길 수 있게 12장으로 나뉘어 있다. 이른바, ‘게임’은 은유적 표현이다. 우리가 감히 인문학을 ‘게임’처럼 그리고 가볍게, 혹은 재밌게 바라보았던 적이 있었던가. 우리의 고정관념에는 인문학이란 항상 근엄하고, 우리에겐 항상 ‘저 멀리’ 있는 존재였다. 누가 우리에게 이러한 선입견을 심어주었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인문학=딱딱함, 어려움’이라는 고정관념의 벽 속에 갇혀 있다.
하지만 이 책 『하우스보트에서의 인문학 게임』에서는 성경 속에 등장하는 인간의 ‘선과 악’의 근원적 문제라든지, ‘인종 차별 문제’라든지, ‘여성 혐오’에 대한 사회적 문제라든지 등을 아주 유쾌한 유머처럼, 때로는 가벼운 잡담처럼 풀어놓는다. 이건 분명 뛰어난 풍자가인 뱅스 덕분이다. 어떻게 보면 아주 무거운 주제일 수도 있고, 어려운 문제일 수도 있지만 뱅스는 약간은 푼수 끼가 있는 것처럼 역사 속 인물들을 희화화시켜 재밌게 펼쳐 놓는다. 특히 ‘여성 혐오’ 문제는 이 시대 우리에게도 먼 이야기가 아니다. 그러므로 인간의 근원적 문제는 시대와 공간을 뛰어넘는 인간의 본성 안에 포함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인문학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그런데 바로 이 책 『하우스보트에서의 인문학 게임』은 12개의 게임을 하나씩 해치우듯이, 자칫 무거운 토론 주제를 한없이 가볍고 유쾌하게 웃어넘길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아울러 이 책을 통해 뱅스의 이름을 딴 ‘뱅스 판타지(Bangsian Fantasy)’라는 새로운 장르가 생기게 되는데, ‘뱅스 판타지’란 기존의 유명한 사후인물이나 문학 작품 속의 인물들이 등장하는 장르를 일컫는다고 한다. 뱅스의 대표작인 이 책과 더불어, 그의 풍자의 극치가 돋보이는 작품인 『엉망진창 나라의 앨리스』, 그리고 익살미가 넘치는 『내가 만난 유령』을 역시 국내에 소개한 이 책의 기획자 말로 마감한다.
“이 책 『하우스보트에서의 인문학 게임』은 가벼워도 너무 가볍다. 이렇게 가벼워도 되나 싶을 정도로 가볍다. 하지만 이 재미있는 게임 같은 말의 향연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세
계사나 철학자들의 이야기가 시나브로 차곡차곡 독자 여러분의 인문학 지식 저장고에 담길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잡담 같은 수다가 어떤 행간의 의미를 품고 있는지 그 재미도 즐기면서, 뱅스라는 작가가 얼마나 뛰어난 풍자가였는지 알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이 책의 국내 출판 기획자로서 앞으로 우리나라에도 이 귀한 유머 작가인 뱅스의 풍자가 널리 회자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