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서 수많은 사람에게 따스한 위로를 선사한 네온 그래픽,
『밤이 온 당신에게 빛을』
네온사인은 90년대까지만 해도 캄캄한 밤에 환하게 상점 이름을 또렷이 밝혀주었던 장치다. 이전 세대보다 더 캄캄해진 밤을 밝히기 위해 지나간 추억과 같은 네온사인이 21세기에 다시 돌아왔다.
아주 작은 네모난 정사각형. 어둑함이 깔린 이미지에는 그 어둠을 밝혀 주는 한글 네온 글귀가 있다. 네온사인 이미지는 보는 이의 마음마저 환하게 비춘다. 이를 공감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휴대폰에 저장하거나 SNS에 공유하여 다른 이들에게도 빛을 확장했다.
『밤이 온 당신에게 빛을』은 이 빛을 처음으로 밝힌 네온 그래픽 아티스트 김현수 작가의 네온 이미지와 감동적인 글을 모아 엮은 책이다. SNS에 올렸던 네온 이미지 작업과 새로 추가한 작업까지 약 100여 개가 넘는 작품이 더 많은 이들에게 빛을 전달하기 위해 실렸다.
빛은 많은데 세상은 점점 어두워지고 있다
위성으로 본 한국의 밤은 환한 빛으로 가득하다. 실제 캄캄한 밤일지라도 사람이 모인 도심은 마치 한낮 같다. 어느 시대보다도 빛의 혜택을 받는 시대가 온 거다. 하지만 사람들의 마음은 점점 어두워지고 있다. 편리하고 편안할수록 사람의 손길은 줄어들고 인간의 자리가 점점 외곽으로 밀려나고 있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삼포세대도 모자라 집과 경력을 포함한 오포세대까지 왔다가 이제는 더 많은 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N포세대라는 말이 나왔다. 김현수 작가의 네온 이미지와 감성적인 글들은 캄캄함에 지친 세대에게 환한 빛을 전달해준다.
그곳은 당신의 자리가 아니었나 봐요
그보다 빛나는 자리가 기다리니까요
- 217쪽
속력이 빠르기보다는
방향이 바르길 바라요
- 231쪽
초라함의 씨앗도
위대함이 필 거예요.
- 241쪽
그는 이렇게 실패하고 포기하는 일이 많은 청춘에게 아주 짧은 언어로 따스한 위로를, 목표를 상실한 이에게는 바른 방향을, 초라함이 익숙한 이들에게는 자신감을 짧은 네온의 언어로 선사한다.
한눈에 들어오는 따스한 위로, 사랑의 노래
김현수 작가는 어둑한 배경 위로 네온 그래픽 이미지를 만든다. 네온 글귀는 아주 짧고 어두운 배경과 대비되어 한눈에 들어온다. 심지어 그 한 문장의 내용도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는 쉬운 언어다. 그렇지만 마냥 쉽게 쓰고 쉽게 소비하는 SNS상의 흔한 언어와는 다르다. 그의 네온 이미지와 감성적인 글은 두고두고 곱씹을수록 마음을 따스하게 위로하거나 좌절의 상황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달곰한 말로 사랑하는 이와의 행복한 추억을 떠오르게 한다.
보고픈 당신께 미처 하지 못한 말들
오늘 밤 달빛에 마저 담아 전할게요
하고픈 말들이 더 많았는데 오늘도 전부 전하지 못했네요.
어쩔 수 없이 또 밤하늘에 뜬 달에게
당신께 하지 못한 말들을
마저 전해봅니다.
당신이 저 달을 보게 된다면,
달빛이 전해주는 내 진심을 듣게 될 거예요.
곁에 있어 주어 고마워요.
- 29쪽
나와는 좋고
남과는 싫다
손바닥에 손가락으로 글씨를 쓰며 수줍음을 나누는 일
조명 좋은 술집에 마주 앉아 따듯한 눈길에 취하는 일
파란 하늘 아래 예쁜 모습을 찍어 추억으로 남기는 일
서로를 붙잡은 채 사람 많은 곳을 지나가는 일
별 내용 없이도 웃고 통화하며 긴 시간을 보내는 일
함께 있는 시간을 서로의 온기로 가득 채워보는 일
나 아닌 다른 사람과 하면 참 싫기만 한 일.
- 47쪽
밤이 온 당신에게 빛을
『밤이 온 당신에게 빛을』은 나만의 책으로 소장 하고 싶고 많은 이들에게 선물하고 싶어지도록 만들었다. 구성이며 페이지 등 작은 디테일까지 작가가 직접 챙기며 공을 들인 까닭이다.
『밤이 온 당신에게 빛을』은 당신, 밤, 빛 세 파트로 나뉜다. ‘당신’ 파트는 사랑에 빠진 사람들에게, ‘밤’ 파트는 이별이나 실패 상황에 놓인 사람들에게, ‘빛’ 파트에는 어둠이 찾아온 사람들에게 따스한 위로를 전달한다. 구성에 따른 소소한 이미지까지 놓치지 않았다. 초승달로 시작한 ‘당신’ 파트는 ‘밤’ 파트에서 반달이 되고 ‘빛’ 파트에선 꽉 찬 달로 표현된다. 또한, 중간중간 폴라로이드 사진처럼 표현된 이미지에는 독자의 생각을 적어볼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폴라로이드로 표현된 네온 이미지 메시지 카드가 따로 들어가 있어서 SNS의 공유처럼 주변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전달하기에 좋다.
김현수 작가 스스로 힘을 얻기 위해 만들기 시작한 네온 그래픽. 이제는 타인을 비추는 빛이 되었다. 이 빛이 이제 어디로 갈지 예측할 수 없다. 실연을 당한 사람일 수도, 수많은 실패의 경험으로 삶을 내려놓은 사람일 수도 있다. 책을 읽고 위로를 받았다면 주변도 한번 돌아보길 바란다. 이전에 보지 못했던 네온 빛이 필요한 누군가가 보이지 않는가? 그럴 땐 망설이지 말고 『밤이 온 당신에게 빛을』을 건네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