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아들아, 그동안 왜 발버둥치지 않았니? 못하겠다고, 왜 몸부림 한 번 치지 않았어?”라며 참회의 눈물을 쏟은 학부모의 솔직한 자기고백서이기도 하다.
저자 최준영씨는 ‘대치동 엄마’가 아닌 ‘아빠 매니저’라는 점만 다를 뿐, 영재 아들을 위해 자신이 가진 능력을 아낌없이 투자했고, 아들 최정혁 군은 승승장구했다. 해외 지사로 발령 난 아빠를 따라 간 영국, 미국에서 수학 영재의 길을 걷더니 국내 최연소 토플 만점, 한국인 최초 미국 수능시험 ACT 만점이라는 기록으로 화제의 인물이 됐다. 그런 이유로 정혁군과 부모의 교육 방식이 국내 언론에 자세히 소개되기도 했다. 정혁 군은 원하는 미국대학에도 진학하여 수학 천재의 삶을 살아가기로 선택했다.
그 과정에 아버지의 스파르타식 관리가 개입된 것은 당연했다. 아들의 소극적인 성격조차 뜯어고치려 했던 아버지는 독일 파견 근무로 인해 아들과 떨어져 지내는 동안에도 원격으로 아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관리했다. 이메일로 아들에게 과제를 주고, 일과를 감시하는(?) 일에 보람을 느꼈다. 미국 유학생활 중에도 아들은 아버지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철저하게 관리당한 천재 아들은 스스로 결정하고 어려운 일을 헤쳐 나가야 하는 현실 앞에서 당황했다. 몸만 독립했을 뿐 정신적으로 독립하지 못했던 것이다. 대학원 진학을 포기하고 귀국한 아들의 모습에 아빠는 충격을 받았다. 가족들과 눈도 못 맞추고, 극심한 대인 기피증과 우울증, 틱 장애 증상을 보이는 아들. 아들을 영재로 키웠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었고, 그 아들이 수학 분야에서 이름난 교수나 학자가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아빠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모습이었다.
그에게 더 충격적인 것은 심리상담 결과, 아들이 그렇게 된 게 바로 자신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이 책은 그 충격에서 벗어나 뒤늦게 아들과 소통하고, 아들이 진짜 원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열어준 자칭 ‘육식동물 아빠’의 참회록이다.
이 책은 1부와 2부로 나누어, 구성되었다.
1부에서는 백 점짜리 아들과 치열한 경쟁 사회 속에서 만들어진 육식동물 아빠와의 아름답고도 한편 가슴 아픈 동행을 기록하였다. 아빠가 초식동물에서 육식동물로 진화한 배경을 시작으로 아들의 학습매니저가 되어 경험했던 얘기들을 연대기식으로 꾸몄다. 기쁨, 성공, 희망 등 행복했던 순간들과 함께 불안, 아픔, 실망 등 그늘진 얘기들도 공개한다.
2부에서는 육식동물 아빠가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어떻게 변신하며 살아왔는지, 변화의 과정과 그 과정에서 우려낸 삶의 진수들을 회상의 형식으로 풀어놓았다. 아울러 저자가 대기업 생활에서 경험했던 잊지 못할 소중한 순간들을 그려냈다. 그리고 직장 은퇴 이후 나의 삶을 조망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