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론가 가고 있는
이 순간만큼 행복한 게 있을까?”
떠나보면 알 수 있는 새로운 나와의 추억
이 책 『기억하지 않으면 없던 일이 될까봐』에는 저자가 여행지에서 경험한 무수한 순간들 가운데 가장 간직하고 싶은 행복한 기억들을 모았다. 세계를 몇 바퀴나 돌고, 수백 개의 도시를 경험한 그가 말하는 여행의 행복은 무엇일까? 리스본, 파리, 방콕, 호이안, 부쿠레슈티, 시탕, 소피아, 크라쿠프, 달랏, 양곤 등 서로 다른 공간과 시간 속에서 그는 여행이 아니었다면 만나지 못했을 자기 자신과 세계와의 추억을 차근차근 들려준다.
리비아 사막 한가운데 선 그는 모래바다와 하늘, 구름의 벌렁거림을 느끼던 수행자였고, 리스본 게스트하우스에서는 떠난다는 것만으로도 마냥 신나는 백수 여행자였다. 루마니아 쿠레슈티와 소피아에서는 망한 공산주의 국가를 바라보는 사회학자였고, 인도와 예루살렘에서는 꿈과 현실을 고민하는 반쪽자리 방랑자였다. 또 오키나와에서는 남쪽으로 튀고만 싶은 비현실주의자,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대지 위에 키스하는 『죄와벌』의 주인공 라스콜리니코프였다. 파리 유스호스텔의 털보 아저씨, 메콩강에 취한 낭만주의자, 루마니아 절도범들의 친구, 소원을 적은 쪽지를 스털링의 아무도 모르는 곳에 숨기는 로맨티시스트. 모두 다 그였다.
그런데 이렇게 여행의 기억을 하나둘 풀어놓다 보니 여행할 때는 미처 알지 못했던 감정들과 사실들이 새로이 솟아올랐다. 과거의 기억이 지금의 나와 만나 만들어내는 또 다른 세계. 그것은 오래전 추억들이 주는 여행의 또 다른 선물이었다.
과거의 기억은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현재의 내가 불러낸 세계이며 그것은 미래를 열어가는 힘이다. 옛 기억들을 글로 불러내면서 그것을 경험했다. 낡은 외투 같은 옛 이야기들의 먼지를 털고, 밝은 햇살 앞에 드러내 다듬는 가운데 새로운 시간이 열렸다. 글을 쓰는 동안, 행복한 기억들이 “나 여기 있어요!’ 하며 자꾸 솟구쳐 올라 행복했다. _p. 07
기억의 틈, 문장 사이로 전해오는
선명한 그 날의 행복
그의 글은 모호한 감성이 아니라 밀도 있는 이야기로 우리를 안내한다. 그래서 그날 그곳의 온도와 분위기, 풍경과 냄새가 흐리멍덩하지 않고 진하게 전해진다. 목적 없이 현지의 일상을 가만히 관찰하고 만나는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나누는 감정, 사색 자체를 순수하게 즐기며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돌아보는 모습, 시공의 틈 속에서 자신만의 감수성이 찾아낸 대상에 안식하는 그의 시간들을 따라가다 보면 여행밖에 몰랐던 오래된 여행자가 느낀 행복이 가슴속으로 밀려들어 온다. 그리고 페이지를 덮을 때 그처럼 잊고 있던, 지난날 우리가 떠나가고 떠나왔던 추억들이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새로운 모습으로 펼쳐진다.
우리는 과거와 미래를 통해서 세상을 인식하기에 마음에는 추억과 꿈만 남는다. 그러니, 추억과 꿈이란 얼마나 소중한가. 좋은 추억과 좋은 꿈으로 마음을 바로 세워야겠다. 그렇게 마음속에 행복한 세계를 만들어야겠다. 그 힘으로 현재를 힘차게 살아가야겠다. 삶이 어디로 가든 ‘살아 있다!’라는 희열만 느끼면 된다. 그 이상은 바랄 것이 없다._p. 2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