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맥주 탐닉기>는 이런 책입니다.
* 맥주를 마시는 시간에 대해서 생각해 봅니다.
혼밥의 시대는 어쩔 수 없이 혼술의 시대이기도 합니다.
하루를 마감하고 동네 마트나 편의점에 들러 맥주 몇 캔을 흰색 비닐봉투에 담아 달랑거리며 자기의 방으로 찾아가는 풍경은 우리 시대 거의 모두의 뒷모습입니다. <세계 맥주 탐닉기>는 그런 밤의 풍경을 조금 더 시원하고 경쾌하게 만들어 줍니다. 자기의 방으로 돌아가 딸깍 맥주 캔을 따는 순간 우리는 일본으로 싱가포르로 체코로 미국과 뉴질랜드로 또 하나의 ‘내방여행’을 떠날 수 있습니다.
** 사람들은 어떤 기준으로 맥주를 고를까요? 익숙한 맥주, 아는 맥주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누군가 와인처럼 테이스팅 노트의 기준을 제시하고 알기 쉽게 가이드 해준다면 맥주가 진열된 매대 앞에서 조금 덜 고민할 텐데요. 이 책은 그런 아쉬움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대형마트에 빼곡하게 전시되어 있는 맥주들에 대한 성실하고 방대한 기록은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입니다. “나는 이런 스타일의 맥주가 좋아!”라고 말할 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맥주 한 병 한 병의 맛을 기억하고 기록했습니다. 맥주를 고를 때면 언제라도 떠오르는 오래된 친구 같은 책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마시고 또 메모하기를 반복했습니다.
*** 책을 읽는 동안 곁에 맥주 한잔이 놓여 있다면 더 없이 좋을 텐데, 우선 간단한 팁부터 먼저 소개합니다. 맥주는 차갑게! 대부분의 경우 틀리지 않은 얘기이지만, 맥주에도 ‘정도껏’의 원칙이 적용돼야 합니다. 너무 차가운 맥주는 맥주 고유의 풍미를 전혀 느낄 수 없게 만들어준답니다. 알코올에 취하기 전에 먼저 맥주 저마다의 풍미에 기분 좋게 젖어들어야 할 텐데, 보통 라거를 에일보다 조금 더 차갑게 마셔야 청량감이 살아나면서 맛도 훨씬 풍요롭게 느껴집니다. 에일은 라거보다는 조금 더 높은 온도에서 즐길 대 그 풍부한 향을 음미하기에 적당하고요. 일반적으로 가정에서 맥주를 냉장고에 보관할 텐데, 라거 맥주는 너무 차다 싶은 정도가 아니면 좋고, 에일은 마시기 전에 냉장고에서 잠깐 꺼내두었다 마시면 좋습니다. 그 ‘감’은 자기의 입맛에 맞도록 경험으로 체득해야 할 테고요.
조금 더 디테일하게 팁을 드리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기억해주세요!
라이트 라거는, 5~7도
페일라거, 필스너, 벨지안 화이트는 6~9도
바이젠 10~12도
페일에일, IPA, 브라운 에일, 포터, 스타우트는 11~13도
벨지안 두벨, 임페리얼 스타우트는 14~16도
**** <세계 맥주 탐닉기>에는 별책부록으로 테이스팅 노트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맛을 글로 배울 수는 없는 일입니다. 세상의 다양한 맛들을 몇 가지 단어로 설명하긴 정말 어려우니까요. 이 책의 맛은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맛입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독자들이 완성하는 미묘하게 서로 다른 맛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테이스팅 노트는 그래서 이 책의 절반을 완성하게 될 것입니다. 맛은 공유될 때 더 풍요로워질 테고, 그 공유가 이 책을 온전한 하나의 책으로 만들어 줄 것입니다.
***** 자, 이제 맥주로 떠나는 세계 여행을 시작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