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자 서문
저자이신 야마모토(山本晃一) 박사님은 거의 100년의 역사를 지니며 건설 신기술 개발의 요람인 건설성 토목연구소(현 국토교통성 국토기술정책총합연구소와 국립연구개발법인 토목연구소의 전신)에 근무하시면서 쓰쿠바(筑波) 대학교 교수직으로도 겸직하셨다. 우리나라 하천분야 실무에서도 많이 이용되는 일본의 ‘하천사방기술기준’, ‘호안․수제 계획․설계’ 등이 바로 저자의 주도로 집필한 것이다.
이렇듯 하천 현장기술에 정통하신 저자께서 1994년에 출간한 ‘충적하천학’과 이후의 조사․연구 성과를 추가하여 발간한 ‘구조 충적하천학(2004)’은 공학을 비롯하여 지형학, 생태학 분야의 전문가한테도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하천의 참 모습을 바라보는 시각을 크게 넓혔고 다학제 사이 징검다리를 놓았다는 호평이 뒤따랐다. 공직에서 물러나 하천환경관리재단(현 하천재단)으로 자리를 옮기시고도 특이 하천을 찾아 현장 중심으로 조사․검증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셨다. 여기서 새롭게 터득하신 지견을 포함하는 등 그동안의 연구 성과를 집대성하여 완성한 ‘충적하천:구조와 동태(2010)’를 발간하셨는데, 이는 현재 일본 하천기술자에게 필독서로 자리잡았고 해외에도 소개된 상황이다.
사실 저자께서는 제 박사학위 지도교수님이시다. 이런 관계를 잘 알고서 국내에서는 하천현장을 중심으로 한 독창적인 전문기술서가 드문 것을 안타까워하던 우리나라 여러 하천분야 전문가로부터 이 책의 번역․출판해달라는 꾸준한 요청을 거절할 수 없었다. 또한 역자가 이미 국내의 하천기본계획에 ‘하도특성’으로 부분적으로 도입하기는 하였지만, 이동상 수리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완성본의 번역 출판을 계기로 우리나라 하천에 걸맞는 바람직한 평가는 물론 하천 기술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없지 않았다. 그래서 저자와 상의하에 ‘충적하천:구조와 동태’를 ‘충적하천학’으로 표제를 붙여 우리나라에 번역․출간하기에 이르렀다.
본 서에서는 저비용의 하천관리에 입각하면서 생태환경과 조화를 도모할 수 있도록 유사수리학을 비롯하여 하천지형학적 관점에서 미래지향적인 하천관리 기술을 다루고 있다. 저자는 하상변동에서 수치모델로 바탕을 둔 안정하도 개념에 집착하는 것만으로는 하천의 참모습을 예측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시․공간적으로 변화하는 그 모습에 대한 법칙성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또한 하천 기술이 하상재료의 거동과 분포 특성까지 고려해 생태환경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따라서 이 책의 활용 가치는 친자연 하천관리의 기술개발과 정책을 지향하는 우리나라에서도 점차 커질 것이다.
본 역서에는 하천에 관계하는 여러 분야의 내용이 담겨 있어 다른 분야의 전문가한테는 다소 생경한 용어라 느낄 부분이 많을 것이다. 그래서 전문용어 번역에 특히 많은 관심을 기울였고 필요에 따라 역주를 달아 보충 설명하였다. 일본 하천을 주로 연구대상으로 삼았기에 일본 지명과 인명이 많이 등장하지만,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인명과 지명이 반복되더라도 가능한 현지 발음과 한자를 병기하였다. 하천명 이외 고유명사로 사용되는 바다 명, 산 이름, 호수 명, 만 이름은 ‘아리아케 해(有明海)’와 같이 橋, 海, 山, 湖, 灣는 현지 발음으로 표기 하지 않고 한자음을 그대로 표기하였다. 지방정부 명칭(都道府県, 市郡町村)도 가능한 이와 마찬가지로 표기하였다. 다만 일반 시설물(교량, 보, 운하, 제방 등)과 일반 지형(해안 등)은 별도로 한자로 표기하지 않았다. 번역하는 과정에서 일본식 전문용어와 표현들은 가능한 우리말 순화어로 번역하고 한글맞춤법에 어긋나지 않도록 노력하였다. 하지만 본 역서가 어디까지나 전문 기술서적이여서 유사수리학적 의미가 담겨 있는 하상재료 입자 명칭과 전문용어를 우리말로 순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특히 유사수리학에서 하상재료 입자명은 유사거동을 기술할 때 민감한 부분이라 일본 유사수리학에서 사용하는 하상재료 입자의 한자명칭과 함께 표기했으며, 같은 문장에서 반복될 때는 한자를 생략하기도 하였다. 우리나라의 하상재료 분류법과 비교할 수 있도록 4장에 한국, 일본, 미국에서 사용하는 입자 명칭을 표에 명기해 두었다.
역자는 저자이신 지도교수님의 안내와 지도하에 지형학자, 생태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교류하면서 개별하천을 위한 현장 조사․평가 활동에 함께 두루 참여한 바가 있다. 다학제 간 산학연의 첫 대형 공동연구그룹인 ‘하천생태학술연구회’에도 참가할 기회를 가졌다. 최근 일본에서 자주 인용되는 ‘하천식생천이모델’이 바로 이때 저자의 지도하에 역자가 개발한 것이다. 하천 현장에 서서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현장에서 답을 찾으라고 하시면서 오로지 현장기술을 강조하신 선생님의 가르침에 대한 감사에 대해 본 역서의 출판으로 작으나마 보답하고 싶다.
2018년 2월
이삼희(李參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