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파는 사상의 빈곤, 좌파는 사상의 과잉
지은이 허화평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상(思想)에 대해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했다. 그것은 우파가 왜 좌파에게 밀려왔느냐에 대한 나름의 진단이기도 했다. 우파는 왜 좌파에게 밀려왔을까? 좌파는 아주 조잡한 사상과 이론이지만 그나마 있는데, 우파는 그런 사상과 이론마저 없다는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더 분명하게 이야기하자면 우파는 사상의 절대 빈곤, 좌파는 조잡하나마 사상의 과잉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현실이 개선되지 않고 계속되는 것이 문제다. 우파는 지금도 여전히 사상과 이론을 아주 등한시한다. 사상이 없고 빈곤하다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라, 사상의 중요성을 전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사상과 이론을 등한시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는 것이다.
자유주의자 허화평의 소신 발언
“2016년의 대한민국은 어떤 사회인가?”
2016년 12월 허화평은 이런 질문을 던지면서 『사상의 빈곤』이라는 책을 펴냈다. 좌익과 우익, 좌파와 우파, 보수주의자와 진보주의자가 치열하게 다투는 사회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진면목을 내보이면서 담론을 이끄는 사상가를 찾아보기는 어렵다는 안타까움과 함께 자유주의자로서의 소신 발언을 밝힌 책이었다.
광복과 정부수립을 거쳐 전쟁까지 치르는 격동의 시기를 지나 왔음에도 여전히 올바른 사상의 기반 위에서 국가와 민족의 이정표를 설정하지 못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앞날을 걱정하는 충정(衷情)이 오롯한 『사상의 빈곤』에 이어 이번에 출간하는 『우리 시대 모순과 상식』은 더욱 심화된 사유의 결과인 동시에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자유주의 사상가 허화평의 역작이다.
지은이는 『사상의 빈곤』에서와 마찬가지로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자본주의 사상이 보편적인 인류 문화와 역사에 뿌리가 닿아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자유주의 사상이 가장 모범적인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 미국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대한민국이 지향해야 할 미래의 좌표를 설정해야 한다는 신념을 제시하고 있다.
개헌의 이정표에 대한 가장 확실한 대안을 제시하다
지은이 허화평을 ‘5공의 설계자’라고 일컫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는 5공의 혜택을 받은 사람은 아니다. 오히려 개혁적 입장 때문에 정권으로부터 추방당하다시피 미국으로 건너가 헤리티지 재단에서 자유민주주의에 입각한 보수주의를 깊이 연구했던 사람이다. 따라서 2016년의 『사상의 빈곤』과 이번의 『우리 시대 모순과 상식』은 허화평이 사상가로서 대한민국의 미래와 진로에 대해 피력하는 정제된 의견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대통령 탄핵(彈劾)으로 집권한 문재인 정부에서 주도하는 개헌의 위험성을 경계하는 동시에 대한민국의 백년지계가 되어야 할 개헌의 합리적인 방안과 올바른 방향에 대한 가장 구체적이고 확실하며 대한민국과 국민의 이익에 부합하는 과정이 어떤 것인지, 우리 국민은 어떤 생각으로 어떻게 행동하고 실천해야 할 것인지 심사숙고할 수 있는 화두(話頭)를 던지고 있다. 다시 말해 이 책은 “지도력의 위기 상황에서 사상이 빈곤한 텅 빈 머리로 어떻게 미래를 준비할 것인가?”를 묻는 자유주의 사상가 허화평의 긴급동의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