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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을 먹는 사람들

어둠을 먹는 사람들 알마 시그눔

  • 리처드로이드패리
  • |
  • 알마
  • |
  • 2018-02-26 출간
  • |
  • 560페이지
  • |
  • 140 X 225 mm
  • |
  • ISBN 9791159921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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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10년에 걸친 취재를 통해 범죄 너머의 심층까지 집요하게 파고든 논픽션
리처드 로이드 패리의 범죄 논픽션 《어둠을 먹는 사람들》이 알마에서 출간됐다. 《어둠을 먹는 사람들》은 2000년 7월 도쿄에서 발생한 영국 여성 루시 블랙맨 실종 사건을 추적한 르포르타주다. 루시 블랙맨은 실종 이듬해인 2001년 토막 난 사체로 발견되었고, 범인은 체포됐다. 그러나 저자는 세간에 알려진 것 이면에 꺼림칙한 무언가가 있음을 감지하고 10년에 걸쳐 집요하게 사건의 수수께끼를 벗기는 작업에 몰두한다. 사건과 관계된 거의 모든 인물을 만나 장기간 인터뷰를 진행하고, 피해자와 가해자의 일생을 추적하는 것은 물론 그들의 삶에 영향을 미친 역사적 배경까지 파고든다. 이 과정에서 일본 풍속 산업의 기괴한 실태, 일본의 어두운 과거와 이방인들의 분열된 삶, 관료 조직의 무능과 안일함 등 한 여성의 비극을 넘어서는 거대한 배경이 서서히 드러난다.
국제적 이슈가 된 일본 내 영국인 호스티스 실종 사건
2000년 7월 1일, 21세기 첫 번째 해의 한복판에서 기이한 실종 사건이 발생한다. 사건 발생지는 도쿄, 실종자는 21세의 영국인 여성 루시 블랙맨. 롯폰기에서 호스티스로 일하던 루시는 손님의 전화를 받고 숙소를 나간 뒤 모습을 감춘다. 루시가 사라진 다음 날 루시의 친구 루이스에게 낯선 남자의 전화가 걸려 온다. “저는 다카기 아키라라고 합니다…. 루시는 제 스승님을 따라 종교 단체에 들어갔으며, 다시는 돌아가지 않을 겁니다.”
2000년은 옴진리교가 도쿄 지하철에 사린가스를 살포한 지 5년째 되는 해였다. 소식을 접한 가족들이 도쿄로 날아와 경찰을 찾아가지만 싸늘한 무관심만 돌아올 뿐이다. 블랙맨 가족은 사건을 공론화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과 영국의 대중, 정치인, 그리고 납치범 혹은 ‘종교 단체’를 향해 도움을 호소한다. 때마침 오키나와에서 G8 정상회담이 개최되고 토니 블레어 총리에게 가족의 호소가 닿으면서 사건은 국제적인 이슈가 된다. ‘물장사’ 업종의 종사자가 종적을 감춘 그저 그런 일이 될 뻔한 사건이 일본 정부의 자존심이 걸린 과제로 격상한 것이다.
〈더타임스〉 도쿄 주재 아시아 특파원인 저자 리처드 로이드 패리는 처음에는 자국민 실종 사건이라는 측면에서 이 사건에 접근한다. 그러나 취재를 거듭할수록 의문이 깊어가고 석연치 않은 점들이 잇달아 포착되자 본격적으로 사건의 전모를 조명하는 작업을 시작한다. 세계에서 가장 평화로운 도시 도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좋은 교육을 받은 중산층 백인 여성들은 어째서 일본 유흥가로 향하고 있는가? 호스티스라는 직업은 어떤 메커니즘 위에 존재하는 것인가? 서구에 비해 경탄할 만큼 낮은 일본의 강력범죄 발생률과 경찰 조직의 무능함이 어떻게 양립할 수 있는 것인가?
취재가 진행되던 2001년 2월에 루시의 행방이 밝혀진다. 루시는 실종 직후 살해되어 해안 동굴에 토막 난 채로 암매장되었다. 일본 경찰은 부동산업자인 48세 남성 오바라 조지를 체포한다. 이제 패리의 관심은 용의자 오바라와 그의 배경으로 향한다. 오바라 조지의 한국 이름은 김성종, 부산 출신 부모에게서 태어난 재일 조선인 2세다. 패리는 김 씨 부부가 부산을 떠나 오사카에 정착한 뒤 부를 축적한 과정, 부부 슬하 네 형제의 인생 궤적, 전도유망했던 김성종-오바라의 유년기, 수수께끼 같은 오바라 부친의 죽음, 오바라가 성과 이름을 갈아 치우며 정체성을 바꾼 방식 등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재일 조선인 출신으로 부를 거머쥔 중년 남성과, 빚을 갚기 위해 도쿄에 발을 디딘 서양인 여성의 인생이 어떤 식으로 마주쳐 비극으로 귀결된 것일까?

“후일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올 경우, 경찰은 그 점에서 유죄입니다.”
경찰 조사를 통해 오바라가 수많은 여성들을 강간했으며 그중 일부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대중은 범인인 오바라뿐 아니라 피해 여성들에게도 비난을 던진다. 낯선 남자의 아파트까지 따라 들어간 것은 성관계에 동의했다는 표시가 아닌가? 어쨌거나 그들이 택한 호스티스라는 직업이 떳떳하지 못한 것은 사실 아닌가? 비난의 화살은 피해자의 가족에게까지 향한다. 사람들은 루시의 아버지와 여동생이 슬픔에 빠져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대신 적극적으로 미디어를 이용하고 이미지를 연출해 관심을 끌려고 하는 것에 의심의 눈길을 보낸다. 그들은 루시 부모의 이혼 경위를 까발리고, 루시의 가족이 자원봉사자들의 선의를 악용했다고 매도하는 한편 오바라가 제시한 거액의 배상금을 받아들였다고 저주한다.
저자 리처드 로이드 패리는 이와 같은 대중의 반응이 도덕적 우월감을 내세움으로써 자신의 안전을 확인하고 싶은 욕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석한다. 그는 사건 외부에 있는 사람 그 누구에게도 당사자들을 심판할 권리가 없음을 강조하며 루시의 생애를 하나하나 복원한다. 그리고 각자의 삶을 통해 루시를 추모하고자 하는 가족과 친구들의 목소리를 모음으로써 하나의 세계가 완전히 파괴되었음을,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저 애도하고 기억하는 것뿐임을 알린다.

루시가 실종되고 몇 주가 지나자 수많은 이들이 루시의 이름을 들었고 신문과 방송에 보도된 실종자 포스터를 통해 앨리스를 연상시키는 얼굴을 보았다. 그들에게 루시는 희생자였다. 그녀는 이국땅에서 처참한 종말을 맞이한 젊은 여성이라는, 특정 피해자 부류를 대표하는 상징이 되었다.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나는 죽기 전까지 다채롭고 사랑스럽게 일상을 살던 여인의 위상을 복원함으로써 루시 블랙맨과 그녀의 평판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탤 수 있기를 희망했다. (29쪽)

한편으로 저자는 일본 경찰이 오바라에게 피해를 입은 호스티스들의 고발에 진작 귀를 기울였더라면 루시 같은 피해자가 나오는 것을 막을 수 있었을 거라고 지적한다. 루시가 살해되기 몇 년 전 호주 여성 카리타 리지웨이가 오바라에 의해 죽음을 맞았고, 오바라에게 강간당한 여성들 중 일부가 경찰을 찾아 피해 사실을 고발한 바 있었다. 그럼에도 경찰은 그들이 외국인이거나 혹은 ‘불건전한’ 업종에 종사하고 있다는 이유로 관심을 갖지 않았고 결국 비극을 초래하고 말았다. 피해자 루시의 아버지 팀 블랙맨은 이렇게 호소한다. “이 점에서 경찰은 루시의 실종에 대해 유죄입니다. 후일 또 다른 여성 피해자가 납치 후 강간 혹은 살해될 경우, 경찰과 출입국관리국은 그 범죄에 대해서도 유죄입니다.”
저자 리처드 로이드 패리는 간토대지진 직후의 조선인 대학살에서부터 2000년의 영국인 여성 실종, 용의자 검거 후 재판에 이르기까지 사건의 전모를 아우르며 사회의 음지에 돋아난 ‘뒤틀린 검은 나무’를 그리고자 한다. 결코 쉽지 않은 과업이었으나 이렇게 탄생한 《어둠을 먹는 사람들》로 저자는 죽음 이후에도 오해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루시 블랙맨의 명예를 회복하는 데 성공한다.
루시는 행복해지기를 소망하고, 사랑을 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던 우리 중의 한 사람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독자는 우리 자신이 루시에 대한 책임감을 나누어 가져야 할 공동체의 일부라고 느끼게 될 것이다. 《어둠을 먹는 사람들》은 르포르타주의 소임을 훌륭하게 완수한 역작이다.


●루시 블랙맨 사건 일지

2000년 7월 1일:
도쿄 롯폰기 호스티스 클럽에서 일하던 영국 켄트 주 세븐오크스 출신의 21세 여성 루시 블랙맨 실종
7월 2일: 다카기 아키라라는 남자가 루시의 친구 루이스에게 전화해 루시가 종교 단체에 가입했으며 다시는 볼 수 없을 것이라고 통보
7월 13일: 루시의 아버지 팀 블랙맨, 도쿄에서 기자회견
7월 21일: 토니 블레어 총리가 도쿄에서 블랙맨 가족을 만나 G8 정상회담에서 루시 실종 사건 해결을 촉구할 것을 약속
8월 1일: 아자부 경찰서에 자신이 루시라고 주장하는 이의 편지가 도착
10월 11일: 경찰, 48세의 부동산 개발업자 오바라 조지에 대한 조사 착수
2001년 2월 9일:
오바라의 별장 근처 해안 동굴에서 루시 블랙맨의 토막 난 사체 발견
3월 30일: 켄트에서 루시의 장례식 거행
4월 6일: 경찰, 루시 블랙맨 살해 혐의로 오바라 조지 체포
2002년 10월 10일:
루시 블랙맨 강간 살해와 사체 유기, 호주 출신 호스티스 카리타 리지웨이 살해 혐의, 그 밖의 8건의 강간 혐의로 기소된 오바라 조지에 대한 재판 시작
2005년 3월 23일:
루시의 유해가 시신 발견 후 4년 만에 매장됨
2007년 4월 24일:
카리타 리지웨이 강간 치사 및 8건의 강간 혐의에 대해 오바라 조지에게 종신형 선고. 루시 블랙맨의 죽음에 대해서는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 판결. 검찰과 피고 양측 모두 도쿄 고등법원에 항소
2008년 12월 16일:
루시 블랙맨 사체 유기 및 훼손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

-2010년 12월: 일본 대법원이 오바라의 항소 기각. 종신형 확정

[책속으로 추가]
팀이 대로를 따라 늘어선 전봇대에 포스터를 붙이고 있는데 경찰이 오더니 불법이라며 단호히 저지했다. 팀에게 당장 포스터를 떼지 않으면 나중에 경찰이 다 떼겠다고 했다.
“안 됩니다.” 팀이 하소연했다.
“협조 부탁합니다.” 경찰관이 말했다.
팀은 고개를 젓고 양 손목을 모아 내밀며 체포하라고 했다.
경찰은 걸음을 옮기며 고함을 질렀다. 팀이 전단지를 들고 옆에 있는 전봇대로 갔다. 그런데 거기엔 이미 작은 전단지가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반쯤 벗은 여자 사진, ‘패션 헬스 팔러’, ‘솝 랜드’, ‘애스테틱 살롱’ 등 광고 지라시였다.팀은 자세히 보려고 몇 장을 뜯었다. 실종된 딸의 사진과 섹스 클럽 광고지를 번갈아 바라본 후 광고지를 들고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루시는 안 되고 이건 되나?” (232~233쪽)

실종자 가족들은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두 배의 부담을 걸머진다. 처음에는 이 고난이 빚은 고통 때문이고 그다음은 그들에 대한 우리의 기대 때문이다. 우리는 그들에게 보편적 모습보다 한층 수준 높은 모습을 기대한다. 우리는 당연히 인간으로서 힘들어하는 주변 사람들을 도울 방법을 찾는다. 그런데 대부분은 알든 모르든 대가를 원한다. 그 대가란 그들의 무력하고 곤궁한 모습 앞에서 우월감을 느끼는 것이다. 팀은 자신의 고통과 공포심을 숨기고 정력적으로 활동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때문에 사람들이 불편한 반응을 보인 것이다. (243~244쪽)

일본 경찰은 연달아 구설수에 오른 후 몇십 년 만에 처음으로 가장 큰 비난을 받는 중이었다. 일본 전역에서 경찰이 성희롱, 뇌물, 갈취, 마약 투여, 폭행에 연루되었음이 밝혀졌고 업무적 무능함에 대한 비난의 화살도 빗발쳤다. 일본 신문 중 가장 보수적이고 친정부 성향인 〈요미우리신문〉은 이 사태를 “치욕, 몇십 년 만에 처음 겪는 치욕”이라고 평가했다. (...) 여론조사 결과 일본인의 60퍼센트가 경찰을 신뢰하지 않았다. 2년 전 26퍼센트가 이렇게 대답한 것과 대조되었다. 이렇게 조직이 위축된 분위기에서 루시 실종 사건 관련 조사가 시작되었다. (260쪽)

크리스타벨 매켄지는 오사카에서 도쿄까지 찾아와 경찰에 ‘유지’를 신고했다. 케이티 비커스는 ‘고지’에 관해 제보했다. 휴 셰이크섀프트의 친구 이소벨 파커와 클라라 멘데즈는 크게 충격받은 팀 블랙맨에게 자신들의 경험을 털어놓았다. 그들이 말하는 이름은 각기 달랐지만 내용은 모두 같았다. 네 사람의 증언은 모두 경찰의 무관심에 부딪혔다. (273쪽)

10월 초, 유달리 두툼한 편지 봉투가 아자부 경찰서에 도착했다. 그 안에 1만 엔권 지폐로 총 118만 7,000엔이 들어 있었다. 동봉된 편지에도 역시 ‘루시’의 서명이 있었다. 편지는 이 돈으로 루시의 빚 7,418파운드를 갚으라면서, 빚 때문에 루시가 한동안 모습을 감추었다가 결국 일본을 떠날 것이라고 했다. 동봉된 현찰은 소피를 통해 채무자에게 전달해달라고 요청했다. 루시의 포스터가 여기저기 나붙는 바람에 루시는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는 곳으로 도망칠 결심을 했다고 전했다. (285쪽)

오바라 조지는 처음부터 오바라 조지가 아니었다. 그는 1952년 8월 10일 오사카에서 태어났다. 출생 다음 날 아버지는 아들의 이름을 김성종(金聖鍾)이라고 지었다. 일본식으로 읽으면 ‘긴 세이쇼’였다. 부모의 성이 김이라서 부부는 아들을 ‘성종’으로 불렀다. 그러면서도 가족은 또한 일본식 성씨인 호시야마를 써서 자신들을 나타냈다. 아이는 후일 김성종, 긴 세이쇼, 호시야마 세이쇼, 이렇게 세 가지 이름을 번갈아 사용하며 세상을 살았다. (293쪽)

그러나 경찰과 검사에게 특별히 부담감을 주는 것이 딱 하나 있는데, 자백을 받아내야 한다는 의무감이다. 오로지 사실을 입증해야 하는 영국과 미국의 법정과는 달리 일본의 법정은 범죄 동기를 상당히 중시한다. 범죄에 이르게 한 논리와 충동을 반드시 법정에서 입증해야 하고 그것이 용의자에게 선고를 내리는 데 결정적 요인이 된다. 누가,무엇을, 어디서, 언제로는 부족하다. 일본의 재판부는 그 이유를 알아야겠다고 요구한다. 그러면 형사에게는 용의자의 머릿속으로 들어가야 할 의무가 생긴다. 만약 실패하면 형사는 소임을 다하지 못한 것으로 여겨진다. (323쪽)

2주가 지나 23일간의 구속 기간 만료가 점점 다가왔다. 검사는 또다시 그들이 선호하는 기법을 썼다. 검사는 오바라를 클라라 멘데즈 강간 혐의로 기소한 후 케이티 비커스에 대한 성추행 혐의로 곧바로 다시 체포했다. 이런 식으로 그들은 용의자를 다시 23일간 더 구금하여 경찰서보다 환경이 느슨한 구치소로 보내는 일을 피했다. 논란의 여지가 있는 관행이었지만 그 자체는 불법이 아니었다. 경찰은 권력 남용에 가까운 행위를 자행하며 오바라를 반복해서 여섯 차례 체포하고 또 체포했다. (326쪽)

선임 형사는 “일본 경찰은 자백을 받아내는 데 도사입니다. 범인이 저지른 행동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이해시키려고 노력합니다. 이를테면 ‘피해자의 슬픔이 상당하다’라든가, ‘네가 저지른 것에 대해 반성도 안 하느냐?’라고 하는 거죠. 그런데 오바라는 그런 유의 인간이 아니어서 경찰의 술수가 통하지 않았어요”라고 털어놓았다. 그는 유별난 오바라의 성격을 술술 설명하다가 잠시 머뭇거리더니 그가 외국인이라서 그렇다고 일축했다. “이해하기 힘드시겠지만, 그건 오바라가… 일본인이 아니어서 그렇습니다.” (374~375쪽)

일본 법정과 유럽 및 북미 법정의 차이점을 고려할 때 가장 두드러진 점이 있다. 바로 유죄 판결률이다. 미국은 법정에 선 형사 피고인의 유죄 판결률이 보통 73퍼센트이며 영국도 비슷하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무려 99.85퍼센트이다. 다시 말해 재판을 받는다는 건 유죄가 거의 확실하다는 얘기다. 일본 재판정으로 걸어 들어와 정문으로 걸어 나갈 확률은 극히 희박하다. 이 때문에 대중과 언론, 심지어 변호사까지 피고인을 대하는 태도에 영향을 받는다. 일본에서는 유죄 판결을 받기 이전부터 사실상 유죄다. (396쪽)

팀이 입을 열었다. “저에겐 무슨 계시 같았습니다. 제가 좀 이상해 보이겠죠. 사실 좀 이상할 수도 있지만, 그걸 인정할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그러더니 다시 말을 끊고 한숨을 내뱉었다. “무슨 기분이었냐면 뭐랄까… 저와 동년배인 누군가가 보입니다. 그 남자는 자신의 행동 때문에 가장 처참하고 끔찍한 상황을 초래했고 타인의 삶에도 소름 끼치는 일을 저질렀어요. 그런데 정말 이상하게도 그에게 연민이 느껴지더니 화를 내는 게 훨씬 자연스러운 상황임에도 오히려 분노가 가라앉았어요.” (428~429쪽)

공판 다음 주면 루시가 일본에 온 지 7년이 된다. 카리타 리지웨이의 생명 유지 장치를 제거한 지 15년이 지났다. 38년 전의 이번 주에 오바라 조지의 아버지가 홍콩에서 사망했거나 살해당했다. 비슷한 시기 아버지의 기대를 한 몸에 받던 둘째 아들이 미국계 소녀 베티에게 실연을 당했다. 오바라의 부모가 가난한 식민지 이민자 신분으로 오사카로 이주한 지 70년이 되었다. 간토대지진이 일어나자 일본인들이 짐승을 도살하듯 한국인을 대량 학살한 지 84년이 흘렀다. 무언가가 이 모든 장면들을 이어주었다. 그것을 볼 수 있다면 좋으련만. (478쪽)

루시는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대체 무엇으로 그 사실을 바꿀 수 있을까? 이 상실감은 채워질 수가 없었다. (...) 가장 극단적인 변명과 응징을 상상해본다 해도 중요한 사실은 조금도 가벼워지거나 개선되지 않았다. 만족이란 결코 있을 수 없고 그저 모욕감과 고통만 다소 덜어질 뿐이다. 루시는 이 세상에 둘도 없는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존재였다. 그녀는 죽었다. 그 무엇으로도 그녀를 되돌릴 수 없었다. (529~530쪽)


목차


프롤로그―사망 전 일상

1. 루시
제대로 된 세상 / 법칙 / 장거리 비행

2. 도쿄
하이 터치 타운 / 게이샤 걸이 될지도 모르죠!(농담) / 도쿄는 극단의 땅

3. 수색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 알아들을 수 없는 통화 / 꺼져가는 불꽃 / SM / 사람의 형상을 한 구멍 / 일본 경찰의 위엄 / 해변 야자수

4. 오바라
약자인가 강자인가 / 조지 오하라 / 정복 놀이 / 카리타 / 동굴 속

5. 정의
의식 / 만능 박사 / SMYK / 애도 / 판결

6. 죽음 이후의 삶
얼마나 일본스러운가 / 나는 정말 누구일까

감사의 말 / 알림 /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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