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를 쓰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윤동주 지음 | 북에다 | 2016년 02월 18일 출간
티 없이 순수한 생을 갈구했던 청년 윤동주를 필사로 만나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 [별 헤는 밤] 중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민족시인 윤동주.
『윤동주를 쓰다 -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는 윤동주 탄생 100주년이라는 뜻 깊은 시기를 맞아 도서출판 ‘북에다’에서 출간된 윤동주 시선 필사집이다. 이 책에는 [서시], [별 헤는 밤], [참회록], [자화상], [십자가] 등 널리 알려져 있는 윤동주의 대표작뿐만 아니라 시작 활동의 초기인 청소년기부터 독립운동 혐의로 검거되기 전인 1942년까지 쓰인 백 여 편의 시 가운데 그의 시적 감성과 식민지 지식인의 고뇌를 잘 엿볼 수 있는 주옥같은 작품 60편을 엄선해 수록했다.
그의 시를 따라 필사해보며 식민지배하의 조국이라는 엄혹한 시대를 아파하면서도 인간에 대한 따스한 시선과 순수함을 끝내 잃지 않았던 청년 윤동주를 만나보자.
‘느림과 수고로움의 아날로그 감성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따뜻한 위로와 치유’
사각, 사각, 사각 ̄
누구나 어릴 적 몽당연필로 노트에 삐뚤삐뚤 교과서에 나오는 문장을 베껴 쓰거나 좋아하는 아이에게 줄 쪽지를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써 본 추억이 하나쯤 있을 것이다. 단단한 연필심과 부드러운 종이가 만나 빚어내는 흑과 백의 흔적의 향연을 눈으로 쫓으며 사각거리는 종이의 마찰음을 듣고 있노라면 어느새 잡생각이 사라지고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쓰며 필기에 몰입하고 있는 자신을 볼 수 있었다.
모든 것이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신산업혁명의 여명기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이제 따라가기에도 벅찰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을 온몸으로 체감하고 있다. 바야흐로 어제와 오늘이 다른 디지털 시대다. SNS로 시작해서 SNS로 끝나는 하루를 사는 요즈음, 짧고 압축적이면서도 인상적인 문장을 잘 쓰고 싶은 사람들의 욕구도 그만큼 높아가고 있다.
그런데 디지털 시대로의 급격한 변화와 어지러울 만큼 빠른 삶의 속도에 지친 우리들에게 요 근래 삶의 작은 휴식처럼 찾아온 것이 바로 ‘느림과 수고로움의 문화 활동’이다. 어린이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색칠놀이에 열중하고, 장난감을 직접 조립하고 피규어 상품을 수집하기도 하고, 다이어리를 손수 예쁘게 꾸미면서 일상 속의 답답하고 복잡한 마음을 잠시나마 내려놓는 것이다. 고성능 컴퓨터와 터치패드로 광속으로 세상과 접속하는 시대에 오히려 이런 느림과 수고로움 속으로 스스로 들어가는 것은 언뜻 역설적이게도 보이지만 마음 속 한켠에 조용히 웅크린 ’어린 나‘처럼, 나이 들어가면서 잃어버린 무언가를 찾아 헤매는 또 다른 우리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이렇게 디지털의 속도에 적응하느라 쌓인 스트레스와 긴장을 해소하고 그 특유의 따뜻함과 여유로움에 위안을 얻고 내면의 상처를 치유하는 아날로그 감성으로의 회귀 현상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확대되고 또 그 형태도 다양해지고 있다. 이른바 ‘디지털 디톡스’다.
이제 단순히 세상의 흐름을 허겁지겁 쫓아가던 것에서 벗어나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자기 삶에 쉼과 여유를 가져다주는 자기만의 방법을 찾고 있고, 그 한 흐름으로 ‘필사’가 있다. 문명의 발생과 더불어 지식 전달의 주요 수단으로 수 천 년에 이르는 오랜 역사를 가진 필사가 현대에 와서는 필사가 가진 ‘위로’와 ‘치유’의 효과가 주목되기 시작한 것이다. 사람들은 필사에 몰입하면서 다른 생각을 떨침과 동시에 ‘베껴 쓰는’ 단순하고 느린 작업을 통해 마음의 정화와 이완을 얻는다. 이 외에도 필사를 함으로써 얻게 되는 다양한 이점이 있는데, 손끝으로 전해오는 필기구와 종이의 감촉을 느끼면서 원문의 글귀의 의미를 음미하고 사색할 수 있는 시간도 가질 수 있고 명상하는 듯 한 자 한 자 따라 쓰다 보면 내면의 집중력도 키울 수 있다. 예쁘게 쓰지 않아도, 깔끔하게 쓰지 않아도 좋다. 필사를 하는 과정에서 잠시라도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내면을 정화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윤동주를 쓰다 -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는 윤동주의 주옥같은 작품 60편을 엄선해 수록했다. 소년의 장난기가 묻어나는 짓궂은 시, 소녀를 그리워하는 애달픈 연정의 마음, 삭막한 이국에서 더해가는 가족과 고향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 그리고 티 없이 순수한 삶에 대한 동경과 식민지 청년의 고뇌 등 문학청년 윤동주의 다양한 감성을 엿볼 수 있는 다양한 시들과 [서시], [별 헤는 밤], [참회록], [자화상], [십자가] 등 보석 같은 그의 대표작들도 알차게 수록되어 있어 필사를 통해 마치 그 시대의 윤동주와 마주앉아 교감하는 듯한 느낌을 오롯이 맛볼 수 있다.
남녀노소 누구나 윤동주의 시를 좋아하고 또 공감할 수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그의 시에서 느껴지는 순수함과 서정성 때문일 것이다. 그것은 나이가 들고 삶에 치이면서 점점 잃어가고 있는 우리 내면의 그 무엇이기도 할 것이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바랐던 시인의 마음처럼, 우리도 수많은 별들이 반짝이는 밤하늘을 경탄과 신비로움으로 쳐다보던 티 없이 맑고 순수했던 그 시절의 나로 다시 한번 돌아가보자. 그리고 윤동주의 시를 천천히 필사하면서 우리의 어린 시절, 그 순수했던 감수성을 되살려본다면, 지치고 상처받은 스스로에게 잊고 있었던 아날로그 감성이 가져다주는 따스한 위안과 치유라는 소박하고도 소중한 선물을 선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수익금 일부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나눔의 집’에 기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