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그들에게 건네는 조곤조곤한 사랑의 말을 엿듣고 있노라면 나 또한 맑고 살뜰한 봄 햇살을 쪼이고 있는 기분이 든다. 때론 빙그레 웃음이 지어지고 먹먹함에 때론 살짝 목이 메기도 한다. 삭막하고 딱딱해진 마음을 촉촉하게 적시고 잔잔하게 흔드는 고마운 시들이다.
_ 김제곤(아동문학평론가, 창비어린이 기획위원)
● 출판사 리뷰
‘5학년 1학기 국어 교과서’ 수록작, 〈종우 화분〉
초등 국어 교육 과정에서 주요하게 다루는 분야, ‘동시’
아이들의 진짜 감정과 생각을 깊이 있게 관찰하고 이해한 동시 모음집
어른들은 요즘 아이들을 보며 정말 좋은 세상에 태어났다는 말을 한다. 눈에 보이는 소득 수준, 경제 발전, 과학 기술의 발전 정도만 놓고 보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말이다. 그런데 아이들의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학교와 학원, 학습지 선생님까지 여러 교육 시스템을 돌며 경쟁 사회로 내몰리는 아이들의 일상을 보고 있노라면,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서 나의 어린 시절을 행복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그리고 어른들은 이런 아이들의 삶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할까. 더 나은 미래를 일구기 위해서는 당연한 것이라고 할까.
《종우 화분》을 쓴 김하루 시인은 환갑을 넘긴 늦깎이 시인이다. 그동안 번역을 하고, 동화를 쓰며, 틈틈이 써 둔 동시를 묶어 첫 시집을 출간했다. 동시는 초등 국어 교육 과정에서 매학년 매학기 주요하게 다뤄지는 분야이다. 그리고 이 시집에 실린 동시〈종우 화분〉은 5학년 1학기 국어 교과서에 수록되어 있다. 이 시는 전학 간 친구가 두고 간 화분을 보살피며 친구를 그리워하는 아이의 마음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아이들에게 친구는 삶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게임 이야기, 집에 갈 때 같이 가자는 이야기, 엄마한테 야단맞은 이야기, 학원 선생님 이야기 등 어른들이 보기에는 시시해 보이는 이야기를 나누며 그들만의 세계를 구축한다. 어른들이 쫓는 성공 대신 아이들은 그날의 감정과 상황을 표현하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어른들이 보기엔 별 볼일 없는 이야기가 아이들에게는 진짜 내 삶이다. 김하루 시인은 첫 동시집을 내면서 바로 이 부분에 주목했다.
아이들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무엇일까. <훨씬 더>라는 시에 그 답이 있다. 바로 엄마의 잔소리이다. 비 맞는 거보다, 주사 맞는 거보다 빽 소리는 지르는 엄마가 훨씬 무섭다는 이 시를 읽으면 저절로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또 <배운 도둑질>이라는 동시에는 아빠와 싸우던 할머니에게 툭 튀어나온 ‘배운 도둑질’이라는 말을 듣고 할머니가 도둑질을 한 거라고 걱정하는 아이의 속마음을 읽고 있으면 뻥 웃음이 터진다. 바로 이런 부분에서 아이들을 섬세하고 따뜻하게 관찰한 시인의 시선이 돋보인다. 그리고 이번 시집을 통해 시인은 소외된 아이들의 삶에도 주목했다. 혜광학교에서 서로 조금씩 도와가며 부족한 부분을 메워 주는 아이들을 보며 가슴이 꽉 차올랐다고 한다. 이처럼 아이들의 삶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재미있기도 하고, 시시하기도 하고, 힘들기도 하다. 하지만 아이들은 씩씩하게 헤쳐 나간다. 타인을 이해하고, 위로할 줄 알며, 어려움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다. 아이들의 그런 마음을 정성을 다해 곳곳에 담은 시인의 동시를 읽고 나면 용기와 위안, 긍정적인 마음이 어느덧 가득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