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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 약속

사물의 약속

  • 루스 퀴벨
  • |
  • 올댓북스
  • |
  • 2018-01-22 출간
  • |
  • 256페이지
  • |
  • 152 X 211 X 18 mm /422g
  • |
  • ISBN 979118673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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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요즘은 옷이 해져서 옷을 사입는 것이 아니고, 가구나 가전이 낡아서 새로 사는 세상이 아닌 듯싶다. 넘쳐나는 것은 정보만이 아니고 옷이고 가구고 생활용품이고 가볍고 싸고 이동하기 편하고 버리기조차 쉬운 물건들로 넘쳐난다. 바야흐로 물질의 풍요 시대다. 사람마다 너무 많은 것들을 쉽게 사들이고 바꾸고 하다 보니 지출도 많아지고 쓰레기도 많아진다. 한 가지 용도에 한 가지 물건을 지니고 사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한편에서는 계속 새것을 사라고 소비를 부추기는 광고가 넘치고, 다른 한편에서는 집에 쌓아놓은 것을 어떻게 남기고 버릴 것인지 요령을 가르친다. 저자 말대로 '물질주의 세계의 밀당'은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고 있는 문제다.
이런저런 이유로 사들인 물건들을 마냥 방치할 수는 없으므로 특별한 날을 기점으로-새해라든가 대청소라든가 이사라든가-물건들의 가치를 재단하는 날이 오고야 만다. 대개 충동적으로 사들인 물건들이 일차적인 처분 대상이 되지만, 어린시절 용돈을 모아 산 장난감, 첫 월급을 타서 마련한 오디오, 생일선물로 받은 옷이나 장신구 등 자신에게 의미있는 물건은 쉽게 버리지도, 남에게 주지도 못한다. 설사 남에게 주더라도 그 물건을 잘 보관하거나 의미가 훼손되지 않기를 바란다. 노년의 경우는 자신이 사랑하고 애착을 가졌던 물건들이 자신의 사후에 떠돌이 신세가 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이에 후손이나 가까운 사람들에게 '전달 작전'을 수행하기도 한다.

저자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다양한 물건들에 주목한다. 사람들은 왜 새 물건들을 갖고 싶어하고, 사들이고 후회하고 처분하고 다시 소망하는 식의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지 그리고 때로 전혀 예상치 못한 물건들로부터 위로받고 자신의 분신처럼 애착을 갖고 오래 간직하게 되는지 들여다본다. 이런 성찰이야말로 물질주의 시대, 미니멀리즘 시대에서 진정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가 무엇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 돌아보는 기회를 갖게 해주는 일 아닐까.

[책속으로 이어서]


34쪽) 마티스는 특정한 흥미와 관심사를 지닌 한 사람의 예술가였지만,그의 사례는 물건에 대한 오랜 애착에 숨겨진,결코 눈에 보이지 않는 보상을 통찰하게 해준다.리베카 솔닛은 이와 관련해 유용하고도 필수적인 구분을 해놓았다. “물질주의자라고 하면 보통 부나 지위를 쌓을 목적으로 갈망하고,비축하고,수집하고, 모으는 데 전념하는 사람을 의미한다.그런데 다른 유형의 물질주의가 존재할 수 있다.그저 물질적인 것에서,은銀뿐만 아니라 물의 반짝임에서,다이아몬드뿐만 아니라 이슬의 영롱함에서도 크나큰 기쁨을 느끼는 것이다.” 상황과 물질주의 사이에는 어떤 연관성이 있다. 하지만 일방향일 필요는 없다.마티스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사물을 발견하고 깊은 애착을 느끼는 것,그것을 돌보고 진가를 알아보는 일이 가능하다..

-에드워디언 스타일의 옷장

46쪽) 대개 소유물들이 그렇듯이 거대한 부피에도 불구하고 옷장은 익숙한 가정생활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배경의 일부였다. 사회학자 토니 키론Tony Kearon과 리베카 리치Rebecca Leach는 도둑이 든 경험을 분석하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사물의 특성을 ‘위안 습성’이라고 했다. 일상적인 익숙한 환경 속에서 소유물은 ‘물건다움’을 잃는다.우리와 분리된 존재이고,성질이 다르다는 특성을 잃어버리는 것이다.뜻밖에도 물건의 존재는 친밀한 공간 안에서 익숙함을 통해 우리 자신으로 연장된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이런 성질은 영원하지 않다.물리적인 장소나 관계를 건드리는 변화가 일어나면 다시 물건다움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생기고,그로 인해 재평가와 분리, 대체,처분의 이유가 발생한다..

48-49쪽) 깨끗이 닦고 지키고 보관하는 등 물건을 돌보는 모든 방법에는 노력이 든다.대체로 건강할 때는 일상적이고 반복적인 돌봄에 지속적인 에너지 정도만 있으면 된다.하지만 나이가 들거나 한 사람이 집안일을 더 많이 책임져야 하는 경우에는 물건을 유지하는 것이 소모와 낭비가 될 수 있다. 또 물건은 추레해지거나 닳거나 부서질 듯 말 듯 하면서 그 자체로 나이 듦을 보여주기 시작할 수도 있다. 역사지리학자 데이비드 로웬탈David Lowenthal은 《과거는 낯선 나라다》에서 이렇게 서술했다.“늙어가는 것은 닳아빠진 의자다. …… 축 처진 처마, 벗겨진 페인트칠,시간과 손때가 묻어 빛바랜 가구들이 있는 집이다.”

61쪽) 옷장과 더불어 저예산으로 차곡차곡 모은 옷은 나의 내적?외적 정체성,그러니까 ‘내가 생각하는 나’와 ‘다른 사람들이 보는 나’ 사이의 관련성 혹은 부조화의 증거였다.옷장은 보관과 정리 같은 명백한 목적 외에 또 다른 용도가 있는 게 분명했다.그것은 남편, 아이들과 공유하는 삶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사적 은신처였다.아이들은 보석함에서 속옷 서랍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들춰봤지만 옷장만큼은 출입금지 구역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옷장은 아이들의 생일선물을 숨겨두는 장소였다. 모순되는 목표와 감정을 담아두는 안전한 곳이었다.이런 점을 고려할 때 아직 옷장을 버릴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62쪽)옷장의 제약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내게 맞는 ‘적당히 좋은’ 좁은 범주의 옷을 갖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해방이었다. 덕분에 모든 유행을 좇기보다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형태,색깔,질감으로 이뤄진 믿음직한 핵심적인 옷을 소유하게 되었다.매일 입는 옷이 고정되었다.언뜻 납득이 잘 안 될 수도 있지만 선택지가 적을수록 더 만족스러웠고,시간과 노력도 덜 들었다.옷장에 더해 붙박이장 하나를 갖고 있을 때만큼 그렇게 위태롭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옷장의 물리적 한계를 감수하며 살아가는 것은 옷을 어떻게 보관할지, 옷을 어떻게 입을지 해결책을 마련하라는 신호였다..

-이타카섬의 돌

85쪽) 세상의 소음이 희미해지고,만질 수도,만져질 수도 없는 그 병실에서 내 손바닥에 있던 작고 하얀 돌은 인간을 대신해주었다. 질병과 입원이라는 내 상황은 극히 예외적인(전문의의 추산에 따르면 백 번에 한 번 일어날까 말까 한)것이었지만, 물건이 주는 위안은 예외적인 것이 아니었다.우리는 평범한 일상에서 알든 모르든 집에 있는 물건에서 자주 위안을 찾고 물건으로 위로받는다.

91-92쪽) 튀는 거라곤 노란색 의료 폐기물 봉투뿐인 표백된 병실 안에서 실존적 불확실성에 놓인 나는 대립되는 경향들,그러니까 임박한 죽음에 사로잡힌 감정,중요한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다는 위협,완전히 무감각한 상태로 물러나고픈 충동 사이에서 불안정하게 흔들렸다. 아주 쉽게 세상을 버리고 그 어떤 것에도 마음 쓰기를 그만둘 수도 있었다. 그때 이 세계를 되찾게 해준 건 뚜렷한 용도가 없는 그 돌 멩이였다.만지고 싶고 느끼고 싶은 기본적인 욕구를 채워준 그 돌 덕분에 완전한 자포자기 상태를 극복할 수 있었다.그 돌은 내가 이 세상에 정박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게 했다.너무나도 쉽게 굴러떨어 질 수 있다는 걸 알았을 때 나를 묵직하게 눌러줬다.

-이케아 의자 포엥

102쪽) 포엥은 ‘휘어진 너도밤나무를 얇게 켜켜이 붙인’ 뼈대가 밖으로 노출돼 있다.나무가 그리는 곡선과 움푹한 부분은 인간 척추의 우아함을 그대로 본뜬 것이다.초음파로 뱃속에 있는 아들의 척추를 봤을 때 나는 인간 내부 구조의 기이한 아름다움에 진심으로 감탄했다. 나는 밖으로 드러난 포엥의 척추가 남편의 손상된 척추에 도움이 되기를 바랐다.포엥은 남편 몸의 곡선을 따르고 흉내 냄으로써 이런 희망을 이뤄줄 것 같았다.전시실에서 포엥에 앉아 시험해볼 때 그런 기분이 들었다.

105-106쪽) 아주 놀랍게도 집에 있는 포엥의 존재가 내 태도를 변화시켰다.어떤 물건이 제공할 수 있는 것,그로 인해 집 안에 있는 훨씬 더 오래된 물건과의 관계에 대한 내 기대가 갑자기 바뀐 듯했다.그런데 정확히 어떻게 바뀐 걸까? 프랑스 사회학자 장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는 《사물의 체계》에서 물건은 늘 어떤 식으로든 우리와 세계의 관계를 변형하거나 조정한다고 했다. 예를 들면 자동차는 시공간과의 관계를 완전히 바꿔버린다.거울은 빛,그리고 대개 외모와의 관계를 변화시킨다. (...) 그렇다면 포엥처럼 대량 생산된 정적인 물건은 정확히 어떤 식으로 변화를 가져오는 걸까? 포엥이 정말이지 어울리지 않는다는 건 사실이었다.어울릴 것이라는 환상은 전혀 없었지만 아웃사이더적인 면이 너무나도 두드러졌다.미적인 측면에서 시대가 맞지 않았다.너무 새롭고,너무나 최소화를 지향하는 미니멀리스트인 데다가,너무 완벽하고,너무 기능적이고,너무나 명백하게 이케아 제품다웠다.하지만 오래된 물건들의 무게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포엥의 새로움과 관련해서 이상하리만치 안심되는 뭔가가 있었다. 포엥의 새로움은 진보적으로 보였다.역사의 가정[assumptions]이라는 짐을 지지 않고,내 개인사의 무게에서도 해방된 것 같았다

-벨벳 재킷

129쪽) 그것은 내가 갖지 못한 것,어쩌면 결코 가질 수 없는 것,바로 자유롭고 세련되면서 시크한 사람이 되고자 하는 소망이었다(...) 벨벳 재킷처럼, 간절히 기다리지만 손에 넣기 힘든 물건은 보통 한동안 멀리서 갈망하게 된다.비싸거나 희귀할 수도 있지만 늘 그런 건 아니다.벨벳 재킷처럼,그냥 단순히 발견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인류학자 그랜트 매크래컨Grant McCracken이 주장하듯이 물건을 소유하고 싶어 하는 마음에 깔린 기본적인 소망은 대개 그런 게 아니다.이런 종류의 물건은 마음속에서 내가 누구인지,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얘기해준다.충분히 이해하기 쉬운 개념이다.즉 간절히 원하는 물건은 이상적인 미래를 떠올리게 한다.

135쪽) 벨벳 재킷을 손에 넣었지만 나는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실망했다.구매 후 찾아오는 실망감은 상당히 흔한 감정이다. 그런데 그 재킷의 경우 실망감이 그 어느 때보다도 훨씬 심했다.확실히 해두자면,그 재킷은 내가 기대했던 딱 그런 재킷이었다.그런데도 예상한 대로 나를 만족시키지도,나를 완벽하게 만들지도 못했다.나는 재킷을 탓하고 싶었다.이를테면 “바라던 만큼 좋지는 않네”라거나 “내 취향이 성숙해졌어”라는 식으로 말이다.이 중에 맞는 말은 하나도 없다.나는 기분이 달라지리라고,더욱 온전해지는 기분일 거라고 단순히 상상했다.그런데 내가 바뀌지 않으니 실패자가 된 기분이었다.

137쪽) 고급 물건을 소유하면 어느 정도 주목받고 싶은 욕구,회원 자격이나 권력에 대한 욕구가 충족될 수도 있다. 하지만 캐럴이 보기에 가장 중요한 문제는 그런 물건이 반드시 인생에 의미를 부여하거나 비물질적인 목표를 성취하도록 도와주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캐럴의 주장에 따르면 물질적 소유물이 “깊숙한 곳의 욕망을 채워주는” 경우는 드물다.어릴 때부터 그런 것 없이 지낸 사람들을 제외하고는.캐럴은 이렇게 주장한다. “소유물은 어떤 본질적인 소망에도 답하지 않고,행복의 뿌리에 물을 주지도 않는다.”소유는 본질적으로 수동적이기 때문이다.

-시몬 드 보부아르의 자전거
159쪽) 우리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물건들 중에는 금전적인 혹은 정서적인 가치가 높지 않은 것도 있다.그보다는 물건을 갖고 할 수 있는 일,오직 그 물건만이 줄 수 있는 경험 때문에 소중히 여긴다.드 보부아르의 자전거와 그 전에 그녀가 바랐던 자동차 같은 물건들은 한정된 범위에서나마 인생을 좌우하는 경험을 선사한다.반항적인 십대,고된 일을 하는 근로자들,가정과 직장에서 책임감의 무게를 느끼는 중년에게 그런 물건은 자유의 선택 혹은 탈출의 무대를 제공할 수 있다.

161-162쪽) 물건과의 상호작용 안에서 사용자와 물건은 일시적으로 합쳐지고,그 물건은 사용자의 연장延長이 된다.이러한 현상은 많은 물건과 사용자 사이의 관계 안에서 볼 수 있다.음악가의 의지와 그의 기타,목수의 의도와 그의 톱,스케이터의 포부와 그의 보드.이러한 경향은 보통 서핑보드 위로 계속해서 다시 올라가는 초보 윈드서퍼처럼 사람과 물건 사이의 관계를 당연시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몸에 배도록 만드는 아마추어에게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다.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이런 상호작용이 “대개 이질적인 실체들의 보기 드문 통합을 만들어낸다”고 주장한 바 있다.(...) 드 보부아르의 자전거 타기와 관련해서 내가 궁금한 것은 바로 이러한 예상 밖의 흥미로운 “융합의 약속”이다.이 약속은 자전거를 타는 와중에 발견된다.이러한 융합은 우리의 능력,힘,용량을 늘리거나 한계를 초월하도록 도와줄 수 있다.그 덕분에 이 세상에서 의지를 표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힘이 고조되고 강화된 기분을 즐기게 된다.

169-170쪽) 적군이 점령한 시기에 다 큰 어른이 왜 자전거를 타고 놀았을까? 다채롭고 강렬하며 자발적인 활동에 몰두할 때 우리는 일상적인 세계와 요구들을 잊게 된다.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내적 동기에 대한 실증적인 증거와 철학적 중요성을 간략히 설명하면서)이렇게 말했다. “자유는 즐거운 활동의 핵심적인 기준이다.헤라클레이토스,플라톤,니체,사르트르 같은 사상가들이 놀이를 높게 평가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놀이는 자유롭게 드나드는 활동이다.” 드 보부아르는 점령 후 내면에서 일어난 심리적 변화를 일기에 털어놓기도 했다.하지만 자전거를 타면 ‘행복’과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자전거를 타는 동안만큼은 갑자기 딴 사람이 되면서 자기 자신으로부터,당시 상황으로부터 벗어나는 느낌이 들었다.(...) 그때보다 시대가 나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물건은 객관적으로 얽매인 상태에서 자유로운 기분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자유를 떠올리게 하는 이런 물건은 일반적으로 돈을 받고 하는 노동이 아니라 재미있는 레저나 창의적인 활동과 연관된다. 사용하지 않을 때조차도 그런 물건은 소유주를 위해 정신적으로 문을 약간 열어놓는 것처럼 보인다.삶에서 도망치거나 탈출하려는 게 아니다.그보다는 끝까지 그저 운명대로 살라고 빼도 박도 못 하게 선고받지 않을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다.이렇게 본다면 이런 물건의 존재가 실존적인 자유 재량권을 조금은 만들어낼 수 있다.

-싱어 재봉틀

179쪽) 하지만 이성적으로 생각해볼 때 다섯 살도 안 된 두 아이의 엄마인 내가 아이들의 비연속적인 수면 패턴과 쇠약한 에너지로 고통스러워하면서도 토끼 인형을 직접 만든다는 건 좀처럼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시간,노력,불확실성을 쉽게 해결할 방법이 있었다.모퉁이에 있는 장난감 가게에 휙 들어가서 비슷한 걸 살 수 있는데 왜 선물을 만드는 걸까? 어린 딸이 그 차이를 알 것 같지도 않은데.가게에서 파는 인형의 품질이 분명 내 아마추어 솜씨보다 더 나을 것이다.대형 체인점에 가서 인기 있는 디즈니나 레고 장난감을 아들에게 사줄 수도 있었다.어쩌면 내가 하나를 만드느라 쓴 것과 동일한 비용으로 두 아이에게 각자 하나씩 장난감을 사줄 수도 있었다. (...) 구입했건 직접 만들었건 간에 손으로 만든 물건이 특별한 이유는 무엇일까? 대량 생산된 물건이 채워주지 못하는 갈망, 욕구,약속은 무엇일까? 요즘처럼 풍족한 시대에 손으로 만든 제품이 왜 다시 인기일까?

185쪽) 호주 내셔널갤러리의 장식예술?디자인 수석 큐레이터 로버트 벨은 최근 심미적 측면과 관련해 이와 유사하지만 더 현대적인 해석을 제시했다.그는 대량 생산된 제품보다 수제품이 더 매력적인 이유는 손으로 만든 것들에는 미묘한 차이가 들어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벨은 이렇게 말했다. “핸드메이드는 불안한 불확실성을 수반한다.한낱 세련미를 초월하게 하는 숨겨진 미묘한 차이를 음미하기도 전에 맞닥뜨려야 하는 일련의 가치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건 그 때문이다.” “불안한 불확실성”,예측 불가능성,감각의 특수성은 이를 발견할 만큼 충분히 안목 있고 민감하며 참을성 있는 사람들을 기다리는 풍요로움의 근원이다.

195쪽) ‘핸드메이드 효과’란 과연 뭘까?푹스와 동료들은 사람들이 수제품에 긍정적인 의미를 투사한다고 봤다. 수제품을 그 용어만으로 중립적으로 평가하는 대신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의사결정자답게 제작자에 대한 믿음을 물건에 불어넣는다.직접 볼 수는 없어도 정말로 사랑,기술,창의성을 담은 노동으로 자유롭게 만들어졌다고 추정하기 때문에 그 물건을 가치 있게 여긴다. 사람들은 특정한 인간이 손으로 만든 물건에는 제작자의 본질이 어느 정도 들어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물건은 만든 사람에 대해 뭔가를 포착하여 보여준다.“인간의 손길이 닿은” 것은 구매자의 마음속에 단일한 의식으로 실제 제작자에 대한 환상을 불러일으킨다.

201-202쪽) 내가 왜 이걸 만들고 있었는지 마침내 알게 되었다.1년 전에 회색 플란넬 천을 사둔 게 왜 옳았는지도. 평평한 회색 천을 뭔가로 바꾸고 싶다는 나의 바람은 옳았다. 선물하기 위해 진정으로 내 것인 뭔가를 만든 건 옳았다.키보드나 계산대에서는 찾을 수 없는 ‘나’ 자신과 그 가치를 떠올릴 수 있었다. 미국 시인 토머스 페이버Thomas Faber의 표현처럼,성공하지 못할 것 같았던 토끼 두 마리는 마지못해서 하는 세계가 앗아간 무수한 낮과 밤을 대변했다. 물론 말랑말랑한 장난감을 사는 편이 더 빠르고,쉽고,돈도 덜 들었을 것이다.하지만 내 노고의 가치를 따지자면 비교할 수가 없을 것이다.수제품은 시장을 초월한 가치가 있으며 우리도 그러하다는 약속을 함축하고 있다.

-빈 서랍

208쪽) 철학자 시몬 드 보부아르는 《아주 편안한 죽음》에서 어머니의 죽음에 대해 이렇게 서술했다. “모두 물건의 힘을 안다.인생의 어떤 찰나보다도 더 직접적으로 존재하는 물건 안에서 삶은 확고해진다.” 하지만 물건에 생기를 불어넣고 의미를 부여하는 생명이 없다면 물건의 중요성은 증발해버린다고 덧붙였다.생명이 없는 물건들은 “고아가 되고 쓸모없어지고,쓰레기로 변하거나 또 다른 정체성을 찾으려고 기다리게 된다”는 것이다.대다수 사람들은 가장 의미 있고 사랑하는 소유물이 이런 결말을 맞지 않길 바란다.

224쪽) 부모의 물질적 유산을 온전히 보관하기 위해 자신의 공간을 포기하거나 자기 물건을 기꺼이 처분하려는 사람은 별로 없다. 보통 사람이 쓰던 소파와 장식품은 그게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했든지 간에 일반적으로 평범해지고 여기저기 흩어져버린다.대부분 원래 주인과 연이 끊어지면 중요성을 유지할 가능성이 낮다. 물려받은 가구를 둘 만한 공간이 있는 상속자들에게도 그런 유산은 대개 애증이 엇갈리는 물건이 된다.

230-231쪽) 전달 작전은 정확히 이런 것,즉 평생 획득한 물건들의 혼란스러움을 책임지려는 합당한 노력이다.물건을 넘겨주는 것은 우리가 사라진 뒤에도 뭔가가 남으리라는 낙관주의를 겸손하게 표현한 것이다.우리의 물건을 다른 사람과 함께 두는 것은 우리가 없는 미래에 대한 희망의 표현이다.하지만 지나치게 물건 자체에만 초점을 맞추면 전달 의식이 개인을 위해 궁극적으로 달성하는 것을 간과하게 된다.소유물이 인생에서 견실한 의미를 만들게 한다면,전달은 좋은 죽음을 준비하게 도와준다.

목차

마티스의 안락의자
또 하나의 의자/사물에게 거는 기대/소유물에 대한 지나친 집착/정리정돈 안내서가 간과한 것/사물과 나누는 대화

에드워디언 스타일의 옷장
이삿짐 앞에서/누가 봐도 확실한 후보/소유물을 버리기 위한 분투/쓸모있거나 아름답거나/과연 쓸모있는가?/불완전하기에 더 좋은/내게는 더없이 아름다운 옷장

이타카섬의 돌
위안이 필요한 순간/우리가 무생물과 맺는 관계/돌멩이 그 자체/체화된 지각/잡고 잡히기/안락한 둥지/위로가 되는 무관심/촉각의 신 에파포스

이케아 의자 포엥
골치 아픈 척추/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도 없는/기능적인 절제/의자가 불러온 변화/새로운 것이 가져온 해방/수명이 짧은 물건들/액체시대/불완전한 제물

벨벳 재킷
행운을 기다리는 수집가/발견의 짜릿한 순간/이상화된 미래/이상을 지켜주는 선택/엄습해온 실망감/전기적 물건/흐릿한 꿈/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

시몬 드 보부아르의 자전거
초보 운전자/사람들의 말/자유를 선사하는 물건/놀이 그 자체를 위해/자유로운 기분/환경의 힘

싱어 재봉틀
손수 만들기/부활한 인기/손으로 만든 것의 차이/누구의 손으로?/상상의 손/핸드메이드 효과/핸드메이드 제품이 주는 위로/돈으로 따질 수 없는 가치

빈 서랍
제스처/살아서나 죽어서나/사물의 무게/언젠가 죽을 운명 앞에서/남겨진 물건들/집 부수기/이유의 한계

-푸코의 연장통 /감사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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