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면 개정판에서는 최신의 유전자 연구로 인해서 초판의 랑데부 순서가 일부 바뀌고, 새로운 순례자도 등장한다. 물고기의 교본이라고 할 창고기보다 바닷가에서 고착생활을 하는 멍게가 우리와 더 가까운 친척이라는 다소 충격적인 결과도 밝혀진다. 랑데부 9의 날여우원숭이와 10에서 만나는 나무땃쥐의 랑데부는 합류 시기를 두고 학자들마다 의견이 분분하고 불확실성이 강해서 하나의 장으로 합쳐져 기술된다.
그리고 2008년에야 그 존재가 제대로 확인된 필라스테레아라는 생물학자들에게도 생소한 이름의 새로운 순례자가 랑데부 33에서 우리의 순례여행에 처음으로 합류한다. 각각의 랑데부에서 만나는 순례자들은 생물학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생생한 연구 현장을 전해주고, 역사적인 인물들과 생물학 연구의 역사를 되짚어본다. 순례자들은 저마다 자신들의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긴팔원숭이는 DNA 분석에 관해서, 도도와 코끼리새는 잔혹한 자연선택에 관해서, 갈라파고스핀치는 종분화에 관해서, 바다표범은 몸집과 암컷과 수컷의 관계에 관해서, 메뚜기는 인간의 인종에 대한 편견에 관해서 이야기한다. 순례자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현대 생물학의 뿌리를 이루는 이론들은 물론이고, 현재 일어나고 있는 분자생물학의 최첨단에 이르기까지 생물학의 전 분야를 아우를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