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하나뿐인 연탄 시인, 연탄 화가
119 박래균 소방관이 전하는 아름다운 연탄꽃 이야기
까만 수성펜으로 흰 종이에 연탄을 그리는 화가가 있다. 바로 <SBS 순간 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MBC 생방송 오늘 저녁>에 소개된 화제의 연탄 화가 박래균 소방관이 그 주인공이다. 그동안 박래균 소방관이 그린 연탄 그림은 400여 점이 넘는다. 펑펑 내리는 함박눈을 배경으로 그린 창고 속 연탄, 함지박에 담긴 연탄, 겨울 나무가 된 연탄 등 갖가지 연탄 그림은 정말 놀라울 따름이다.
그런데 박래균 소방관이 연탄 그림을 그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소방관과 연탄, 그림. 얼른 보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 같지만 설명을 들어보면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박래균 소방관은 온몸을 태워 온기를 만드는 연탄과, 목숨이 위험한 상황에서도 불 속으로 뛰어드는 소방관이 닮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연탄 그림을 그리고 있다. 또 연탄은 박래균 소방관의 마음 속에 어린 시절 추운 겨울을 버티게 하는 큰 힘이기도 했다. 겨울방학이면 친구들과 놀다가 꽁꽁 언 손과 젖은 양말을 고실고실 말려 주었고, 고드름이 꽁꽁 언 아침에 졸린 눈을 비비고 일어나면 따뜻하게 세숫물을 데워 주기도 했다. 요즘은 아파트 생활이 보편화되어 있고, 개인 주택에도 도시가스나 전기, 석유 난방이 주를 이루고 있어서 아이들이 연탄을 보는 자체가 드문 일이다. 교과서로 석탄과 광산에 대해 접하거나, TV를 통해 겨우 아는 정도이다. 하지만 연탄은 아직도 산업용이나 농업용, 가정용으로 곳곳에서 쓰이고 있다. 예전보다 쓰이는 정도가 줄어들었을 뿐 아직도 우리 생활을 유용하게 하는 고마운 존재이다. 이런 연탄이 바로 박래균 소방관이 그린 그림 속에서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연탄꽃으로 피어났다. 시커멓고 차가운 연탄이 어떻게 꽃으로 피어났을까? 바로 그림 속에 담긴 따뜻한 마음이 있어서 가능했다. 옆집 식구를 걱정하며 엄마가 함지박 가득 담아 놓은 연탄, 밤새 몸을 태우고 버려진 깨진 연탄재가 딱한 화가의 마음, 밖에서 친구들과 놀다가도 연탄불을 갈 시간에 맞추어 집에 돌아가는 어린 소년의 마음, 구조 현장에서 목숨을 달리한 동료 소방관들이 하늘나라에서 꽃으로 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이 모여 아름답고 따뜻한 연탄꽃을 피운 것이다. 그리고 12월 31일 마지막 날에는 가진 것들을 이웃들과 나누기를 바라는 마음까지 더해져 올해의 마지막 날까지 지지 않는 연탄꽃을 피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