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그림의 완벽한 조합으로 그림책만의 매력을 고스란히 품은 수작
독립적인 가치관으로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해 가는 김지연 작가의 신작 『할아버지의 새 의자를 찾습니다』가 ㈜미디어창비에서 출간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담백한 동양화 분위기인 작가의 전작 『지붕 위 루시』와는 또 다른 스타일의 작품으로, 감각적이고 세련된 색채의 조합이 두드러진 작품입니다. 글과 그림이 조화롭게 한데 어우러졌을 때 매력을 발산하는 그림책이라는 장르에 충실한 이 작품은 할아버지와 손녀의 애정 어린 교류를 담고 있는 이야기로, 조부모 가정이 늘어나는 현 시대를 반영함과 동시에 탄탄한 주제의식과 구성력으로 매끄러운 이야기 전개와 함께 잊지 못할 감동까지 선사하는 수작입니다.
숨은 그림을 배치한 듯 곳곳에 섬세함이 녹아 있는 일러스트레이션
작가의 자신감 넘치는 터치는 이 책의 속표지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책의 제목 밑으로 강아지와 함께 소파에 앉아 있는 할아버지가 등장합니다. 그러나 이 이야기를 좀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선 할아버지가 앉아 있는 오른쪽 면이 아닌, 왼쪽 면을 살펴봐야 합니다. 선반에는 할아버지 것으로 보이는 재킷과 함께 어린아이의 것으로 보이는 겉옷이 걸려 있습니다. 탁상 위에는 막대 사탕과 할아버지가 보는 신문, 자동차 열쇠가 나란히 놓여 있고요, 바닥에는 할아버지의 커다란 구두와 아주 조그마한 구두가 있습니다. 할아버지와 늘 함께하는 어린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다음 장을 넘기면 그 아이가 바로 할아버지의 손녀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손녀의 입을 빌려 비로소 그림책의 이야기가 전개되기도 하지요.
손녀는 할아버지가 입은 카디건과 같은 계통의 색인 주황색 원피스를 입고 있습니다. 멋쟁이 할아버지는 청바지에 노란색 카디건, 체크무늬 남방을 입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이 책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은 저마다 산뜻하면서도 개성 넘치는 의상을 입고 있습니다. 의상뿐 아닙니다. 길에 피어난 꽃, 거리에 있는 집의 모양과 색, 의자를 만드는 목수 아저씨의 연장마저도 튀지 않으면서도 잘 어우러진 컬러풀한 색깔로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다양한 색상과 디자인의 의자, 의상, 소품 등과 또 그 색채에 고루 어울리는 섬세한 배치까지 놓치지 않는 세밀한 묘사력은 컬러에 대한 작가의 타고난 감각과 열정을 방증합니다. 독자들은 책의 장을 넘길 때마다 마치 애니메이션 속 동화 나라를 감상하는 듯한 실재감에 감탄할 것이며 작가 김지연의 다음 행보를 기대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