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 아니다.
‘사랑한 만큼 보이는 것’이다.
내가 사진 속의 사람들을 찍은 것이 아니라
그들이 카메라를 통해 내 가슴에 진실을 쏜 것이다.
- 박노해 -
아프리카 중동 아시아 중남미 10년의 기록
박노해는 지구시대 인류의 가장 아픈 지점인 아프리카, 중동, 아시아, 중남미의 가난과 분쟁의 현장에서, 그 삶의 존엄과 계속되는 고통과 슬픔을 공유하고자 지난 10여 년 동안 사랑의 순례길을 계속해왔다. ≪나 거기에 그들처럼≫은 13만 여장의 사진 중 엄선한 160점을 선보이는 박노해의 첫 사집집...
더보기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 아니다.
‘사랑한 만큼 보이는 것’이다.
내가 사진 속의 사람들을 찍은 것이 아니라
그들이 카메라를 통해 내 가슴에 진실을 쏜 것이다.
- 박노해 -
<박노해 첫 사진집> 아프리카 중동 아시아 중남미 10년의 기록
박노해는 지구시대 인류의 가장 아픈 지점인 아프리카, 중동, 아시아, 중남미의 가난과 분쟁의 현장에서, 그 삶의 존엄과 계속되는 고통과 슬픔을 공유하고자 지난 10여 년 동안 사랑의 순례길을 계속해왔다. ≪나 거기에 그들처럼≫은 13만 여장의 사진 중 엄선한 160점을 선보이는 박노해의 첫 사집집이다. 에티오피아의 아침을 여는 '분나 세레모니' (커피 의례)와 쿠르드 아이들의 '지상에서 가장 슬픈 비밀공연'의 순간까지. 체 게바라가 총살당한 라 이게라와 안데스의 가장 높은 께로족 마을, 그리고 긴장음이 가시지 않은 다르푸르 난민촌까지. 흑백 필름으로 기록하고 정통 아날로그 방식으로 인화한 160점의 사진이 <나 거기에 그들처럼>으로 우리 앞에 펼쳐진다.
지구마을 민초의 강인한 삶에 바치는 ‘빛으로 쓴 시’
詩가 흐르는 사진이 있다. 박노해의 사진은 한 장 한 장 심장의 떨림으로 촬영한, 지구마을 민초의 강인한 삶에 바치는 ‘빛으로 쓴 경애의 시’이다. 그는 분쟁현장과 기아빈곤지역의 사진은 마땅히 이래야 한다는 고정된 이미지를 깨뜨리고자 부단히 노력한다. 그는 “단 한번도 그이들을 한 번도 연인의 눈으로 보거나 자선과 구호 대상으로 보거나 가슴 뛰는 삶의 대상으로 본 적이 없다”고 술회한다. 그들의 삶 속으로 스며 들어가 기록한 그의 사진마다에는, 그래서 詩가 울려온다.
흑백 필름으로 기록하고 정통 아날로그 방식으로 작업한 사진의 깊이
박노해는 수동식 흑백 필름 카메라와 35mm 렌즈 하나만을 쓰는 작업 조건의 한계를 스스로 선택했다. 도구의 단순성은 현장에서 관계에 의지할 수 밖에 없게 하기에 그는 가까이, 더 가까이 다가가야만 한다. 박노해는 가장 단순한 것으로 가장 깊은 것을 그려내는 것이다. “정직한 노동과 가난하고 소박한 민초의 삶 그 자체가 아름다움의 실체다”라는 그의 말처럼, 박노해의 사진 미학은 단순하고, 단단하고, 단아하다.
간편한 디지털 만능의 시대임에도, 박노해는 첫 사진전부터 필름 카메라로 기록하고 전통 흑백 아날로그 방식으로 인화한 작품을 선보였다. 그의 사진은 계조의 깊이와 예술성으로 국내외의 주목을 받았으며, 그는 가장 오래된 것이 가장 최신의 것임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나아가 사진집에서는 파격적인 색감과 디자인을 구현했으며, 무엇보다 한글의 아름다움을 살린 멋으로 기품을 자아내었다. 심혈을 기울인 인쇄와 제본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더하는, 오래도록 소장하고 싶은 책이 될 것이다.
‘160가지 이야기 속으로’ 작가가 직접 쓴 사진 설명 글의 감동
박노해의 사진을 보는 순간 가슴 뭉클해지는 것은 거기 내재된 사연 때문일 것이다. 그는 촬영 대상을 분석하고 탐구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대상에 대한 깊은 애정으로 교감하고 그들 속으로 혈육처럼 스며들어 가 어느덧 ‘우리’로 동화된다. 그 결과는 자연스럽게 우리의 눈과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파고 드는 모습인 것이다. 이러한 작업 속에서 탄생한, 작가가 160점의 사진 한 편 한 편마다 직접 쓴 시와 같은 사진 캡션(사진 설명 글)은 사진 감상의 감동을 더한다. 그 지역의 문화와 역사, 노동과 저항, 고유한 살림살이에 대한 깊은 이해에서 쓰여진 사진 캡션은 사진에 대한 이해에서 나아가 사유의 화두를 던진다. 어느 사진집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박노해 사진집만의 특징이 바로 여기에 있다.
노을녘에 종려나무를 심는 사람 Old Dongola, Sudan, 2008.
누비아 사막에 석양이 물들면 하루 일을 마치고 종려나무를 심는다. 뜨거운 모래바람이 치면 말라 죽고 다시 심으면 또 말라 죽어가도 수단 사람들은 날마다 모래둑을 북돋고 나일 강물을 길어다 종려나무를 심어간다. 사막의 수행자처럼.
폭격더미에서 살아나온 사나 샬흡(13세) Qana, Lebanon, 2006.
레바논 남부 까나 마을 집단학살 현장. 건물 지하실로 대피한 마을 사람들 중 65명이 사망했고 그 중 35명이 아이들이었다. ‘A Plane VS A Child’(전폭기 대 아이들). 까나 마을 어린이 대학살이 세계에 알려지면서 이스라엘과 미국은 인류의 눈 앞에서 무릎을 꿇어야 했다. 폭격더미에서 살아나온 사나 샬흡은 하루아침에 부모와 언니와 오빠와 집을 잃고 혼자서 어린 동생을 책임져야 하는 소녀 가장이 되었다.
절망의 바닥을 친다 Banda Aceh, Indonesia, 2005.
쓰나미가 휩쓸기 훨씬 이전부터 아체는 너무 오래 울고 있었다. 인도네시아에 강제 점령되어 30여 년 동안 정치적 탄압으로 고통 받아왔다. 그늘 한 점 없는 무너진 집터에서 청년은 홀로 망치질을 계속한다. 절망의 무게로 절망의 바닥을 친다는 듯이.
그라시아스 알 라 비다 Maras, Cusco, Peru, 2010.
오늘은 두레 노동을 하는 날. 안데스 고원의 감자 농사는 숨가쁘지만 옥수수 막걸리 치차를 돌려 마시며 잠시 만년설 바람에 땀방울을 씻는다. 힘들 때 서로 기대는 인정이 살아 있고 어려움을 함께 나누는 관계가 살아 있기에 거친 일터에서도 젊은 남녀의 노래 소리와 풋풋한 웃음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기쁨이 없고 노래가 없는 노동은 삶이 아니지요. 그라시아스 알 라 비다. 내 삶에 감사합니다.”
시대정신을 담은 여섯 챕터의 글 <내 아름다운 것들은 다 제자리에 있다>
박노해는 10여 년간 세계 전역의 현장에서 목격해온 진실을 사진을 통해 생생히 전달한다. 박노해의 사진은 오늘 '최후의 영토'에 살아 숨쉬고 있는 '최초의사람'을 통해 오래된 희망을 찾아나서는 치열한 여정의 기록으로, 오늘 위기에 처한 현대 문명과 우리 삶에 대한 깊은 화두를 던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