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강영희가 매일 아침 눈뜨자마자 ‘물이 허락한 사랑’이라는 제목으로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연재하는 ‘사랑에 대한 단상’을 모은 책. 일러스트레이터 이성표와의 운명적 만남을 통해 예쁜 그림책으로 탄생했다. 글쓰기는 2016년 6월 18일 처음 시작되었으며, 첫날 글쓰기는 다음과 같이 시작됐다.
물이 허락한 사랑 / 오늘부터 매일 아침 눈뜨자마자 떠오르는 사랑에 대한 짧은 생각을 올리기로 했어요 제 가슴이 먼저 두근거려요 최고의 화두임에도 불구하고 통속의 꺼리로 던져지는 사랑! 사랑의 감수성에 기대어 증오와 집착의 악몽에서 벗어나고 싶어요 두근거리는 사랑이 사라진 시대, 죽음과 맞바꿀 수 있는 사랑이 사라진 시대를 슬퍼하며, 새로운 감수성의 개화를 기다려요
강영희는 죽을 때까지 매일 아침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변함없이 쓰겠다고 말했다. 과연 그렇게 될지 그녀 자신도 궁금하다. 날마다 쓸 사랑 이야기가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사랑 이야기를 계속 쓰는 까닭도 의문이다.
정신과 의사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마음의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저자는 2010년 종로구 내자동 한옥에서 무의식을 다루는 치유의 공동체 구문자답(九問自答)을 시작했다. 마음의 병을 앓는 수천 명의 사람을 만난 저자는 개인의 트라우마를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사회의 주요한 스토리텔링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랑의 감수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개인의 트라우마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개인이 겪은 사건을 다루어야 하듯이, 어느새 낡아버린 한 사회의 스토리텔링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구성원 모두가 함께 겪은 사건을 공감의 코드로 다루어야 한다. 그것이 2014년 4월 16일에 일어난 세월호 사건이었다는 사실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그래서 이 시리즈의 첫번째 책 <여기 그대 곁에 나 언제나 있었는데>와 세월호의 슬픔이 진하게 드리운 두번째 책 <여기 그대 곁에 꽃 한송이 피었어요>에 이은 세번째 책이다. 세월호는 당사자들과 가족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이며, 우리는 세월호를 통해 잃어버린 사랑의 감수성을 회복하고 새로운 스토리텔링,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가야 한다. 우리가 만들어갈 새로운 세상은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주는 것이 더욱 기쁜 사랑, 나를 비우고 너를 채우는 사랑으로 만들어가는, 그리하여 슬픔 대신 기쁨이 넘치는 세상, 트라우마가 없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