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살이에 지쳐 나도 모르게, 혹은 마음 단단히 먹고 살아가려고 일부러.
이런저런 이유들로 차갑고 딱딱하게 굳어 있던 심장을 한 번에 녹여버리는 글.
사랑을 이야기하면서도 결국 관계를 이야기하고, 나에 대해 말하는 것 같은데 다 읽고 나면 세상을 생각하게 한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고 나면 한층 철이 드는 것도 같다. 용용일기 특유의 아날로그 감성이 마음을 어루만져 나를 조금 더
넓고 큰 사람으로 만든다. 그저 그림 하나에 짧은 글귀를 남겨두었을 뿐인데 그 여운은 결코 짧지 않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나의 사랑과 인생을 돌아보게 하고,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 ‘혹시 이렇게 된 건 아니었을까?’ 넌지시 질문을 던진다.
『니가 오지 비가 오냐』는 페이지를 넘길수록 읽는 이로 하여금 속이 꽉 찬 어른이 되게 한다.
빛의 농담을 정확히 표현해 인물 묘사에 자연스러움을 더하는 흑백영화처럼
민감성의 글은 마음의 명암을 정확히 표현해 그의 인생 묘사가 어색하지 않다.
『닿을 듯 닿을 수 없음에』에는 닿을 듯 닿을 수 없었던 사랑과 인연, 꿈과 도전, 시간과 계절이 담겨 있다.
아쉽고 안타까워 더 아름다워지고 마는 마음과 저 멀리 보이지만 손에 쥘 수 없던 이상들이 한데 뒤섞인 청춘의 일기장과도 같다.
저자 민감성은 이 언덕을 함께 오르고 있는 이들에게 저기까지 올라가면 같이 시원하게 물 한 잔 마시자고, 그곳은 생각지도 못할 만큼 높아서 뒤돌아보면 모든 것들이 개미만큼 작아 보일 거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가 바라는 것들이 바라본 그곳에서 모두 이루어질 거라고.
이 마음의 기록물이 그 자신에게도, 읽는 이들에게도 수많은 감정과 인연들을 안고 살았던 청춘의 한 페이지로 간직되길 바란다.
장난기 많은 프로 돌직구러인 줄 알았더니 진심으로 공감할 줄 알고, 쓸쓸한 마음에 대놓고
빨간 약 칠하는 팩트폭력에 황당해했더니 솔직하게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더라.
인생이 참 X 같다고 말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장 어떤 동물을 떠올리거나 심할 경우 특정 신체 부위를 언급할 것이다.
하지만 여기 순진한 건지 성격이 좋은 건지 모를 한 청년은 사는 게 꽃 같다고 말한다. 지치고 힘들 땐 내게 기대지 말라며 버겁다고 말하고, 이제는 기다리는 거 말고 기대는 것 좀 하게 해달라고 뻔뻔하게 말하는 게 황당한데 속 시원하다. 그 글들을 보고 있자니 웃지 않을 수가 없다. ‘이게 진짜 내 마음인데.’ 싶어서, ‘그래, 바로 이 말을 하려던 건데.’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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