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맞이 눈이 내린다
무심한 세월 진달래는 우는 꽃
밤길을 혼자 걸으면
추리한 광경
시인詩人 김동욱金東郁은 사춘기 중학생 시절부터 시詩를 좋아하던 문학 소년이었다. 이후 예순을 목전에 둔 오늘에 이르기까지 시는 늘 그의 생활과 함께 하였다. 일상 속에서 수시로 시를 읽고 읊고 써 왔다.
시인 김동욱은 지금도 한국 현대시 100여 편을 암송할 수 있는데, 이 속에는 수많은 한국인들이 즐겨 애송하는 시의 대부분이 들어있다. 시의 생활화는 숙명적으로 그를 시인이 될 수밖에 없도록 이끌었는데, 그 과정에서 그는 나름대로 시에 대한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만인의 심금心琴을 울리는 좋은 시란, 결국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정서를 담고 있으면서 누구나 쉽게 읽고 즐겨 읊을 수 있게 쓰인 시라는 것이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외로운 존재여서 사랑과 그리움을 통하여 영혼을 달래고 위안을 얻는다. 그러므로 이러한 외로움이나 그리움의 정서를 품고 있어야 그 시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겠다. 또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시가 되려면 지나치게 현란한 수사修辭나 심오한 행간의미行間意味가 자제되는 것이 좋겠다. 또한 누구나 즐겨 읊을 수 있게 하려면 당연히 외형률이 되었든 내재율이 되었든 운율이 잘 살아있는 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시집詩集 『어머니』에 실려 있는 대다수의 시에는 많은 사람들이 쉽게 이해하고 공감하며 즐겨 읊을 수 있도록 쓰겠다는 시인의 의지가 잘 담겨 있다. 표제시標題詩 「어머니」는 이러한 시인의 의도가 반영된 백미白眉라 할 수 있는데,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시인의 애타는 그리움이 진솔하고 담담하게 그리고 평이한 언어로 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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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생각이 나면 나는 눈을 감습니다
이 세상 누구보다도 나를 위해 주시던 어머니
한없이 베풀기만 하시던 어머니
그러나 나는 아무것도 제대로 해 드리지 못했고
때로는 마음과 달리 섭섭한 언행으로
어머니 눈에 눈물을 글썽이게 한 적도 있었습니다
어느새 내 눈에 글썽이는 눈물 때문에
자꾸만 흐려져 가는 어머니 모습을 놓치지 않으려고
나는 지그시 눈을 감습니다
어머니 생각이 나면
나는 눈을 뜨지 못합니다
---- 시 「어머니」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