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지는 꽃, 흐르는 물」 그 2부의 막이 오른다.
닿을 수 없기에 애틋하고, 애틋하기에 불꽃처럼 타오르는 사랑.
서로를 향한 그리움은 붉은 꽃으로 피어나리…….
1권
그녀를 지키기 위해 역도의 길을 택한 사내, 하반!
그녀를 얻기 위해 제왕의 자리를 탐한 사내, 강율!
그들이 사랑한 불꽃같은 여인, 여원!
“날이 차다. 옷을 입어라.”
“내가 안쓰러운가요? 이리 모든 걸 다 보이고도 사내를 움직이지 못하니. 아니면 천박하다 비웃고 있는 건가요?”
“그리 보이느냐?”
그의 눈은 어느 때보다 깊고 고요해서 아무런 감정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여원은 그가 자신과 비슷한 마음임을 조금 알 것 같았다.
“하면 무엇 때문이죠? 왜 저를 이리 돌려보내려는 거죠?”
하반은 알몸의 그녀를 볼 수 없어 조용히 눈을 감았다. 하지만 감은 눈 안으로 이미 여원의 모습이 가득 들어와 있었다. 너무 과하지도 모자라도 않은, 소녀에서 여인으로 진행 중인 몸. 그래서 더 위태롭고 그래서 더 눈을 뗄 수 없는 그녀.
닿을 수 없기에 애틋하고, 애틋하기에 불꽃처럼 타오르는 사랑.
서로를 향한 그리움은 붉은 꽃으로 피어나리…….
2권
산에는 넝쿨이 나무를 휘감았고
들에는 나무가 넝쿨을 감았는데
나무가 죽으면 넝쿨이 감고 죽고
넝쿨이 죽으면 나무가 감고 죽네
너와 나의 정(情)도 이와 같더라…….
“처참하더냐? 너를 여전히 미워할 수 없는 나보다 더?”
하반은 여원의 앞으로 검을 던졌다. 쇠로 만든 검이 찰캉거리며 돌바닥 위로 떨어졌다. 그리고는 넝마가 된 옷을 헤쳐 제 왼쪽 가슴을 내밀며 일말의 망설임 없이 소리쳤다.
“자, 이제 나를 죽일 수 있겠지!”
“하…… 반…….”
그래, 그것이 이자의 이름이었다. 한때, 그리고 지금도 제 모든 것인 사내의 이름. 하지만 너무나 큰 과오로 인해 다시는 욕심낼 수 없는 이름. 죽음으로서도 다 속죄할 수 없는 이름.
“가요. 금군들이 오고 있어…… 그러니 어서 가요.”
“나 대신 능지처참이라도 당하겠다는 거냐?”
“그러면…… 날 용서해 줄래요?”
모진 인연, 끊으려야 끊을 수 없는 정…….
당신이 지옥에 있다면 나도 그리로 갈게요.
그러니 앞으로 다시는 외롭게 하지 않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