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안다는 것은 세계를 이해하는 길이요, 인간을 이해하는 길이다.
하나의 역사적 사건일지라도 그것은 인간이 무엇인지를 보여 주고, 그러한 인간이 살고 있는 세계를 열어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란 단순한 사실이나 사건 혹은 이야기가 아니라 의미를 담고 있는 이야기이고, 역사가 담고 있는 의미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에 이르는 중층적 의미이기에 그 역사성을 파악하는 역사의식이 중요하며, 그러한 역사의식에서 역사의 의미, 즉 역사의 철학적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한다. 그러한 점에서 역사는 윤리를 각성시키고 우리의 존재전체를 드러내어 인간의 혼과 넋, 그의 정신세계를 형성하는 까닭에 역사 앞에서 우리는 우리의 옷깃을 여미지 않을 수 없는 것 같다. 또한 그것이 역사가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하는 이유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역사가 제시하는 이념의 장은 결국 인간 사회에서 가능한 도덕성, 즉 정의라는 이념의 장이라고 생각해 본다. 종교가 그러한 것처럼 역사 또한 우리에게 도덕적 압력을 가하는 보편적 이념의 장인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은 정신적 존재로서 문화를 형성하여 사회를 구성하는 존재양식 속에 있으므로 인간은 누구나 그러한 도덕적 압력을 피할 수 없고, 그 속에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즉 역사적 정의는 곧 우리의 삶을 이끌어가는 정신적 이정표로서의 도덕성이고, 그것이 역사가 우리에게 궁극적으로 제시하는 보편적 이념의 장이라고 여겨진다. 그렇게 우리는 역사의 도도한 물결 속에 있고, 그러한 역사 앞에 서 있는 것이다. 그리고 역사적 정의를 바라보며 현실의 질곡을 이해하고 싸워 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