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 경관, 도시, 시간, 일상, 유머, 6가지 키워드로 영화를 읽다, 도시를 보다”
이 책은 일반적인 영화 에세이와는 그 결이 다르다. ‘영화로 읽는 도시 풍경’이란 부제목은 이 책의 지향점이 어디인지를 보여준다. 저자는 영화를 매개로 우리 삶의 터전이자 자신의 전공 분야인 ‘장소, 경관, 도시’를 조망한다. 하지만 딱딱한 전문 분야만을 다루지는 않는다. 일하는 여성으로서, 또 누군가의 딸이자 아내이자 엄마로서 일상을 살아내며 느낄 수밖에 없는 고단함과 즐거움도 영화 이야기에 함께 녹여낸다. 저자는 ‘아주’ ‘자주’ 영화의 주인공과 함께 울고 웃는다. 그런데 그 ‘격한’ 공감이 결코 과하지 않다. 저자가 소개하는 영화를 보지 못했더라도, 어떤 장면이 자연스럽게 연상되며 고개가 끄덕여진다. 영화 ‘원스’를 곱씹으며 저자가 이야기한 ‘진정성’이 그의 글에서도 느껴지기 때문이다.
책은 총 여섯 개의 장으로 구성되었다. ‘장소, 경관, 도시, 시간, 일상, 유머’가 각 장을 관통하는 키워드다. 저자는 ‘공원은 왜 만들어졌는가’(카페 소사이어티), ‘정원의 본질은 무엇일까’(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한 공간이 특별해지는 계기는 무엇일까’(브루클린), ‘도시의 정체성은 어떤 요인으로 생성되는가 또는 쇠락하는가’(라라랜드, 경주, 로스트 인 더스트), ‘유산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방법은 무엇인가’(디올 앤 아이)와 같은 도시 공간에 대한 궁금증부터, 설계가로서 느끼는 지난한 여정(버드맨), 일하는 여성을 바라보는 동지 의식(조이), 돌아가신 아버지가 떠오르는 일상의 공간(걸어도 걸어도)에 대한 이야기까지 폭 넓은 스펙트럼에 걸쳐 있는 36편의 이야기를 재기발랄하게 풀어냈다. 여섯 개의 이야기가 촘촘히 직조해낸 여섯 가지 키워드가 그려낸 36편의 이야기에서 누군가는 영화의 한 장면을, 누군가는 추억이 깃들어 있는 아스라한 풍경을, 누군가는 어느 도시의 구체적인 장소를, 또 다른 누군가는 자신의 삶의 한 순간을 떠올릴 것이다. 자신도 모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