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감정 중 현재 한국 사회에서 가장 뜨거운 감정을 꼽으라면 바로 혐오가 아닐까. 지난 몇 년간 가장 강렬한 이슈인 여성 혐오뿐 아니라 노조 혐오, 외국인 혐오, 동성애자 혐오, 장애인 혐오 등등 사회의 수많은 갈등의 결에서 그 존재감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는 감정이니 말이다. 혐오를 감정 그 자체로서 바라보고 접근한 책 『혐오, 감정의 정치학』이 출간되었다.
혐오는 부정적인 감정을 격하게 내뿜는다는 이유로 분노와 비교되곤 하는데, 저자는 논리와 정의를 표출하는 분노와 ‘말을 잃은’ 혐오를 구분 지으며 혐오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다. 거듭되는 좌절로 분노에 신물이 나 생각도 하기 싫은 순간에 바로 혐오가 온다. 2014년의 세월호 참사가 우리 사회를 혐오로 물들게 한 연원으로 지목되듯이 말이다. 혐오는 또 증오와도 비교가 된다. 그 행동을 두고 판단하는 ‘미움’이 격화된 증오와 달리 혐오는 그 존재 자체에 근거를 두는 ‘싫음’이 격화된 것으로서, 혐오는 다분히 심미적인 감정이 된다.
혐오라는 감정의 근원, 그리고 그 유구한 역사를 이야기한다면 혐오의 본질을 이야기할 수 있다. 입 안에 고인 침은 삼킬 수 있지만 컵에 뱉은 침은 삼킬 수 없듯이, 혐오는 내가 나로부터 분리한 속성을 나와 다르다고 구분지은 타자에게 부여하며 느끼는 감정이다. 되기 싫고 나쁘다고 여겨지는 속성들을 타자에게 부여한 뒤 타자를 약하며 악한 것이라고 혐오함으로써, 나는 선하고 무결하며 우등한 주체가 되는 것이다. 혐오는 주체가 스스로 선함과 우월함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활용되는 감정이기에, 본질적으로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