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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 운호가든집에서(창비시선 212)

김포 운호가든집에서(창비시선 212)

  • 고형렬
  • |
  • 창작과비평사
  • |
  • 2001-11-20 출간
  • |
  • 126페이지
  • |
  • 128 X 188 mm
  • |
  • ISBN 978893642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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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첫시집 {대청봉 수박밭}(1985) 이후 {해청}(1987) {사진리 대설}(1993) {성에꽃 눈부처}(1998) 등의 시집을 내면서 독특한 어법으로 꾸준한 작품활동을 해온 고형렬(高炯烈, 47) 시인의 새 시집(아홉번째) {김포 운호가든집에서}가 출간되었다.

고형렬의 시세계는 민족과 통일을 노래할 때나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이야기를 할 때도 목소리가 크거나 거칠지 않았다. 다만 조용하면서도 힘을 가진다. 이런 힘은 시인이 세계를 한없는 연민과 슬픔과 따스함으로 바라보는 시각에서 나온다. 그것은 멀찍이 떨어진 관조의 자세가 아니라 바로 옆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나 이웃의 일처럼 생활로써 살아내는 시각이다.

그러므로 그가 다루는 북한 땅은 우리의 일상으로 들어와 친숙하면서도 쓸쓸한 공간이 되고([진남포의 하루] [사리원길] ― {해청}), 전생이나 후생의 일들은 세밀한 묘사와 미시적인 것들에 대한 애정으로 현재진행형처럼 생생하다([물] [저 세상 밤하늘을 보며] ― {성에꽃 눈부처}). 고형렬 시의 또하나의 힘은 시의 대상이나 생활을 묘사할 때 화자의 개입을 자제함으로써, 독자가 독서하는 행위 자체로 시 속의 사건을 실제로 체험하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그러한 시들을 읽는 순간 우리는 시 속의 인물이 되어 같이 먹고 느끼고 생활하게 되는 것이다([모시떡] [금천탕의 옥동들] [광주이발관] ― {사진리 대설}). 이러한 시인의 목소리 때문에 그의 시집들은, 많은 시집들이 80년대 광포한 시대를 거칠게 견디다 사라지고 90년대 원색적인 언어에 물들어 훼손된 것과는 달리 오래도록 남고 다시 읽어도 그 힘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번 시집에서도 시인은 그만의 잔잔한 화법을 유지하고 있다. 오히려 더 낮아지고 투명하고 조용하기가 한없다. 마치 투명하고 쓸쓸하게 숨어 있는 풀벌레의 중얼거림과도 같다. 이 어법은 또 한적한 산사의 독경 소리와도 같아서 서서히 스며들다가 어느 순간 푹 젖어들고 종내에는 전신을 타고오르는 울림이 일각(一角)의 깨달음처럼 온다. 서늘하나 따스한 울림이다.

이는 철저히 화자의 주관적 개입을 배제하고 대상이나 풍경을 묘사함으로써 그것들 스스로 살아 있게 만드는 것에 기인한다. [김포 하성 운호가든집에서]와 [호랑이를 그리며]는 이러한 묘사의 특장이 잘 드러나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시인은 단지 인칭의 변화(3인칭과 1인칭)만을 꾀할 뿐이다. 이 묘사의 다각화를 느리게 쫓아가다 보면 독자는 자신도 모르게 결말에 이르러서는 그 쓸쓸함과 호젓함, 온기와 나른함에 깊이 빠져들게 된다. 이런 시점의 변화는 사람에서 동물로 전이되기도 한다. 동물의 시각으로 보는 세계는 인간의 것보다 객관적이고 선하며 따뜻하다.

이번에는 남자가 여자의 손을 살며시 잡는다 여자가 했던 것처럼 무릎에 보자기를 펼쳐놓고 손톱을 깎는다 여자 손톱이 남자 손톱에 섞인다 // 나는 더 못 보고 포르릉 (...) 멀리 날아가버렸다. ―[참새] 부분

이 섬세한 시인의 시선은 몸속 세포까지 묘사해서 미시적 세계를 확장된 세계로 진술하고 그 속에서의 삶과 생명을 노래하기도 한다([림프강의 저녁]). 그러나 이러한 묘사전략이 삶의 따뜻함만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끔찍하게 세밀한 묘사는 잔인하다.

암수 피는 모래톱에 던져져 뒤섞였다/ (...) 아낙은 장을 담그듯 백자와 알을 휘저었다/ 산이 눈감고 바다가 흉간을 열어주었다/ 이리하여 연어는 다시 돌아온다 ―[인공수정장에서] 부분

백자(정액)와 알을 채취당한 몸(피)으로 버려지는 연어의 인공수정 장면을 가감없이 제시함으로써 인공의 잔인함과 동시에 삶과 자연의 비의와 아이러니를 담담하게 역설한 시이다. 담담하게 말함으로써 비극적 울림이 커지는 것, 이것이 고형렬 시의 매력 중 하나다.

성(性)과 성기(性器)를 노래하는 작품에서도 시인의 호흡은 다른 시인들과 변별성을 가진다. 시인의 목소리 속에서 성은 관능적이거나 감각적인 것이 아니라 성(聖)스럽고 아름다운 것이 된다. 여성성을 찬미하는 것에서 출발해([여자호수] [이상한 性의 나라]) 시인 자신도 산통을 겪는 어미가 되고 싶어하는 갈망을 낳는다([산모]).

또 인간의 성행위는 지상에서 가장 성스러운 것으로 삶의 근원이 되는 행위라고 노래한다([세상]). 그래서 그 본능적이면서 성스러운 욕망을 지나온 성기는 낡고 늙어서 '흉터와 같은 곳'이 되었지만 슬프지 않고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無悲] [슬픈 샘의 노래]).

머리가 푸석한 어머니가 조용하다. 머릿니를 찾아 머리숱을 헤치다 며느리는 운다./ 어머니를 깨우지 않는다./ 가시는 길을 막지 않고 조용히 뉘어드린다(...)/ 이웃이 얼어죽는 캄캄한 겨울, 奧地에 해가 떨어지고 있다.
―[이 잡는 여인] 부분

이전 시집에서도 자주 시도했던, 다른 공간을 끌어와 우리 옆에 놓아두는 특징이 잘 드러나는 시이다. 1999년 북녘 땅의 상황을 이곳의 공간으로 옮겨서 바로 우리 이웃의 일로 만들어놓는다. 빈사상태의 동포들의 상황을 어떤 주의 주장 없이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우리 사회의 일면처럼 느끼게 하고 동화하게 만든다. 통일이나 민족에 대해 단 한마디도 이야기하지 않지만 독자는 시를 통해서 그 어떤 프로파간다보다도 크게 받아들이고 뼈저리게 느끼는 것이다.

시인은 또 인간이 자연과의 조응과 연대 속에서 존재한다는 것을 시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 보여준다. 어렵던 시절 불가사의한 자연의 배려로 오징어가 식량이 되는, 그래서 현재의 화자가 존재할 수 있게 되는 사건이 힘겨운 가족사적 배경과 함께 전개되는 [오징어 事變]이 그렇고, 백석의 단시에 나타나는 인간과 자연의 상호인과적 세계에 비견되는 [감기]에도 잘 드러난다. 또 백석의 내면적 감성, '외롭고 높고 쓸쓸한' 내적 성찰성에 견줄 만한, [월유산을 못 가다] [배 딴딴한 나귀놈을 타고] [고양시 백석동 1344 서안아파트 505동 703호] 등의 작품은 벗어날 수 없는 삶의 따스함과 비애를 회임하는 시인의 연민과 뜨거운 포용이 빛나는 시편이다.

시인의 이번 시집은 이전에 비해 달라진 시세계가 아니라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더욱더 깊고 맑아서 소박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대상을 끌어내고 묘사하고 노래하는 어조가 이미 무욕(無慾)의 경지에 올라 있다. 이것은 세계가 비의와 슬픔으로 가득 찬 것이라 노래하면서도 그것을 끌어안아 따스한 것으로 만드는 경지이다. 많은 시인들의 시세계가 삶의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위악적으로 변하거나 이상향을 설정해서 도피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고형렬은 고통스러우면 고통스러울수록 지상에 발을 딛고 머물면서 노래한다. 한없이 낮아지고 낮아지면서.

나 이 세상에 다시 태어난다면/ 저 맹인안내견으로 한생 살다가/ 죽어서 (...)/ 다시 이 세상에 안 와졌으면/ 했다 (...) // (...) 나는 어느 세월/ 말 못하는 누군가의 심복이 되어/ 한생 살다가/ 다시는/ 이 세상이 미워서도 싫어서도 아닌데/ 돌아오고 싶지 않다/ 그래서 어느날은 전철이/ 나와 주인을/ 쉬면서 가라고/ 이렇게 실어다주기도 할 것이다/ 그것도 미끄러지듯 가는/ 환히 불켠 지하에서 ―[맹인안내견과 함께] 부분

이 시는 수만번의 생 중에서 '장님'으로 태어나 '전자지팡이로 걸어가야 할 것이'라고 노래한 [장님]({성에꽃 눈부처})과 상통하면서도 더 낮고 외로워진 삶의 자세를 터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낮고 어두운 곳에서 맹인안내견으로 바라본, '미워서도 싫어서도 아닌' 세상의 슬픔을 이토록 뜨겁게 긍정하고, 긍정함으로 애잔해지는 명편이다.

벌레들은 나무껍질이나 흙속에 들어가 자리를 잡았고/ 몸을 잘 구부리고 머리는 어느 흙알로/ 돌베개를 삼았으며,/ 깊은 생각으로 건너는 일을/ 아니면 자신은 죽고 알을 남긴 비밀과/ 사람들은 양식을 마련했는가 하는 따위를/ 이 지상의 서원으로 삼았다 ―[해인사를 생각하는 날] 중 '誓願' 부분

욕심없음이 가없고 가없이 드러나는 시다. 소박하고 소박하여 깊게 울리는 시다. 미시적이고 가장 사소한 것이 어찌 보면 삶과 우주의 근본이라는 것을 체득한 시인은 가장 작은 소망을 일생의 '서원'으로 삼아 어떤 거대한 종교나 이념보다도 겸손한 목소리로 눈물겨운 위안을 주는 것이다.

저것이 바로 그 상고대라네./ 자세히 보게. 다 허물어지고 자취도 없이 사라질 걸세.// 우리들의 가슴 뼛속에도 저와 같은 햇살이 솟아올라/ 밤새 그려 세운 꿈이 깨어지기를! ―[꽃] 부분

미워진 사람들 다시 보고 싶게/ 시기와 욕심조차 아름다워졌으면,/ 가뭄 끝에 펑펑 쏟아지는 눈처럼/ (...) 못 견디게 그리운 사랑이었으면./ 그러나 우린 모두 사라질 것이다. ―[산머루] 부분

못 먹어 몸이 수척한 매 한 마리가/ 떨어질 듯 구릉을 날아가고 있었다// 겨울을 난 어느 생명이라도/ 저 주린 창자에게 자신을 바치게 하소서. ―[황조롱이] 부분

순리와 순명의 깨달음이 돋보이는 시들이다. 상고대(서리)와 눈처럼 삶은 덧없으나 그 속에 있는 한 인간의 그 어떤 욕망이나 속물근성도 씻어내고자 하는 것과 시기와 욕심까지도 사랑하는 자세는 삶 속에 깊이 뿌리내리지 않은 사람에게선 찾아볼 수 없는 경지이다. 또 배고프고 연약하게 된 강자(황조롱이)를 위한 기도는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지 않는 순결하고 내밀한 영혼만이 가질 수 있는 영역이다.

이러한 깨달음은 선적인 깨달음이 아니고 삶의 깨달음, 시적인 깨달음이다. 끊임없이 멸집(滅執)을 추구하면서도 삶의 영역으로부터 벗어나지 않으려는 시도가, 선(禪)과 다른 시의 본령이라 할 수 있다면 이번 시집은 그 본령의 전범이 될 것이다. 또 과도한 비유와 감각적인 언어에 길들여진 현시단에 깊고 먼 종소리를 울릴 것이다.

고형렬 시는 이제 비유로부터도 주제로부터도 자유로워졌다. 그저 고즈넉하다. 쓸쓸하고 따뜻하다. 한없이 슬프나 '애이불상(哀而不傷)'의 경지에서 조용하다. 가벼운 상태로 시인의 존재는 '몸 아닌 마음'으로, '마음 아닌 몸'으로 지상에 '머무르고 싶'어 하고([월유산을 못 가다]), '아무 일도 하지 못하고 서성이며 기다리는'([해인사를 생각하는 날]), 맑고도 깊은 삶으로 남기를 서원하고 있다.

목차

제1부
염하
물이 나간 자리
그믐께
생계 줍는 아침
첫여름
대청도를 지나며
생업
박대 굽는 저녁
부채
화수부두
섬으로 떠나는 셋째형을 배웅하며
북성부두
언 손
문신
배 이야기
섬길
다알리아와 칸나
가좌동
장릉공단
이작행
씨앗 몇알
조강에서 이무기 이야기
북새
전라도 아지매
봄바다
교동에서

제2부
장자의 꿈
간밤
보살집


굿당
흰 꽃
배를 기다리며
바다 거미
어선 춘덕호
칼치
간선
박꽃
굴봉 까는 저녁
조금달
추석 무렵
바닷가 집
굴을 쪼는 일
깽녀
굴업도
덕적군도
검댕이 아재
물목에 와서
봄밤
소랫길
굴막집

해설 / 박수연
시인의 말

도서소개

1979년 <현대문학>에 <장자> 등이 추천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한 시인의 시집. <강원도 부론면 어디쯤 멀리 가서 서울의 미운 사람들이 그리워졌으면 옛날 서울을 처음 올 때처럼 보고 싶었던 사람들, 그 이름들 어느새 이렇게 미워지고 늙었다 다시 진부 어디쯤 멀리 떨어져 살아 미워진 사람들 다시 보고 실게>-<산머루>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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