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개(보초) 소년을 모티브로 제주 4.3 사건의 가장 참혹했던 순간을 시각화한 작품. 1948년 말부터 이듬해 초까지 제주 4.3 사건에서 초토화 작전이 본격화되던 시기의 어느 중산간 마을이 무대이다. 당시 제주도에는 비상 계엄령이 내려지고, 군경으로 이루어진 토벌대는 중산간 지역의 모든 주민들이 무장대에게 물자와 은신처를 제공하고 있다는 전제에, 주민들을 폭도로 취급해 무차별적인 방화와 집단 학살을 자행하였다.
중산간 마을 주민들은 토벌대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빗개(감시원·초병의 뜻을 가진 영어 'Picket'에서 유래한 말로, 주로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이 맡았다.)를 세워 감시하였으나, 이 몇 달 새, 수만 명의 제주도 사람들의 인명이 희생되었고 130여 마을이 초토화되어 제주 공동체는 더 이상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
이 책은 60여 년 전, 평범한 삶을 살아가던 제주도 사람들이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학살의 대상이 되었던 이야기, 벗어날 수 없는 역사의 소용돌이 한가운데 놓인 사람들의 슬픈 운명을 그림으로 생생하게 보여준다. 아울러, 4.3 사건의 진실과 과정을 담은 '제주 4.3 사건’은 무엇인가'(박찬식 제주4.3연구소 소장)를 수록해, 사실에 근거해 그 진상을 소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