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래 작가의 두 번째 그림책 『염소똥가나다』는 첫 번째 그림책 《탄 빵》의 분위기와 의미를 그대로 이어받았다. 염소와 다른 동물들이 함께 어울려 노는 것도 그렇고, 신나게 놀면서도 주제 의식을 놓치지 않는다. 염소가 눈 똥을 개똥벌레가 모으고, 외나무다리를 건널 때는 라마가 폴짝 뛰어 위기를 피하고, 사자가 쫓아올 때는 자라가 도와준다. 동물들은 저마다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서로 어울려 살아간다.
개똥벌레는 커다랗게 똥을 모아 굴리지만, 언덕에 이르자 그만 똥을 놓친다. 이 똥 속에 개똥벌레도 갇히고, 염소, 타조, 자라, 라마, 사자도 갇혀서 데굴데굴 굴러간다. 무서운 빠르기로 구르던 염소똥 구슬은 염소가 처음 똥을 눈 가지 밭에 다다라서야 파파파 하고 터지며 구르기를 멈춘다. 똥은 산산조각 나 흩어지고, 동물들은 어리둥절해하지만 오늘 하루를 신나게 논 것만으로도 즐거운 듯하다. 동물들이 아무 생각 없이 놀던 사이에, 염소똥은 점자가 된다. 우리의 작은 놀이나 행위가 때로는 아무것도 아닐 때도 있지만, 때로는 무언가가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