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ㆍ현대문학 연구자이자 문학평론가인 김윤식이 한국문학사에 남긴 족적은 뚜렷하다. 김윤식은 근대문학을 규정하는 ‘근대성’의 성격과 본질을 탐구하고, 방대한 양의 자료를 수집하여 실증적인 방법으로 그 의미를 밝혔다. 문학사의 기술과 방법론, 시, 소설, 비평을 막론한 다양한 분야의 문인에 대한 작가론, 지금까지도 치열하게 이어오고 있는 현장비평 등 김윤식을 빼놓고는 한국 근ㆍ현대문학과 비평사를 제대로 논할 수 없다.
김윤식의 연구와 비평은, 해설을 쓴 서울대 국어교육과 윤대석 교수의 표현을 빌리자면, “사전에도 없는, 앞으로 등재될 가능성도 없는 책의 형식”으로서 “예외적인 존재인 김윤식이기에 가능한 것이고 또 의미를 지니는” 서문집을 낳았다. 수십 년 동안 매일 읽고 쓰는 생활을 이어온 결과 200권 가까이 책을 펴냈기에 그 서문만으로 한권의 책을 엮어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서문집’의 이유를 다작(多作)으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 한 편, 한 편의 서문을 읽다 보면 그의 생의 근거가 된 체험과 트라우마가 한국 문학 사상 비판과 같은 궤적에 놓이는 순간을 확인하기도 하고, 원고지 앞에서 글을 쓰며 ‘운명이라는 이름의 나 자신’을 마주하는 그의 고통을 만나기도 하며, 하나의 작가론을 쓰기까지 자료를 찾아 집요하게 추적하여 완성해 놓고도 작가를 인간으로 대면하는 함정에 빠질까 우려하며 문학사론으로 거리를 두는 치밀함에 놀라게 되기도 한다.
그는 자신의 서문을 ‘말하지 않아도 되는 말’이라 설명했지만, 이론적 탐구라는 사유의 과정과 글을 쓰는 비평의 행위가 다시 김윤식 자신의 실존적 내면으로 연결되는 과정은 완성된 원고를 앞에 두고 쓴 서문에서 더 명료하게 드러난다. 이렇듯 『김윤식 서문집』에서는 평생을 읽고 쓰며 비평가로 살아온 김윤식의 내면풍경의 일단(一端)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