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비슷한 길을 걸어온 두 동갑내기 친구가 있습니다. 똑같이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자마자 프랑스 전통 제과를 배우고자 떠난 파리에서 둘은 처음 만났습니다. 함께 유학 생활을 하며 둘 다 제과제빵 관련 잡지에서 파리 통신원으로 활동했고, 졸업 후 잡지사 기자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 후 각자 자신의 이름을 내건 쿠킹 스튜디오를 차리고, 사랑스런 외동딸을 기르며 한 명은 파리에서 한 명은 서울에서 서로의 삶을 개척해나갔습니다.
시간이 흘러 함께 유학한 지 14년 만에 두 친구는 다시 파리에서 만났습니다. 그간 쌓아두었던 이야기와 업데이트한 파리의 빵, 디저트, 카페에 관한 수다를 나누다가 한 가지 의문을 마주하게 됐습니다. ‘왜 우리나라 관광객들이 가는 곳은 늘 정해져 있을까?’
누구보다 파리와 빵을 사랑하는 두 친구는 결심을 했습니다. 포털에서 파리 관련 검색어를 넣으면 나오는 모두가 늘 가는 맛집, 잘 알려진 관광 명소가 아닌, 빵 맛을 좀 아는 파리지앵들이 실제로 즐겨 찾는 오늘날 파리의 맛을 담은 로컬 트레블 가이드북을 만들어보기로 말입니다.
그렇게 두 친구는 관련 흐름에 민감한 파리지앵들과 현지 제과제빵업계에 종사자들을 수소문하고, 현지 맛집 관련 웹 서칭을 통해 방대한 목록을 작성했습니다. 그리고 맛있는 빵집을 찾아다니느라 겁 없이 파리 구석구석을 누볐던 20대 시절로 다시 돌아가 발로 취재하고, 직접 맛을 보고, 분위기를 검증하며 추려낸 48곳의 ‘파리 빵?디저트 맛집’ 가이드북《다시, 파리》를 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