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기억은 어디로 갔을까』의 저자 낸시 에이버리 데포는 엄마가 깜빡깜빡하고, 조금은 심술궂어지는 모습이 단순히 노화에 따른 변화라 생각하며 여느 때와 다름없는 생활을 해나간다. 수업 중 느닷없이 걸려온 아버지의 전화가 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먼동이 트기 전 엄마는 잠옷 바람으로 집을 나갔고, 아버지는 엄마를 찾으러 나갔다가 계단에서 구르는 사고를 당하고 만다. 엄마가 동네 거리를 헤매는 그 시간, 아버지는 의식이 오락가락하는 상태로 계단 맨 아래에 홀로 누워 있었다. 추락 사고로 병원에 실려 간 아버지는 기도 삽관을 하는 과정에 폐에 구멍이 생기고, 그 폐렴이 일으킨 신부전과 싸우다 결국 세상을 떠나게 된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홀로 남겨진 엄마와 함께한 시간은 오해와 당혹감, 좌절과 죄의식이 공존하는 시간이었다.
낸시 에이버리 데포는 알츠하이머병을 더 잘 치료할 수 있는 여러 방법들을 우리에게 알려주는 동시에, 어머니와 함께하면서 생긴 오해와 여러 가지 위험한 순간들을 알려준다. 가장 중요한 점은 그녀가 우리에게 한 사람의 인간성을 지속적으로 상기시킨다는 점이다. 아마도 이것이 그 어떤 것보다 가장 중요한 교훈일 것이다. 누구도 원치 않지만 고된 길을 떠나야 하는 사람에게 그 길을 먼저 걸어간 사람의 조언처럼 도움이 되는 것도 없다. 병을 외면하거나 회피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똑바로 바라보라는 참담하지만 실질적이고 진실된 조언, 알츠하이머라는 질병이 주는 아픔과 그 고통을 이겨내려 노력하는 모습을 통해 깨닫게 되는 감동과 사랑의 메시지, 그리고 나이 들고, 병들고 늙고 죽는 것에 대한 삶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하는 묵직한 깨달음을 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