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역사 화해의 단초를 찾아서
2016년 한 해 동안 한국과 일본을 오간 양국 국민 약 740만 명,
중국과 미국에 이어 제3위의 무역상대국,
그럼에도 여전히 가깝고도 먼 나라, 한국과 일본
한국과 일본은 1965년, 13년 8개월이라는 사상 유례 없는 기나긴 교섭을 통해 국교를 정상화했다. 지난 50여 년 사이에 양국의 인적·물적 교류는 비약적으로 늘어났다. 일본 국민의 한국에 대한 이미지는 1998년을 경계로 부정적인 방향에서 호감을 느끼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한국의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일본과의 경제력 격차는 크게 줄어들었다. 1970년 한국의 약 30배였던 일본의 GDP는 최근에는 4배가 채 되지 않아 일방적인 의존에서 상호의존 내지 협력관계로 변화했다. 그러나 과거 역사를 둘러싼 양국 간의 인식 차이로 한일 관계는 냉탕과 온탕을 왔다 갔다 했다. 현재 한일 관계의 토대가 된 것이 1965년의 국교정상화였으며, 이것은 일본에 의한 식민지 통치에 대한 평가를 둘러싼 격투이기도 했다. 또한 후자는 아직도 여전히 양국 관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현재의 문제로 남아 있다.
이 책에는 식민지 통치, 국교정상화, 재일한국인, 관동대지진, 일본에서의 전후보상 재판, 한국에서의 강제동원 재판, 도쿄재판과 한국인 B·C급 전범,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한일 간의 역사 문제를 생각할 때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들이 망라되어 있다. 관련 분야를 오랫동안 천착해온 연구자들이 학술적이면서도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집필하도록 노력했다. 특히, 집필자 가운데 두 명은 일본인이다. 한 사람은 척박한 일본의 사회적 환경 속에서 전후보상 문제를 현장에서 관찰하고 지원해온 활동가이며, 다른 한 사람은 독일 현대사 분야의 권위자다.
한국에서는 독일과 일본이라는 두 패전국가가 어두운 과거 역사를 마주하는 데 대조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단적으로 말해 ‘반성하는 독일’과 ‘반성하지 않는 일본’이라는 인식 틀이 그것이다. 일본인 독일 역사학자의 눈에 비친 독일의 전쟁책임 문제, 과거 극복과 기억을 위한 독일 사회의 역사를 살펴보면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과거의 잘못된 역사를 반성하지 않는 일본, 그런 일본이 만들어낸 부(負)의 한일 관계사를 그려내려는 것이 아니다. 현재의 한일 관계를 규정하고 있는 문제들, 과거에서 현재 나아가 미래에까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제들을 있는 그대로 살펴봄으로써 양국 간의 역사 화해의 단초를 찾으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이 과거 역사를 둘러싼 한일 양국의 앙금을 해소하고 화해를 모색하기 위한 단초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