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키니를 입은 미녀들이 총을 난사합니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죠?
증조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나는 재산을 노리는 친척들의 꿍꿍이에 휘말려 산골 스파르타 기숙학교로 강제 입소...가 아니라 전학가게 되었어. 아끼던 게임기는 친구에게 넘겨주고, 석 달 전 우연히 알게 된 선배에게도 작별 인사를 하며 차근차근 준비를 마쳤지.
그런데, 선배와 인사한 뒤 교실을 나왔더니 일곱 시도 안 됐는데 사람이 아무도 없지 뭐야. 일곱 살 때부터 알게 된 소꿉친구 키리노와 함께 분위기가 묘한 학교를 빠져나오려는 내 눈 앞에 나타난 사람은 무려 암흑가의 무기상.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어. 그 청초한 선배가 러시아 무기상과 총기 거래를 하고 있었다니…….
키리노의 할아버지, 그리고 내 증조할아버지와 악연이 있던 무기상과의 충돌로 결국 짧은 총격전이 벌어졌는데, 세상에나. 방금 선배가 손에서 번개를 쏜 거야? 그리고는 이어지는 “학교 밖으로 나가세요!” 라는 선배의 외침. 무언가 큰 일이 벌어지려는 분위기에 필사적으로 교문을 향해 달려갔어. 정문까지 앞으로 1미터를 남기고 있는 힘껏 땅을 박찼지만. 세상이 새하얗게 물들어 버렸어.
클리셰도 이 정도가 되면 유쾌하다
비키니(그것도 성조기 비키니)를 입은 금발 여성, 총. 대형 오토바이. 트레일러 트레인. 카우걸 복장. 그야말로 쌈마이한 조합이죠. 게다가 나라 이름은 ‘테 키사스’(절대 그 텍사스가 아닙니다!)에 ‘네 바다’(물론 절대 그 네바다가 아닙니다!) 호수가 수원지라고 하니, 왠지 대문자로 큼지막하게 ‘AMERICA’ 와 ‘Fxxx Yeah’를 적어 두거나 ‘Don’t Mess with TEXAS!‘ 라고 왜곡 자막을 달아도 아무런 위화감이 없을 듯한 느낌입니다. 뭐,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클리셰 종합선물세트인 셈이죠.
그런데 유쾌합니다. ‘놀러 갈게!’로 이미 자신의 필력을 증명한 작가. 카미노 오키나는 ‘비키니를 입은 미녀가 기관총을 난사하는 이야기를 만들어 보자’ 라는 욕망을 훌륭하게 하나의 이야기로 쌓아 올렸습니다. 질주하는 오토바이와 트레일러, 불꽃을 튀기는 총격전. 여러분도 이 유쾌한 이야기를 함께 즐겨 주세요.
※초판1쇄 한정 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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