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렘브란트의 웃음

렘브란트의 웃음

  • 문광훈
  • |
  • 한길사
  • |
  • 2010-02-10 출간
  • |
  • 419페이지
  • |
  • 153 X 224 mm
  • |
  • ISBN 978893566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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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인간의 유한성에 대한 심미적 대응
문광훈에게 예술은 구원이다. 무엇으로부터의 구원인가? “눈멀어 털 빠지고 똥오줌을 못 가리는 잡종개의 말년처럼, 사람도 머지않아 최후의 시련을 맞는다”(261쪽)라고 하는 비극적 인식으로부터의 구원. 인간의 유한성과 삶의 덧없음에 대한 강렬한 인식은 문광훈의 에세이 전반에 흐르는 ‘매우 어두운 색조의 기저음’(김우창, 418쪽)이면서, 동시에 저자가 예술론을 펼쳐나가게끔 추동하는 근원적인 힘이다.
신 없이, 그러면서 타락 없이 우리는 구원될 수 있을 것인가? 종교에 의탁하지 않고도, 혹은 허무주의나 쾌락주의에 빠지지 않고도 소멸의 운명을 감당해낼 수 있을 것인가? 문광훈은 동서고금의 예술작품에서 해답의 실마리를 풀어나간다. ‘마르케스, 베르메르, 렘브란트, 벨라스케스와 함께 장자와 도연명, 이상, 김현승, 최인훈, 강운구 그리고 바흐나 베토벤 또는 모차르트 그리고 예술을 논하는 메를로 퐁티나 푸코와 같은 철학자들’(418쪽)이 그 과정에서 검토된다. 저자는 이들 예술가들의 작품을 진지하게 비평하면서 삶과 세계와 예술 전반을 성찰한다. 시시각각 스러져가는 순간적인 일상에서 영원성의 깊이를 발견하는 것, 또는 영원성에 대한 집착 자체를 덜어내는 것, 언뜻 보기에 모순되어 보이는 이 두 뭉치의 실타래는 문광훈이라는 장인의 손에서 하나의 예술론으로 직조된다.
이 책은 2003년부터 2009년에 걸쳐 저자가 각종 지면에 발표했던 여덟 편의 글에, 새 원고 「‘이국종 강아지’와 미학」「실내악」 두 편을 더하여 총 10편의 예술 에세이를 묶은 것이다. 그간 『심미적 인문성의 옹호』『시의 희생자 김수영』등의 책을 통해 예술작가로서의 행보를 유감없이 보여온 문광훈은, 이번 책 『렘브란트의 웃음-문광훈의 예술론』에서 자신의 이름을 제목 전면에 처음으로 내걸었다. 그런 자신감에 걸맞게 이 글들은 예술론인 동시에, 그 자체로 인문학 에세이의 도저한 한 경지를 펼친 듯이 보인다. “모든 문장이 시적이기를 지향한다”는 그의 포부대로, 독자들은 책 어디를 펼쳐도 독창적인 스타일의 한국어 문장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예술 감식안으로 가려낸 그림과 사진 수십 점은 이 책의 품격을 한층 더한다.

순간에 깃든 영원성을 향한 열망
문광훈은 순간적으로 존재하다가 사라지는 것들 속에서 영원성을 발견한다. 그것이 그가 소멸의 운명을 감당하는 첫 번째 방식이다. 눈에 보이는 일상적 현상은 매순간 변화하지만, 그 현상 하나하나에는 플라톤적인 ‘형상’(eidos)이 내재해 있다는 것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어쨌든 “미는 도처에 편재한다”(233쪽). 이 영원한 미의 형상에 좀더 많이 닿아 있는 것일수록 우리에게 아름답게 느껴진다. 문광훈이 베르메르의 그림에 감동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평화롭고 신성한 나날」에는 베르메르의 그림 세 점이 소개되는데, 하나 같이 일상적인 장면을 그려놓은 것들이다. 그림 속의 인물들은 우유를 따르고 있거나, 편지를 읽고 있거나, 지도를 그리고 있는 중이다. 저자는 베르메르의 그림이 특별할 수 있는 것은 이 일상적 삶에 스며 있는 초월적 차원 때문이라고 말한다.

“어떻게 창가에 서서 편지를 읽고 빵을 썰며 우유를 붓는 일이 우아할 수 있는가. 어떻게 그토록 흔해 빠진 것들이 영원한 아름다움을 지닐 수 있다는 말인가. 삶의 고양된 순간은 더 이상 생활의 저 너머에, 규범과 정전(canon)과 이념의 형태로 표준화되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여기 이 삶 안에, 생활의 낱낱 속에, 말하고 웃고 일하며 생각하는 순간 가운데 스며들어 있다.” (104쪽)

이런 초월적 차원이 스며 있는 한국의 근현대 작품도 있을까? 문광훈은 「우리 삶이 지나온 자리」라는 글에서 사진작가 강운구와 권태균의 작품집을 주목한다. 그들의 사진집 『강운구 마을 삼부작 30년 후』는, 동일한 장소에 대한 30여 년 전의 강운구 사진과 2000년대의 권태균 사진이 병렬되어 있는 독특한 형식을 가지고 있다. 문광훈은 이런 대비를 통해 30여 년 전의 일상에 빛나게 묻어 있던 아름다움, 즉 남루한 일상 속에 묻어 있던 영원성을 발견한다. 그러나 그것은 경이로움과 동시에 안타까움을 불러일으킨다. 이미 상실된 영원성이기 때문이다. ‘미는 도처에 편재’하는 대신 매순간 자리를 달리하는 것이다. 문광훈이 보기에 한국의 예술가들은 근현대의 식민지 경험 이후 일상에 깃듯 초월적 자리를 잘 못 찾고 있다. 저자는 「이국종異國種 강아지와 미학」에서 마르케스의 삶과 예술을 돌아보며, 어딘지 어색한 모습의 ‘이국종 강아지’ 같은 한국의 예술풍토를 쇄신시킬 수 있는 길을 모색한다.

허심망아, 영원성을 놓아버리다
한편 저자에게는 인간의 실존조건에 대한 해답을 구하는 또하나의 흐름이 발견된다. 그것은 불교적 또는 도교적 해결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어떻게든 영원성을 발견하려 하기보다, 영원성에 대한 체념을 통해, 즉 소멸의 운명을 받아들임으로써 인간의 유한성을 극복하려는 방식이다. 이 책의 중심 꼭지인 「렘브란트의 웃음」의 모티프가 되는 「제욱시스로서의 자화상」이란 그림을 보며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제욱시스는 모든 허황된 것들에 미소로 응답하는 듯하다. 마치 이것들과 결별이라도 하는 듯이. 그 웃음은 지나간 현재와 지금 현재 시간과 기꺼이 작별하는 듯하다. 결별하여 도달하게 될 좀더 나은 것, 지금 이 상태로는 아닌 것―더 평화롭고 사랑스런 것은 무엇일까.” (241쪽)

문광훈이 보기에 제욱시스는 현재와 ‘기꺼이 작별하는 듯하다.’ 삶의 모든 신산한 괴로움을 다 겪고 이제는 화면 깊숙한 어딘가로 흐릿하게 사라질 듯한 렘브란트. 소멸의 운명 앞에서도 아무런 미련이 없다는 듯이 웃고 있는 그 작은 노인을 보면서, 저자는 어떤 초탈한 경지, 허심망아(虛心忘我)한 마음 상태를 감지한다. 그것은 「마른 나무와 남은 재」라는 다른 글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작위성을 지나 자연의 본래 모습으로 돌아간’(371쪽) 고요한 마음을 뜻할 것이다. 또는 헨리 무어, 김기택 등의 예술가가 나름의 방식으로 표현한 연기(緣起)의 원리?물아일체(物我一體) 등을 뜻할지도 모른다(「예술, 세계의 인간화」참고). 이렇듯 문광훈은 영원성과는 또다른 방향, 즉 ‘체념’(諦念)의 세계관에 자신과 자신의 예술론을 열어두고 있다. 어느 쪽이든 문광훈에게 남는 것은 ‘예술’이며, 그 심미적 구원의 자장 속에서 그는 소멸의 운명을 버틸 것이다.
세계의 불확실성과 예술의 사명 김우창 이화여대 석좌교수

문광훈 선생에게 예술은 개체적인 사물과 그 환경, 개인과 사회 그리고 세계를 하나로 융합하는 과정이고 그 과정의 소산이다. 또 예술 작품은―바로 그것이 이러한 과정의 소산이기 때문에― 예술가와 그 감상자를 하나로 이어주는 매개자이다. 이러한 융합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예술가의 주체적 과정 그리고 그에 겹쳐지는 감상자의 주체적 과정이다. 그렇다고 예술이 제 마음대로 꾸며내고 지어내는 주관의 자의적 행위라는 것은 아니다. 예술이 창조적 주체성의 표현이라고 하면서도, 그는 그 주체성이 “손쉬운 위로의 언어”, “자기 만족적 교의(敎義)와 주어진 체계”에 떨어지는 것을 경계한다. 예술가나 감상자의 주체의 작용을 중시한다면, 그것은 사람의 삶과 세계의 직접적인 현존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이 삶과 세계는 간단한 개념적 구성으로 포착될 수 없다. 사람의 “자아에게[는] 수백 개의 무늬”가 있고, “세계에는 수천수만의 물결무늬가 있다.” 이러한 삶과 세계의 무늬를 제대로 알 수 있게 하는 것이 예술의 주체적 과정이다. 이 과정은 스스로에로 돌아가는 것이면서 동시에 스스로를 비어 있게, 투명하게 그리고 널리 열려 있게 하는 일이다.
『렘브란트의 웃음』은 예술 전반을―문학과 음악과 미술을 다 포괄하고자 한다. 그리고 동서고금의 예술적 업적들을 자유자재로 언급해 나간다. 마르케스, 베르메르, 렘브란트, 벨라스케스와 함께 장자와 도연명, 이상, 김현승, 최인훈, 강운구 그리고 바흐나 베토벤 또는 모차르트 그리고 예술을 논하는 메를로 퐁티나 푸코와 같은 철학자들이 논의에 포함된다. 그러면서 필자의 논의는, 논의하는 필자 자신의 주체적 작용에 대한 반성으로 변주된다. 그리하여 예술론은 예술론이면서 쉼 없이 계속되는 내면독백과 자기성찰에 합류한다. 어떤 부분에서 이러한 내면 독백은 서사적 암시를 가지기 때문에, 심리소설의 느낌을 주기도 한다.
내면독백은 필자 자신의 마음속에 일어나는 일―그 생각과 인상들을 검토하는 일이 되지만, 그것은 동시에 그러한 독백에 잠기는 자신의 삶에 대한 이야기이고, 처해 있는 시대에 대한 비판적 검토이다. 필자의 마음은 되풀이하여 권력과 물질의 위세가 만들어내는 비인간적인 현실로 향한다. 마음은 그것을 개탄하면서, 그러한 현실에 대비하여 완전히 무력한 것으로 보이는 예술에 대하여 회의를 품지 않을 수 없다. 제2부의 「실내악」이란 제목의 장―비오는 날 귀가한 남자가 아내의 하소연과 우울한 날씨를 모른 채 하면서 글을 읽는 것을 그리고 있는 “어떤 장면”이란 부분은, 시대와 예술과 예술의 이상에 헌신하는 삶의 암울한 모순을 가장 소설적으로 극화하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예술론의 밑에 흐르고 있는 것은 이와 같이 매우 어두운 색조의 기저음(基底音)이다. 그러나 문광훈의 견해로는 세계의 불확실성을 드러내주는 것이 가장 핵심적인 예술의 사명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것은 바로 세계의 창조적 가능성 그리고 늘 새로울 수 있는 삶의 바탕이라는 것을 깨우치게 하는 일이기도 하다. 예술론의 마지막 부분이 장자와 도연명에 대한 언급으로 끝나는 것은 자연스럽다. 장자가 마른 나무와 타버린 재를 말하는 것은 세상을 더 맑고 초탈한 눈으로 보라는 것이고, 도연명이 전원으로 돌아가라는 것은 속세의 허상을 벗어나 자연으로 돌아가 하늘과 구름과 나무와 샘물의 아름다움을 보라는 것이다. 예술은 사람들에게 이러한 자연과 존재의 자기 쇄신을 알 수 있게 하여 스스로를 갱신해나갈 것을 말하여준다. 『렘브란트의 웃음』은 문광훈 선생의 예술론이면서 이러한 세계와 삶 그리고 스스로의 삶의 참모습을 향한 탐색의 독특한 기록이다.

목차

비예술적 시대의 예술 / 서문에 부쳐

1 지금 여기의 예술
'이국종 강아지'와 미학
우리 삶이 지나온 자리 - 권태균의 『강운구 마을 삼부작 30년후』
평화롭고 신성한 나날 - 베르메르와 빛
예술, 세계의 인간화

2 세계-숨결-글-리듬
글은 삶의 평균율
렘브란트의 웃음 - 말년의 자화상들
실내악

3 표현-반성적 응전
거친 현실의 내면 - 강운구의 사진세계
근대적 성찰은 어?게 생겨났나 - 벨라스케스의 「시녀들」
마른 나무와 남은 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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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목록

세계의 불확실성과 예술의 사명

저자소개

저자 문광훈은 고려대 독문과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하고 독일 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페터 바이스의 소설 ‘저항의 미학’에 나타난 아방가르드주의, 정치 그리고 문화의미론」(1999)으로 독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로 있다. 지은 책으로 2006년 한길사에서 펴낸 『시적 마음의 동심원: 김우창의 인문주의』와 『심미적 인문성의 옹호: 김우창과 아도르노의 예술문화론』을 비롯해 『구체적 보편성의 모험: 김우창 읽기』(2001), 『시의 희생자 김수영』(2002), 『숨은 조화』(2006), 『교감』(2007),『세 개의 동그라미: 마음?이데아?지각』등이 있다. 옮긴 책으로 『요제프 수덱』(2005)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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