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의 순간에 관한 기록!
황규관 시인의 네 번째 시집『태풍을 기다리는 시간』. 1993년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저자는 이번 시집에서 인간의 삶은 물론 세계 전체를 거대한 시간의 표상으로 감각하고 있다. 근대적인 유동적 시간관과도, 나아가 순환하는 농경적 시간관과도 구별되는, 적층되는 시간관을 통해 삶의 과정을 과거와 현재의 삼투와 습함으로 인식한다. 노동이라는 제한적 영역을 벗어나 몸과 살을 오가며 일종의 우주론적이며 생태론적인 영역으로 발걸음을 넓힌 ‘경계’, ‘아름다운 꽃밭’, ‘무너지는 시간’, ‘공장 밖이 위험하다’ 등의 시편을 수록하였다.
☞ 이 책에 담긴 시 한 편!
꽃
꽃은 내가 모르는
어두운 세계에서 오고
나라는 의미는 꽃이 피운 것
그러나 동시에 무지이므로
나는 첩첩산중의 불빛 한 점,
위태로운 숨결이다
여기까지 온 것도
꽃의 침묵,
그게 나를 떠나게 한다
나를 머물게 한다
그리고 저물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