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바구니 담기 close

장바구니에 상품을 담았습니다.

뱀들의 여왕

뱀들의 여왕

  • 리처드 프랜시스 버턴
  • |
  • 바다출판사
  • |
  • 2011-03-31 출간
  • |
  • 264페이지
  • |
  • 132 X 214 X 20 mm /404g
  • |
  • ISBN 9788955615821
판매가

8,000원

즉시할인가

7,200

배송비

2,300원

(제주/도서산간 배송 추가비용:3,000원)

수량
+ -
총주문금액
7,200

※ 스프링제본 상품은 반품/교환/환불이 불가능하므로 신중하게 선택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출판사서평

언어의 천재가 작업한 세계문학사의 기념비적인 번역

<<천일야화>>의 번역으로 유명한 리처드 프랜시스 버턴만 한 언어의 천재는 문학사뿐 아니라 어느 분야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보르헤스에 의하면 버턴은 17개 언어를 할 줄 알았고 35개의 언어를 알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학자가 아니었다. 오히려 모험가에 가까웠다. 아프간인으로 변장하고 메카를 순례하기도 했으며 아프리카의 탕가니카 호수를 발견하기도 했다. 신대륙과 구대륙을 막론하고 그의 발길이 닫지 않은 지구 위의 땅은 거의 없을 정도다. <<천일야화>>는 버턴 이전에도 몇 사람이 번역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종교와 문화의 차이를 감추기 위해 각자의 입맛에 맞게 윤색해 <<천일야화>>를 옮겼다. 버턴은 <<천일야화>>에 그가 직접 경험했던 이슬람 문화의 요소들을 꼼꼼히 각주로 삽입했다. 그 각주의 양은 거의 백과사전에 육박할 정도이다. 버턴판 <<천일야화>>는 문학사의 전설로 남았다. 그리고 <<천일야화>>를 너무도 사랑했던 보르헤스는 주저 없이 버턴판 <<천일야화>>를 그의 환상 세계문학 전집 안에 포함시켰다.
보르헤스가 방대한 <<천일야화>> 중에 뽑은 첫 번째 이야기는 <유대인 의사 이야기>이다. 유대인 의사가 진찰한 한 청년이 오른손이 없어 그 이유를 묻자 자신이 손을 잃게 된 내력을 의사에게 들려주는 형식이다. 이국에서 상인으로 성공한 청년이 어느 날 밤 자신에게 접근한 여자와 하룻밤을 보내고 뒤이어 여자의 여동생과 함께 또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아침에 눈을 떠보니 여동생의 목이 잘린 채로 누워 있고 청년은 대경실색하여 도망치지만 보석 절도 혐의로 손이 잘리고 자신의 누명을 벗게 해준 현명한 태수를 만나는데 그가 알고 보니 자신에게 접근했던 두 여자의 부모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동생을 죽인 언니도 어떻게 비참한 최후를 맞았는지를 듣게 된다. 이국의 풍광과 호기심을 자극하는 <<천일야화>>의 전형적인 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이다.
이어지는 <뱀들의 여왕>, <불루키야의 모험>, <얀샤 이야기>는 이야기 안에서 이야기로 들어가고 또다시 이야기 속으로 들어갔다가 이야기 밖으로 나와 처음 이야기로 돌아가는 재미있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시브라는 청년이 나무 하러 산에 갔다가 꿀단지가 가득한 신비한 동굴을 발견하지만 동료 나무꾼들의 배신으로 동굴에 갇히고 거기에서 뱀들의 여왕을 만나 화려하기 그지없는 뱀들의 궁전에서 온갖 즐거움을 맛본다. 그리고 여왕뱀의 요청으로 그곳에 머물며 여왕뱀의 이야기를 듣는다.
<불루키야의 모험>은 선왕이 세상을 뜨고 왕좌를 물려받은 불루키야가 우연히 마호메트의 기사를 발견하고 마호메트를 만나기 위해 세상을 유랑한다는 이야기이다. 불루키야는 마호메트를 찬양하는 뱀들의 섬, 예루살렘, 솔로몬 왕의 묘 등을 유랑하다 뱀들의 여왕을 만나게 해주면 마호메트를 만나게 해주겠다는 제안을 듣고 뱀들의 여왕을 찾아온다. 여왕의 노여움을 탄 불루키야는 위기일발의 상황에서 천사 가브리엘을 만나고 가브리엘에게 마호메트를 만나게 해달라고 간청하지만 천사는 거절하고 떠난다. 그 뒤로도 불루키야는 마호메트를 찾아 거인의 섬, 전쟁터, 마신들의 도시를 떠돌고 대천사를 만나 알라의 위대함과 천국의 모습을 전해 듣는다. 불루키야는 천사들이 지시한 방향으로 가다가 무덤가에서 울고 있는 얀샤를 발견하고 얀는 자신이 그곳에서 울고 있는 이유를 불루키야에게 들려준다.
<얀샤 이야기>는 카불 왕국의 왕자 얀사가 배를 타고 어느 섬에 갔다가 표류하여 정처 없이 세상을 떠도는 이야기이다. 개들을 타고 다니는 원숭이들의 섬에서 왕 노릇을 하다가 그곳에서 도망쳐 유대인들의 왕국에 도착하고 거기가 솔로몬 왕의 왕국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곳에서 출입이 금지된 방을 들어간 얀는 거기서 마신의 딸들을 보게 되고 그중 한 명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 한 노인의 충고로 마신의 딸을 붙잡는 데 성공한 얀는 마신의 딸을 데리고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게 된다. 하지만 마신의 딸은 자신의 날개옷을 발견하고는 그것을 입고 떠나버리고 실의에 빠진 얀는 마신의 딸을 찾아 다시 방랑길에 오르게 된다. 얀가 마신의 딸을 찾아 방랑하는 사이 카불 왕국은 힌두 왕국의 침공을 받고 왕국은 백척간두의 위기에 선다.
이 세 편의 이야기는 얀가 불루키야에게 들려준 이야기를 뱀들의 여왕이 다시 하시브에게 들려주는 형식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전해 주는 목소리는 바로 천일 동안 임금 옆에서 임금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 이야기를 지어내는 셰에라자드이다. 현기증이 날 정도로 복잡한 이야기의 미로 속에서 세상의 모든 판타지를 응축시킨 듯한 이 이야기를 읽다 보면 보르헤스가 왜 <<천일야화>>의 수많은 에피소드들 가운데 이 작품들을 선택했는지 독자들은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바벨의 도서관을 펴내며

성서는 인류의 모든 혼돈의 기원을 바벨이라 명명한다. ‘바벨의 도서관’은 ‘혼돈으로서의 세계’에 대한 은유이지만 또한 보르헤스에게 바벨의 도서관은 우주, 영원, 무한, 인류의 수수께끼를 풀 수 있는 암호를 상징한다. 보르헤스는 ‘모든 책들의 암호임과 동시에 그것들에 대한 완전한 해석인’ 단 한 권의 ‘총체적인’ 책에 다가가고자 했고 설레는 마음으로 그런 책과의 조우를 기다렸다.
‘바벨의 도서관’ 시리즈는 보르헤스가 그런 총체적인 책을 찾아 헤맨 흔적을 담은 여정이다. 장님 호메로스가 기억에만 의지해 <<일리아드>>를 후세에 남겼듯이 인생의 말년에 암흑의 미궁 속에 팽개쳐진 보르헤스 또한 놀라운 기억력으로 그의 환상의 도서관을 만들고 거기에 서문을 덧붙였다. 여기 보르헤스가 엄선한 스물아홉 권의 작품집은 혼돈(바벨)이 극에 달한 세상에서 인생과 우주의 의미를 찾아 떠나려는 모든 항해자들의 든든한 등대이자 믿을 만한 나침반이 될 것이다.
-바다출판사 편집부

바벨의 도서관 - 보르헤스 세계문학 컬렉션

<바벨의 도서관>은 20세기 가장 위대한 작가 중 한 명이자, 작가들의 작가라고 불렸던 보르헤스가 선집한 독특한 세계문학 전집이다. 보르헤스가 이탈리아의 출판인 프랑코 마리아 리치와 손잡고 그를 행복하게 했던 작가 29명을 선정했고, 그들의 작품들 중 특히 인상적이었던 중단편들을 추려냈다. 각 작품집 앞에는 보르헤스가 직접 작가와 작품에 대한 해제를 실었다. 보르헤스 특유의 어법이 유감없이 구사되는 그의 해제들은 작품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은 물론이고 문학에 대한 독특한 감상법과 그의 창작의 배경도 은근히 내비치고 있다. 그리고 이탈리아뿐 아니라 유럽을 대표하는 저명한 일러스트레이터로 새로운 장르의 회화를 창시했다는 찬사를 받는 툴리오 페리콜리가 그린 보르헤스를 비롯한 30명의 작가의 예술성 넘치는 일러스트가 실려 있다. 이번 1차분 10권 출간을 시작으로 ‘바벨의 도서관’은 내년까지 총 29권의 작품집을 완간할 계획이다.

1. 새롭고 다채로운 세계문학전집

‘바벨의 도서관’은 매우 주관적인 세계문학전집이다. 공상과학소설이라는 장르의 태동에 심대한 영향을 끼쳤지만 우리 독자들에게는 낯선 C. H. 힌턴 같은 작가가 들어 있다는 것으로도 그런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도스토옙스키의 <악어> 같은 작품을 통해서는 카프카의 단편들이나 카뮈의 <<이방인>> 같은 부조리한 소설의 기원이 의외로 오래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처럼 널리 알려진 톨스토이의 걸작도 보르헤스의 안목으로 다시 보면 전혀 다른 의미 속에 놓이게 된다.
‘바벨의 도서관’은 무엇보다도 발견의 즐거움을 준다. 루고네스, 힌턴, 벡퍼드, 로드 던세이니, 매켄, 파피니, 빌리에 드 릴아당, 레옹 블루아 등 처음으로 소개되는 작가들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그리고 익히 알려진 작가들도 ‘바벨의 도서관’에서는 보르헤스가 엄선한 단편들로 새롭게 독자들과 만난다. 보르헤스가 선정한 환상적인 단편들이라는 ‘바벨의 도서관’ 시리즈의 컨셉은 독자들에게 세계문학에 대한 천편일률적인 시각을 교정하게 하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세계문학이라는 거대한 대하를 큰 지류 몇 개만 대강 흩어보고서 판단해 왔던 것일 수 있다. 세계문학 출간 붐이라 할 수 있는 현재에도 우리는 여전히 큰 지류들 몇 개만 반복적으로 탐험할 수밖에 없었다. 널리 알려진 작가들의 대표작들 위주로 한 세계문학 전집의 구성은 필연적으로 중복을 불가피하게 만든다. 하지만 가짓수는 많은 것 같지만 똑같은 재료를 써서 만든 요리만 죽 차려져 있다면 그것을 즐기는 사람의 입장에서 재미는 반감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제 ‘바벨의 도서관’은 세계문학이라는 대하를 이루는 작지만 흥미 있는 지류들을 탐색할 수 있게 해준다. 전인미답의 그 지류를 안내하는 사람이 바로 보르헤스라면 이 탐험은 분명 기대할 만하지 않을까. ‘바벨의 도서관’은 개별 작품 자체의 의의를 넘어서 세계문학을 다시 한 번 조망할 수 있는 계기를 세계문학 독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2. 보르헤스 창작의 원천

20세기 중반 이후 문학뿐 아니라 현대철학 전반에 걸쳐 보르헤스보다 더 큰 영향을 준 사람은 서구 지성계를 통틀어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그에 비견되는 사람조차 꼽기 힘들 정도로 보르헤스의 존재감은 우뚝하다. 이탈로 칼비노,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등 20세기의 대문호들이 보르헤스에게 아낌없이 찬사를 바쳤다. 또 시간과 무한과 거울과 미로와 도서관의 이미지로 대변되는 보르헤스의 단편들은 포스트모더니즘, 구조주의, 해체주의 등 모더니즘 이후 새로운 철학사조를 고민했던 사상가들을 자극했다. 그가 본격적으로 해외에 알려진 1960년대 이후 서구 지성계에서 근대성에 대한 고민이 비롯되었다는 사실은 보르헤스의 영향이 아주 직접적인 것이었다는 사실을 강력히 입증한다. 보르헤스는 1970년도에 문학계 저명인사들을 대상으로 한 리서치에서 압도적인 지지로 노벨문학상 후보로 꼽혔지만 정작 수상의 영광은 솔제니친에게 돌아갔다. 그 결정은 사람들로 하여금 노벨문학상의 안목에 의심을 갖게 만든 대표적인 사례(프루스트, 조이스 등과 더불어) 중 하나로 꼽힌다.
바벨의 도서관은 그런 보르헤스의 작품 세계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알게 해주는 직접적인 단서가 된다. 어린 보르헤스를 매혹시켰던 오스카 와일드(보르헤스는 열 살 때 오스카 와일드의 <행복한 왕자>를 스페인어로 번역해 발표했다)부터 보르헤스가 애정을 담아 ‘아마추어’ 작가라고 한 벡퍼드, 4차원의 문제에 대해 처음으로 고민했던 힌턴에 이르기까지 그가 인생의 말년에 행복한 추억에 젖어 회상했던 작가들의 작품들은 보르헤스가 어떤 독서 편력을 거쳐 그만의 독특한 글쓰기를 완성할 수 있었는지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각 작가들이 보르헤스한테 끼친 영향은 작품집 앞에 실린 애정이 듬뿍 담긴 보르헤스의 해제를 통해 알 수 있다. 이 해제들은 20세기를 대표하는 대문호의 독서 편력을 엿보고자 하는 호사가들의 호기심도 충족시킨다.

3. 환상

<바벨의 도서관>을 선정하면서 보르헤스는 ‘환상’이라는 단어를 키워드로 작품 목록을 추렸다. 보르헤스의 작품 세계와 그가 여러 차례 환상문학 선집을 펴냈던 걸 감안하면 새로운 세계문학전집을 기획하면서 환상문학을 염두에 둔 것은 당연해 보인다. 보르헤스의 환상문학은 국내에서 통용되는 판타지 문학의 정의와는 궤를 달리한다. 멀리 <<요재지이>>나 <<천일야화>>부터(당연히 이 작품들도 ‘바벨의 도서관’ 안에 들어 있다. 게다가 <<천일야화>>는 버턴 판과 갈랑 판 두 개가 들어 있다) 각국에서 환상문학의 원조로 간주되는 카조트나 벡퍼드를 거쳐 현대의 카프카나 H. G. 웰스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뿐 아니라 독자들에게 널리 알려진 오스카 와일드, 도스토옙스키,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잭 런던, 에드거 앨런 포 등의 작품들 중에서 환상적인 요소가 강한 작품들을 이 ‘바벨의 도서관’ 안에 포함시켰다. 환상이라는 키워드로 익히 알려진 작가들의 작품을 다시 보면서 독자들은 낯익은 새로움을 경험하게 된다. 그 환상에는 보르헤스 작품의 아우라와 보르헤스가 감상했던 환상이 중첩된다.

<바벨의 도서관> 탄생의 뒷이야기

그래픽과 예술과 계몽주의 문학과 보르헤스의 환상소설을 좋아했던 이탈리아의 젊은 출판인 프랑코 마리아 리치는 1973년 보르헤스를 만나러 아르헨티나로 갔다.

‘나는 보르헤스를 만나기로 결심했다. 그때까지 보르헤스는 내게 신화 같은 존재였고, 나는 그를 감히 내 작가들 가운데 한 명으로 삼을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나는 보르헤스의 친구들을 통해 1973년 겨울 어느 날 보르헤스가 도서관장으로 일하던 부에노스아이레스 국립도서관을 찾아갔다. 흰 와이셔츠를 입은 우아한 모습으로 그가 도서관의 돔 지붕 아래서 나를 기다렸다. 밀라노의 편집장이 방문했다는 얘기를 듣자 그는 단테의 ‘당신은 공작, 당신은 신사’(<<신곡>> 지옥편 2곡 140절)를 읊으며 나를 맞이했다. 그 순간 나는 그가 이탈리아 손님에게 단순히 아첨을 하는 것이라고 혹은 <<신곡>>의 그 구절만을 암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중에 그를 잘 알게 되고 우리가 친구가 됐을 때, 미노타우로스가 미궁 밖으로 자신을 데리고 나갈 사람을 기다렸듯이 그도 해방자, 안내자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사실 그가 내게 그렇게 말했고, 그에게 외국인 편집장은 리베르타도르 즉 해방자였다.’

1973년의 아르헨티나는 페론이 망명에서 돌아와 재집권을 한 해이다. 보르헤스는 1940년대 중반에 페론 정권하에서 페론의 포퓰리즘 정책에 대항했다는 이유로 도서관에서 쫓겨나 시장의 가축들을 검사하는 검사관으로 ‘승진’하는 모욕을 당한 적이 있었다. 그 일은 보르헤스의 삶에서 가장 치욕적인 순간이었고 그는 죽을 때까지 그런 모욕을 자신에게 준 페론 정권을 용서하지 않았다. 페론이 물러나고 정권이 교체되면서 보르헤스는 다시 도서관으로 돌아갔지만 페론의 재집권으로 보르헤스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안의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프랑코 마리아 리치가 찾아갔을 때 보르헤스는 악몽과도 같은 페론의 등장을 망연자실한 심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보르헤스는 아르헨티나를 사랑하는 이유들에 증오하는 이유들이 본능적으로 겹쳐져 뿌리 깊이 아르헨티나를 사랑하면서도 증오했다. 보르헤스는 용맹하고 강인한 가우초들이 지나다니던 아르헨티나의 팜파에 대해 얘기했고 밀롱가의 매력을 내게 느끼게 해주고자 애썼다. 그러면서 페론이 민간 시장 가금류 검사관으로 그를 임명하여 어떻게 그에게 굴욕을 안겨줬는지, 이후 페론 정권을 이어받은 사람들이 그를 어떻게 국립도서관 관장으로 복귀시켰는지, 하지만 불안하기만 한 그의 악몽 속에서 페론이 다시 돌아오는 걸 보았고 또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 생각할 수밖에 없는지를(결국 그렇게 됐다) 내게 얘기해주었다.’

삼심대 초반부터 시작되었던 보르헤스의 실명은 칠십대의 보르헤스를 완전한 장님으로 만들어 버렸다. 보르헤스는 지팡이와 비서의 부축 없이는 걸을 수도 없는 상태였다. 장님으로서의 무기력함과 악몽 같은 페론의 재집권 속에서 보르헤스는 자신을 미궁에 갇힌 미노타우루스라고 생각했다. 프랑코 마리아 리치는 그런 보르헤스를 유럽으로 초대했다.

‘우리 유럽인들이 보르헤스를 근접하기 힘든 신화 같은 존재로 바라보는 데 반해, 아르헨티나에서는 이해받지 못하는 외톨이 신세였던 그는 해방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젊은 이탈리아 출판인, 감히 신화에 도전장을 내민 첫 번째 유럽인일지 모를 나 역시 그의 손을 잡고 해방의 간절한 욕구를 충족시켜 줄 그의 비르길리우스가 될 수 있었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출판인인 내가 관여할 차례라는 걸 깨달았다. 보르헤스에게 가장 큰 기쁨, 유럽에 다시 돌아갈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걸 알았다.
“밀라노로 오십시오. 당신을 손님으로 맞아 제네바를 비롯해 당신이 원하는 곳으로 기쁜 마음으로 모시겠습니다.”
미노타우루스는 금방 화색이 돌았고, 편집장이 미궁 속의 그를 죽이고자 온 것이 아니라 그를 해방시키고자 운명이 보낸 선한 테세우스라는 사실을 알았다.’

보르헤스는 밀라노의 편집자가 감당해야 되는 비용을 듣고 당황했지만 그곳에서 출판 계획을 논의하게 될 거라는 말을 듣고 밀라노로 건너갔고 그곳에서 프랑코 마리아 리치의 제안으로 ‘그의’ 환상의 도서관을 만들고 그것을 여러 권의 책으로 구체화하게 되었다. 보르헤스는 시력을 잃었지만 놀라운 기억력으로 그가 좋아하는 작가들의 작품 목록을 작성했고 그 작가들에 대한 서문을 불러주었다. 그렇게 해서 1974년 여름 ‘바벨의 도서관’은 태어났다.

‘약 10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나는 바벨의 도서관이 단순한 출판 기획물 이상의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위대한 ‘고전’이다. 결국 나는 출판사와 문화사에 길이 남을 작품을 우정과 사랑으로 창조해냈다는 걸 알았다. 나 같은 애서가가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일은 바벨의 도서관 시리즈를 아름다운 선집으로 다시 출간해 보르헤스 애독자와 수집가들을 기쁘게 하는 것이다.’

보르헤스는 그를 행복하게 했던 29권의 책을 엮고 거기에 ‘바벨의 도서관’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 제목은 그의 걸작 <<픽션들>>에 수록된 단편의 제목이기도 하다. 작품 속에서 ‘바벨의 도서관’은 보르헤스가 ‘총체적인 한 권의 책’을 죽을 때까지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렸던 장소이며 그러한 책이 그 안 어딘가에 꽂혀 있는 장소이기도 했다.

목차

시인의 언어로 탄생한 '천일야화'_보르헤스

유대인 의사 이야기
뱀들의 여왕
불루키야의 모험
얀샤 이야기

작가 소개_ 리처드 프랜시스 버턴

저자소개

저자 리처드 프랜시스 버턴(Richard Francis Burton)은 1821년 3월 19일 토키에서 태어났다. 아주 어려서부터 언어에 놀라운 자질을 보였다. 옥스퍼드 트리니티 대학에 들어갔지만 중퇴하고 동양어와 관습을 좀 더 전문적으로 공부할 목적으로 동인도회사에 들어갔다. 1842년 10월 뭄바이로 건너간 후 금방 페르시아어와 아랍어를 비롯해 인도의 방언 다섯 개에 능통해졌다. 버턴은 1853년 메카 순례로 유명해졌다. 세계에서 가장 신비한 도시들 가운데 하나를 알고자 하는 갈망과 순수한 모험심에서 나온 순례 여행이었다. 하지만 종족 간 싸움으로 인해 메디나와 메카를 넘어가지 못했다. 버턴은 이 훌륭한 모험담을 오늘날까지도 알려진 책 (1855)에 기술했다. 버턴은 더욱 대담한 여행 계획을 세우고 소말리아 탐험에 나섰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그의 가장 아름다운 책 중 하나인 (1856)을 썼다. 버턴은 크림전쟁 동안 다르달네스 해협 전투에 참전했고, 1856년 아프리카로 돌아와 또 다시 스펙 일행과 함께 나일 강 발원지 탐험에 나서 탕가니카 호수를 발견했다. 1861년 외교관이 되어 페르난도 포 영사로 부임했고 이어 1865년 브라질 산토스, 4년 후에 다마스쿠스, 그리고 마지막으로 트리에스테 영사(1871)를 지냈다. 생애 마지막 시기에 많은 책들을 썼지만 그의 가장 유명한 문학 작품은 번역본인다. 그 열여섯 권이 1885년에서 1888년까지 그의 개인 비용으로 인쇄되어 나왔다. 버턴은 트리에스테에서 1890년 10월 20일 사망했다.

교환 및 환불안내

도서교환 및 환불
  • ㆍ배송기간은 평일 기준 1~3일 정도 소요됩니다.(스프링 분철은 1일 정도 시간이 더 소요됩니다.)
  • ㆍ상품불량 및 오배송등의 이유로 반품하실 경우, 반품배송비는 무료입니다.
  • ㆍ고객님의 변심에 의한 반품,환불,교환시 택배비는 본인 부담입니다.
  • ㆍ상담원과의 상담없이 교환 및 반품으로 반송된 물품은 책임지지 않습니다.
  • ㆍ이미 발송된 상품의 취소 및 반품, 교환요청시 배송비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 ㆍ반품신청시 반송된 상품의 수령후 환불처리됩니다.(카드사 사정에 따라 카드취소는 시일이 3~5일이 소요될 수 있습니다.)
  • ㆍ주문하신 상품의 반품,교환은 상품수령일로 부터 7일이내에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 ㆍ상품이 훼손된 경우 반품 및 교환,환불이 불가능합니다.
  • ㆍ반품/교환시 고객님 귀책사유로 인해 수거가 지연될 경우에는 반품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 ㆍ스프링제본 상품은 교환 및 환불이 불가능 합니다.
  • ㆍ군부대(사서함) 및 해외배송은 불가능합니다.
  • ㆍ오후 3시 이후 상담원과 통화되지 않은 취소건에 대해서는 고객 반품비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반품안내
  • 마이페이지 > 나의상담 > 1 : 1 문의하기 게시판 또는 고객센터 1800-7327
교환/반품주소
  • 경기도 파주시 문발로 211 1층 / (주)북채널 / 전화 : 1800-7327
  • 택배안내 : CJ대한통운(1588-1255)
  • 고객님 변심으로 인한 교환 또는 반품시 왕복 배송비 5,000원을 부담하셔야 하며, 제품 불량 또는 오 배송시에는 전액을 당사에서부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