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삶에 대한 간곡하고도 따뜻한 성찰과 긍정!
유영숙 시인의 첫 번째 시집『맵고도 매운 꽃』. 1997년 수필 ‘오동꽃이 필 때면’으로 등단한 저자는 이번 시집에서 자신만의 속도로 자신의 삶과 세상을 깊이 있게 성찰하며 10여 년간 꾸준히 써왔던 작품 가운데 특별히 아끼는 시들을 가려 뽑아 엮어냈다. 모두 4부로 구성되어 자연과 가족, 소외된 사람들과 우리 주변의 상처받은 것들에 대해 노래한다. 몸을 낮춰 들여다보지 않으면 잘 볼 수 없는 작은 생명들과 가장 낮은 곳에서 묵묵히 자신의 삶을 살아나가고 있는 상처받은 존재들을 바라보는 저자의 따듯한 시선이 오롯이 담긴 ‘섬진 매화’, ‘내곡동 사람들’, ‘모기’, ‘억새꽃’ 등의 시편들이 수록되어 있다.
☞ 이 책에 담긴 시 한 편!
개미의 초상
누이는 그 날도 유리창을 닦았다
언제까지 전기 공급을 끊겠다는
빨간 밑줄이 그어진 대자보쯤 상관도 않고
손톱이 뭉그러지도록 유리를 닦았다
잇속 밝은 부자들 알맹이를 다 챙겨나가고
빈껍데기만 남은 재건축상가
누이의 가게에만 불이 켜진 날도
누이는 유리창을 닦고 있었다
누이는 그렇게
누이를 닦다, 끝내
유리 속에 붙박여 시린 미소를 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