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 편지 더미에서 쏟아져 나온 사람들
1부 - 자식을 서이나 전선에 보낸 우리 어머님
칠월이 닥쳐오면 면회를 가겠으니 / 요사이 고등어도 나고 하니까 내가 벌어서라도/ 절대 비밀로 당신에게 긴급한 소식을 / 고향은 지금 추수철, 매우 분주합니다 / 후방 일은 생각지 말라, 후방에는 내가 있다 / 집에 갈래야 갈 수가 없습니다 / 도랑크 안에 흰 내복 있겠으나 / 자식을 서이나 전선에 보낸 우리 어머님 / 형님이시여, 종국적 승리를 위하여 / 수일 간 준비하여 내가 가겠소 / 높은 베개에 고기가 멀미 나고 쌀밥이 싫어 / 충주군 인민위원회 서기장의 편지를 받으니 / 들떠올 적에 입은 옷밖에 없으니 / 입대하니 그리 알어라. 답장하지 말고 면회 오지 말어라 / 나의 가장 사랑하고 친애하는 / 할 말은 청천강이 흘러가도록 많사오나 / 아버님, 1천 원 송금 증서를 보내오니 / 汝(여)의 手書(수서)를 引見(인견)하니 / 당신의 배급은 다 제가 타고 있습니다 / 아이들 죽이지 말고 잘 길러주시우 / 어떻든 아이들 목숨만 붙어놔주시오 / 발싸게, 난닝구, 반소데 삿쯔를 속히 가지고 와주시길
2부 - 내가 떠나와 있을망정 사랑을 모르는 사람이 아니오
오래비 네 덕택으로 배급을 타 먹는다 / 물건 아까워하지 말고 속히 피난하오 / 동리도 편안함, 눈고개에 폭탄이 떨어졌음 / 내무서에서 내게 체포장을 내겠답니다 / 끗트로 악쓰 키수 / 사람을 아프게 해도 어찌 이토록 아프게 합니까 / 가물기는 하였어도 종자는 다 잘되었다 / 이곳에서는 도저히 생활할 수 없으니 / 편지만 하면 즉시 오는지라 / 쌀은 마질하고 다 계산 보았습니다 / 네 면회 갔다 와 일주일 만에 부친님이 낙상을 하여 / 밤새고 새벽 세 시에 아무도 모르게 씁니다 / 내가 떠나와 있을망정 사랑을 모르는 사람이 아니오 / 한 시간 전 어머니는 걸어서 고향으로 향했습니다 / 우수수 낙엽 떨어지는 가을 밤에 / 고향에 돌아올 때는 이 편지를 꼭 품 안에 넣고 / 서울에서 입대할 때는 편지 한 장 올리지 못했고 / 어머니, 쌀 한 되가 무어란 말이요? / 군당회의에 간 줄 알았는데 입대되었다 하니 / 아버지, 이것은 비밀입니다 / 아이들과 의복을 두텁게 입으시오 / 놀라지 말아라, 아버지는 공습에 그만 세상을…… / 고급 양복천을 많이 사 오시오
3부 - 봉견하라, 회답하라, 고대한다
도무지 한마디도 깨달아 알 수가 없으니 / 토끼 두 마리, 돼지 두 마리 모두 데리고 큰집에 와 있다 / 왜 학교에 안 다니느냐, 답답하기 짝이 없다 / 공습으로 두 번이나 구사일생했습니다 / 이 험하고 분분한 세월에 / 그날 전차 타고 가보았던 달빛 아래 모란봉 / 인민군 아저씨 앞 / 마음만 애달프다, 어쩔 수 없구나 / 모스크바 항공학교로 공부하러 갑니다 / 아무 말 없이 떠나 죄송합니다 / 여기에도 우체국 있어 돈을 보내실 수 있으니 / 의용군 대열에 뭉치어 찾아온 북반부에서 / 편지를 두 번 했는데, 갔는지? / 부민관에서 뵈었던, 피아노 학생이올시다 / 폭격의 불덩이에서 튀어나와 / 동리 청년들은 다 군대에 나가고 / 앞이 깜깜하여 기가 막힙니다 / 배급 쌀 절대로 팔지 마세요 / 알리지도 못하고 떠나온 이 언니를 용서하라 / 내복 입고 가라는 것을 그냥 왔더라면 / 봉견하라, 회답하라, 고대한다 / 결혼 날짜 받아놨다 / 다시 서울 가시면 그 이화대학생에게 안부라도
또 다른 편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