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5월, 광주에서 일어났던 일들은 그 이후 한국 현대사를 바꿀 만큼 큰 사건이었다. 그래서 5월은 기억으로 보존된 과거의 기념비가 아니라, 지금도 여전히 남은 자들에게 힘겨운 대답을 요청하는 현재이다. 그런 만큼 남은 자들은 그동안 수없이 5월 광주에 대해 말하려 했고, 증언하려 했다. 때로는 학술 논문으로, 때로는 시로, 때로는 소설로 5월 광주를 형상화해왔다. 문학뿐만 아니라 만화, 영화 등을 통해 5월 광주를 그린 작품들도 많다.
[남은 자들의 말]의 저자 전성욱은 5월 광주를 다룬 문학 작품, 그중에서도 특히 소설에 주목하면서 그동안 남은 자들이 어떻게 5월 광주를 기록했는지를 분석한다. 지금까지 5월 광주를 소재로 한 문학 분야의 학술적 논의는 대단히 간소하고 빈약했다. 그러므로 저자가 이 책을 통해 5월 광주에 관한 소설 작품을 본격적으로 논의한다는 점에서 이 책의 가치는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 5월 광주와 관련한 연구들은 학술활동이었다기보다는 진보운동의 차원에 기울어 선입견이 크게 작용해왔다고 저자는 비판한다. 이를테면 이제까지 5월 광주를 다룬 작품들은 증언이나 저항, 진실, 살아남은 자의 죄책감, 정치적인 당위 등과 관련해 분석하기에 급급한 나머지 작품의 미학적 표현은 등한시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