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The Way : 지구 반대편을 여행하는 법》을 써낸 정준수 작가가 9년 만에 써낸 두 번째 여행서다. 첫 번째 책이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그 감동을 기록했다면 두 번째 책 《The Way2 : 기억의 시작》은 여행을 기억하는 법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20대 배낭여행객에서 30대의 ‘어른여행자’로, 학생 신분에서 사회인으로 위치가 바뀐 작가는 한층 더 성숙해진 모습으로 여행을 추억하는 법에 대해 담담히 써내려간다. 비록 전문 여행 작가는 아니지만, 시간의 흐름과 자아의 내밀한 세계를 들여다보고 여행의 본질을 해석해낸 그의 글은 여전히 커다란 울림을 준다. 누구나 여행하고, SNS를 통해 여행의 정보를 공유하는 시대이지만, 《기억의 시작》은 여행하는 이유에 대해 되돌아보게 하는 힘을 갖고 있다.
출판사 리뷰
우리가 여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신이 속한 곳과 전혀 다른 낯선 세상과 문화를 구경하고, 무언가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일까? 혹은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한 일상을 탈출해 힐링하기 위해서일까? 또는 새로운 도시에 발도장을 찍고 사진 한 장 남기기 위해 무작정 가고 보는 걸까? 어떤 이유에서든 우리는 알고 있다. 여행을 떠나기 전의 걱정과 여행 중의 고단함, 여행 끝의 후유증까지. 그럼에도 우리는 떠나길 고대한다. 각자 다른 이유를 마음에 품고서.
10여 년 전 배낭을 메고 세계 40여 개국을 여행했던 정준수는 이제 사회의 일원으로 평범한 일상을 살고 있다. 그런 그가 여행에 대해 한마디로 이야기한다.
“여행이 나를 바꾼 게 아니라 여행이 나를 변하지 않게 해주었다.”
사람들은 순수했던 시절을 지나 나이가 들어가며 세상과 타협하기 시작한다. 가족을 위해, 더 나은 생활을 위해,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라는 변명을 들이댄다. 그리고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세상을 비난하며 점차 꼰대 기질의 중년으로 변하며 찌들어간다. 작가는 미쳐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꿋꿋하게 자신을 지킬 수 있는 것이야말로 수많은 여행이 남긴 ‘기억’과 그 기억 속에서 찾게 된 자아라고 분명하게 이야기한다.
“여행은 켜켜이 쌓인 수많은 기억으로 이루어진 인생의 지층에서 유독 화석이 풍부한 지질시대 같다. 지구의 역사에 비하면 찰나의 시간일지라도 기후와 지각 운동, 수량과 공기 성분 등의 조건이 잘 맞아떨어져 수많은 생명체가 출현하고 번성했던, 그래서 수억 년이 지난 후에도 끊임없이 재발견되고 회자되고 연구되는 지질학적 황금시대.”
여행을 작은 자극으로 ‘불붙을’ 수 있는 연료가 쌓여 있는 ‘황금지층’으로 비유하는 작가의 절묘한 표현은 여행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무릎을 치며 공감할 수 있는 문구일 것이다.
행동이 있어야 기억, 추억도 존재하는 법이다. 동네 여행이라도 일단은 엉덩이를 들고 일어나 발길을 옮겨야 하고, 벼르지만 말고 뒷산에라도 올라야 순간의 ‘진한’ 풍경이 눈앞에 남는 법이다. 행동했던 여행은 ‘기억’과 ‘추억’을 남기는 매개체가 되고, 그 기억은 단단한 뼈처럼 부식되지 않고 오래도록 남아 적재적소에서 되살아나 지루한 일상을 풍요롭게 한다. 여행자가 걷는 지도 위의 ‘길’과 세상을 알아가고 깨우치는 ‘방법’의 이중적인 의미 ‘Way’에 ‘기억의 시작’이라는 제목이 덧붙여진 이유다. 지금은 떠나지 못해 괴로울 수 있지만, 떠날 수 있었을 때 떠났기에 기억이 남는 법이고, 그래서 더 큰 후회는 없다. 정준수 작가의 ‘지구 반대편을 기억하는 법’에 동참해 자신만의 여행을 기억하는 법을 곱씹어보는 것도 하나의 큰 즐거움일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