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모자일까요? 아니면 팬티일까요?
숲을 거닐던 토끼 머리 위로, 바람에 날려 온 ‘빨간 물건’이 내려앉았어요. ‘이게 뭐지?’ 토끼는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삼각형 모양의 빨간 물건에는 두 구멍도 나 있어요. 토끼는 구멍 안으로 자신의 기다란 귀를 쏙쏙 넣었어요. 토끼의 긴 귀에 정말 잘 어울렸지요. ‘아하! 이건 모자구나!’ 토끼는 생각했어요.
숲속 친구들도 예쁜 모자를 쓴 토끼에게 모두 한마디씩 칭찬을 합니다. 이 흥미진진하고 신기하고 멋진 모자를 너도나도 써 보았지요. 그런데 어디선가 자꾸 그건 모자가 아니라고 말하네요. 더군다나 갑자기 나타난 당나귀도 모자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당나귀는 모자를 다리 사이에 끼워 입은 사람들의 사진을 가져와 토끼를 설득합니다. ‘그건 팬티라고!’ 토끼는 갈등합니다.
토끼는 모자를 벗어 사진 속의 사람들처럼 두 다리를 넣어 보았어요. 그러고는 요리조리 자신의 모습을 관찰했어요. 하지만 툭 튀어나온 꼬리 때문에 불편하고 어색하기만 합니다. 동물 친구들도 모자를 다리 사이에 끼워 입은 우스꽝스러운 토끼를 놀려대지요.
마침내 토끼는 이 ‘빨간 물건’이 무엇인지 스스로 답을 찾아냅니다. 과연 이건 모자일까요? 팬티일까요?
달라도 괜찮아! 자신 있게 생각을 말해 봐!
자신감의 가치를 말하다
세상은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규칙, 질서, 정답들로 가득해요. 우리는 그 정답을 배우고 그 정답을 맞히기 위해 공부를 하고, 그 정답대로 살기 위해 노력하죠. 하지만 그 속에는 우리가 놓친 불편한 진실이 있어요. 바로 내 생각이 꼭 ‘세상의 정답’과 같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 그리고 세상의 답이 꼭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 말이지요.
수많은 색깔을 가진 사람들이 사는 세상에서 답이 하나일리는 없습니다. 다르다는 것이 틀린 것을 의미하지 않듯, 정답의 반대말이 오답은 아니에요. 내 생각이 다수의 생각과 다를 수 있고, 누군가는 나에게 정답이 아니라고 말할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스스로 믿는 자신만의 정답이 있다면, 그 정답을 용기 있게 말할 수 있는 자신감이 중요하지요.
그림책『이건 모자야!』는 남들과 다른 생각을 하고, 그 남다른 생각을 용기 있게 말할 수 있는 자신감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여러분이라면 이 빨간 물건을 과연 무엇이라고 말할지 곰곰이 생각해 보세요.
그림책 속 숨어 있는 재미 하나, ‘다르게 생각하기’
『이건 모자야!』에는 이 그림책을 더 재미있고 깊이 읽을 수 있는 독특한 장치들이 있습니다. 주인공 토끼는 이 빨간 물건이 팬티인지, 모자인지에 대한 문제를 놓고 스스로 답을 찾습니다. 사실 이 책의 앞뒤 페이지를 자세히 관찰해 보면 팬티뿐만 아니라, 바지, 조끼, 넥타이, 책가방, 양말, 유리컵 등 여러 물건들이 나옵니다. 이것들 또한 모자가 될 수 있지요. 물론 부모님과 아이들 역시 스스로에게 최고라 생각되는 모자를 찾아볼 수 있을 거예요. 혹 모자가 아닌 다른 것을 상상해 볼 수도 있지요. 부모님과 아이가 서로의 다양한 생각들을 주고받는 시간을 가져 보세요. 그림책에 등장하는 동물 친구들처럼 말이지요.
우리의 일상에서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 정답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다르게 생각해 보는 재미, 낯설게 비틀어 생각해 보는 재미를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더불어 아이들의 상상력에 날개를 달 수 있을 거예요.
그림책 속 숨어 있는 재미 둘, ‘목소리 주인공 찾기’
이 그림책에는, 그림 화면에는 등장하지 않는 또 다른 목소리를 그림 바깥으로 배치했습니다. 이 목소리는 그림 속 동물들과는 엇갈린 의견을 제시합니다. 다들 모자라고 생각하는데, 이 목소리가 ‘그건 팬티라고!’ 말하며 토끼를 혼란에 빠트리죠.
이전까지의 모든 책에서 이야기의 화자는 언제나 인물의 운명을 결정했습니다. 정답을 결정하는 것은 주인공이 아닌, 결국 이야기의 화자였지요. 다시 말해, 이야기의 화자는 책 속의 ‘권위’였습니다. 토끼가 아무리 모자라고 생각해도, 이야기의 화자가 팬티라고 말한다면 결론은 팬티인 것이죠. 하지만 이 책에서 화자는 그 권위를 내려놓고, 토끼에게 스스로 답을 찾도록 기회를 줍니다.
만약 이 책을 읽는 아이가 비교적 어리다면 그림 안의 이야기를 먼저 보게 하고, 그 뒤에 다시 그림 밖의 목소리를 개입시켜도 늦지 않습니다. 아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세요.
아이에게 이렇게 물을 수도 있겠죠. “이 목소리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분명 아이들은 흥미로운 대답을 내놓을 거예요. 저마다 목소리의 주인공을 찾아보세요.
미국과 캐나다에서 먼저 인정한 그림책
화려한 수채화 붓 터치로 몽환적인 숲속 분위기 연출
글과 그림을 함께 그린 작가 쉬추이와 지자오화는 부부입니다. 1997년 아이를 위해 처음으로 붓을 잡았고, 그렇게 첫 그림책 『이건 모자야!』가 탄생했습니다. 이 그림책은 미국과 캐나다에서 먼저 출간된 후 많은 독자와 전문가들의 호평을 받았습니다. 기존 중국과 대만 그림책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그림 스타일과는 달리 이국적인 느낌과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배경 그림은 특히나 주목을 받았습니다.
붓으로 섬세하게 그린 사물의 모습뿐 아니라 이야기의 주 배경이 되는 숲속을 신비스럽게 수채화로 묘사한 부분, 다양한 색의 환상적인 조합은 그림책을 보는 재미를 한층 끌어올려 줍니다.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세밀한 물감의 선율이 느껴질 만큼 다채로운 수채화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