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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의지

달의 의지

  • 황현진
  • |
  • 은행나무
  • |
  • 2015-02-11 출간
  • |
  • 132페이지
  • |
  • ISBN 9788956608440
★★★★★ 평점(10/10) | 리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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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달의 의지 ― 7
작가의 말 - 130

도서소개

황현진 소설 [달의 의지]. 저자만의 특유의 재치 섞인 문장과 뛰어난 구성력, 완결성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관계의 끝에 선 이들의 첨예하고 기민한 상황을 제시하고 서로의 물리적, 심리적인 부분들을 ‘달의 의지’에 빗대어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던 삶의 이면, 관계의 이면에 대해 다시 한 번 반추해보게 되는 특별한 힘을 지닌 소설이다.
‘너’라는 중력에서 벗어나
‘나’의 정상궤도에 오르다
관계의 끝에 선 사람들이 서로의 불편과 불안에 관해 말하다

2011년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장편소설 《죽을 만큼 아프진 않아》로 문단에 데뷔한 신예작가 황현진의 소설 《달의 의지》가 (주)은행나무에서 출간되었다. 이 작품은 3~4백매 분량의 중편소설 시리즈로 한국문학의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고 있는 ‘은행나무 노벨라’ 여섯 번째 수록 작품이다. 황현진 소설 《달의 의지》는 그녀만의 특유의 재치 섞인 문장과 뛰어난 구성력, 완결성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관계의 끝에 선 이들의 첨예하고 기민한 상황을 제시하고 서로의 물리적, 심리적인 부분들을 ‘달의 의지’에 빗대어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던 삶의 이면, 관계의 이면에 대해 다시 한 번 반추해보게 되는 특별한 힘을 지닌 소설이다.

달에게 무슨 의지가 있을까

달에게 의지가 있을까? 소설 제목을 듣자마자 떠오르는 건 아마도 그런 질문일 것이다. 먼저 지구와 달의 관계가 떠오른다. 알다시피 달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지구 주변을 맴돈다. 위성이라 부른다. 또 달은 줄었다 부푼다. 이유는 달이 태양 빛에 닿는 부분만을 반사한 형태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뿐인가. 달은 한 방향으로 오랫동안 지구를 바라보기만 했다. 그러고 보니 달 입장에서 지구는 갑쯤 되겠다. 지구중력장에 이끌려 붙들렸고 지구 주변을 하염없이 맴돌고만 있으니 말이다. 한눈팔지 않고 오직 지구, 그 대상만을 바라봤다. 지금까지 늘어놓은 모든 얘기는 지구와 달을 상투적으로 빗대자면, 그렇다는 얘기다. 그럼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 되묻겠다. 달에게 의지란 무엇일까? 이 질문의 답을 위해 소설은 첫머리로 오래된 연인의 이별의 순간을 제시한다.

거짓말을 들키지 않고 건네는 나쁜 농담 혹은 똑똑한 농담

“한두.
그를 불러세우자니 어색했다. 민망한 마음도 들었다. 나는 더욱 천천히 걸었다. 우리의 간격이 더욱 멀어졌다. 나는 젖은 땅바닥에 침을 뱉었다. 한두는 공원을 빠져나가는 계단 앞에 서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자 그는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본문 8쪽

오래된 연인이 꽤 큰 호수를 산책한다. 호수의 둥근 둘레를 따라 우레탄 재질을 박아 넣어 걷기에 편한, 사람들이 걷기에 편하게 만든 길을 남자는 앞서 걷고 여자는 뒤따라 걷는다. 잠시 멈춰 서서 하늘을 올려다볼 만한데도 그 남자는 걷는 속도를 줄이지 않는다. 간격은 갈수록 벌어진다. “불러세우자니 어색”하고 민망한 마음마저 드는 사이. 헤어지기 직전의 연인. 대부분의 연인들이 헤어지기에 앞서 시간을 질질 끌면서 미련이나 후회를 정리하는 게 보통. 지금 이 연인도 그러한 제의를 비교적 조용히 치루고 있는 것. 왜 헤어졌을까.

“우리가 만났던 시간을 이기적으로 재해석하는 수순을 각각 밟아왔다는 이야기이다. 지나치게 의미가 부여된 날들을, 지나치게 무의미화하는, 지루하고 단순한 작업이었다. 그 와중에 아무도 우리를 혼내지 않았고, 우리 역시 서로를 혼내지 않았다. 뭔가 단단히 글러 먹은 상태였다.” ―본문 15-16쪽

정확한 작별의 이유를 알고 헤어지는 연인은 얼마나 될까. 아마 짐작건대 대부분의 연인은 자신들이 왜 이별을 했고 사랑에서 멀어졌는지 모른다. 다만 자신이 알고 싶고 확신하는 부분만을 스스로에게 설득하여 이해시킬 뿐이지 않을까. “그래, 그러자. 무슨 말인지 충분히 알아들었어”(16쪽) 이 말만을 뒤로한 채 각자는 헤어진다. 주인공 여자는 몇 년 전 책을 한 권 펴냈고 지금은 대기업 사보잡지에서 인터뷰 꼭지를 맡아 근근이 먹고사는 소설가. 방금 남자친구와 헤어진 그녀는 공교롭게도 오디션프로그램을 통해 가수가 되었으나 노래 실력이 아닌 불우한 가정사 때문에 시청자에게 널리 알려진 ‘에그’를 인터뷰하게 된다.

“에그는 그저 슬픈 이야기의 주인공으로만 유명했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듣기 위해 에그를 찾았다. 인터뷰의 주제가 얼마나 성공했느냐보다 얼마나 불행했나가 중요했다. 잡지의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에그를 추천했고 정작 누구도 에그를 대체할 다른 사람을 떠올리지 못했다.”
―본문 21쪽

고아. 단란주점 웨이터. 포장마차 주인. 태어나면서 버려졌던 아이 에그. 충분히 예상할 만큼의 불우한 유년기를 지나 뒷골목 술집과 유흥가를 벗어나지 못했던 청년 에그. 그녀는 에그를 인터뷰하면서 그의 인생에서 가장 평범한 부분, 즉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게 된 ‘불행’에 대해 알게 된다. 그녀는 에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그를 믿을 수가 없다.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들. 온몸에 흉터와 불에 데인 상처로 덮인 그의 몸. 그 폭력과 학대의 흔적들을 그녀로서는 당연히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

“무대에 서면 눈을 감아도 머리 위로 쏟아지는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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