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하게 지내던 아이 친구 엄마에게
무시당하기 시작했다…….’
[이혼해도 될까요?]의 노하라 히로코가 그리는
아이 엄마들의 고독과 어둠
교외에 사는 주부 사키(32)는 외동딸 미이와 회사원 남편을 더해 단란한 3인 가족을 꾸리고 있다. 미이가 다니는 유치원에서 만난 육아맘 친구 리에(35)와는 한때 무슨 고민이든 털어놓을 만큼 친한 사이였다. 하지만 사키는 언젠가부터 리에를 비롯한 그룹 내의 엄마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게 된다. 사소한 오해로 시작된 일이었지만, 리에는 사키를 이해하려고도 해명할 기회를 주려고도 하지 않는다. 인사를 받아주지 않는 것은 물론, 유치원 행사 중에는 허드렛일을 떠넘기거나 괜한 트집을 잡기도 한다. ‘나뿐만이 아니라 내 아이도 따돌림 당할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사키는 꾹 참고 버티지만, 가족들마저 그녀에게 도움이 되어주지 못한다. 육아맘이라면 한번쯤 끌어안고 힘들어 했을 법한 여러 고충, 그리고 그것을 온전히 품어주지 못하는 주위의 무심한 행동들이 줄을 잇고, 그렇게 쌓인 화로 인해 급기야 불미스런 일이 생기고 만다.
저자 노하라 히로코는 앞서 한국에 소개된 전작 [이혼해도 될까요?]를 비롯해 젊은 주부들의 고민거리를 소재로 만화를 그려왔다. 마스다 미리풍의 심플한 그림 속에 복잡하고도 예민한 ‘그녀들’만의 감정을 꼼꼼히 담아낸다.
‘애만 아니면 절대 친해지지 않았을 사이인데….’
일본사회의 신조어 ‘마마토모(ママ友)’
남의 일 같지 않은 이야기에 우리네 ‘육아맘’은 섬?
원제 속 ‘마마토모(ママ友)’는 2000년대 들어 일본사회에 자리 잡은 신조어로 ‘육아맘’이라는 한국의 용어로는 온전히 대치해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뉘앙스를 내포하고 있다. ‘마마토모’는 보육 혹은 교육시설, 놀이터 등 어린 자녀들이 다니는 장소를 기점으로 아이들 관계의 연장선상에서 맺어진 엄마들이 서로를 일컫는, 소위 ‘엄마들 사이의 용어’다. 혼네(本音, 속마음)와 다테마에(建前, 겉마음)의 구분이 분명하고, 타인과의 거리가 명확한 일본사회이기 때문에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연결된 인간관계가 원만하게 지속되기란 더더욱 쉽지 않다. 이런 환경에서 비롯한 트러블은 일본 미디어의 수면 위로 부각될 만큼 그 정도가 중증이다. 2010년 일본의 한 여성지의 앙케트에 따르면 20대 기혼 여성 10명 중 6명이 ‘마마토모’ 사이의 트러블을 겪었다고 답한 바 있으며, ‘마마토모’를 소재로 한 다수의 드라마가 만들어지는 등 일본사회의 관심은 차갑고도 뜨겁다.
작품은 육아맘 사이의 갈등뿐만이 아니라 ‘둘째’ 스트레스, 고부 갈등, 남편의 몰이해, 전업주부들이 느끼는 외로움 등을 두루 풀어내며 힘들게 어린 자녀를 키우는 엄마들의 공감을 끌어낸다. 그 어느 나라보다도 각박한 육아환경에 내몰려 있는 한국의 육아맘 들이라면 이웃 일본 엄마들의 이야기에 공감하면서도 ‘이제 곧 우리네의 문제로 본격화 될지 모른다’는 섬?한 감정을 느끼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