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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에 할망이 있었다

태초에 할망이 있었다

  • 고혜경
  • |
  • 한겨레출판사
  • |
  • 2010-07-31 출간
  • |
  • 237페이지
  • |
  • 153 X 224 X 20 mm /412g
  • |
  • ISBN 9788984314054
★★★★★ 평점(10/10) | 리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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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멀고 먼 옛날 세상을 만든 할망이 있었다!”
똥으로 황금빛 오름을 빚고, 오줌으로 바다를 만들었던
우리 창세여신 설문대할망을 만날 수 있는 최초의 대중교양서

신화의 땅 제주도가 지닌 특별한 신화

제주에서는 일 년 중 정해진 기간에만 이사를 한다. 대한(大寒) 닷새 뒤부터 입춘(立春) 사흘 전까지 약 일주일간에 해당하는 이 시기를 신구간이라고 부르는데, 제주의 1만 8천 위의 신들이 업무보고를 위해 하늘로 올라갔다가 다시 임무를 부여받고 내려올 때까지의 기간으로 이를테면 구관이 신관으로 바뀌는 시기에 해당한다. 이 시기를 틈타 이사를 함으로써 신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는, 즉 ‘동티’를 피하려는 것이다.
1만 8천은 가신이나 잡신을 뺀 숫자라니, 제주의 바다나 산, 바위는 물론 나무며 돌 하나에도 저마다의 신이 깃들어 있다는 얘기겠다. 만신전이 따로 없다. 신들에게는 신화가 따르는 법이니 이 정도면 제주도를 신화의 땅이라고 불러도 무리는 아닐 터이다.
그중에서도 이 책의 저자가 주목한 것은 창조신화이자 위대한 여신의 모습이 원형 그대로 보존된 ‘설문대할망’ 신화다. 미국에서 신화학을 공부하던 중 방학을 맞아 한국에 머물 때 우연히 문고본 책에서 설문대할망 신화를 접하고 전율을 느꼈다는 저자는, 설문대할망 신화가 식자층이나 지배계층의 해석과 편집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신화의 원형적 이미지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설문대할망 이야기는 어린이 독자들을 대상으로 한 여러 권의 책을 통해 소개된 바 있지만, 동서양 고대 신화 속 여신들과의 다채로운 비교를 통해 우리에게 존재해 왔던 ‘위대한 여신’(Great Mother)으로서의 설문대할망을 일반 독자를 위해 재조명한 것은 이 책 『태초에 할망이 있었다』가 처음이다.
저자는 설문대할망 신화를 분석하면서 고고학계의 세계적인 권위자 마리야 김부타스(Marija Gimbutas)의 “태초의 신은 여신이었다”라는 가설을 전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신화를 보면 할망이 분화하여 하루방이 나왔고, 하루방이 있기 전에 할망이 있었다. 제주땅은 온통 할망의 흔적으로 가득하고, 사람들은 할망을 보며 그 모상을 좇아 자신들의 삶을 영위할 수 있었다. 그래서 지금도 제주민들은 마을 당(堂)에 갈 때 “할망한테 간다”고 말하는 것이다.
전쟁과 위계가 지배하는 남신의 창조신화가 아닌 평등과 평화, 그리고 상생이 구현되는 위대한 여신의 창조신화로서 설문대할망 신화를 조명해보고 싶다는 저자의 오랜 갈망은 이 책으로 그 결실을 맺게 된다.

위대한 창세여신 설문대할망

설문대할망은 한라산이 무릎 밑에 온다는 거신으로 성산 일출봉을 등경돌 감아 솔불을 밝혀 길쌈을 하고, 제주 백성들에게 육지까지 다리를 놓아주겠다는 조건을 걸고 명주 백 통(1통은 59필)이 드는 속옷을 만들어보라는 내기를 하는가 하면, 수수범벅을 먹고 설사를 해 360개의 오름을 만들고, 거센 오줌발로는 땅을 떠밀어 우도를 만들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세 개의 바위를 솥덕 삼아 밥을 해먹고, 하루방이 거대한 성기로 바다 속을 휘저어 물고기를 몰아주자 자신의 하문(下門)으로 남김없이 빨아들이는 엄청난 성 에너지까지 보여주지만, 어이없게도 키 자랑을 하다 한라산 물장오리 깊은 물에 빠져 죽고 만다. 그러고는 머리는 제주도 최북단에 발은 최남단에 두고 깊은 잠에 빠져든다.

문헌신화로서의 이야기 구조가 완전하지 않고 마치 파편만 남은 듯한 이 짧은 신화를, 저자는 구전되면서 군더더기가 깎여나가고 온전한 신화소만 남은 것으로 해석한다. 실제로 설문대할망 신화는 “설문대 시절에……”로 시작하며 창세의 시기 그 혼돈의 기운과 신화적 감성을 끊임없이 자극하고 있다. 한국 창조여신의 전형인 마고할미나 제석할미 신화와 다른 제주 설문대할망 신화만의 특징인 셈이다. 말하자면 신화의 원형만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신화학자인 저자에게 이보다 더 좋은 재료가 또 있을까.

제주의 여신과 세계의 여신이 소통하다

이 책의 추천사를 쓴 제러미 테일러에 따르면 원형의 창조는 “직접 교류를 하든 안 하든, ‘어떤 시점에 이르렀을 때’ 세계 곳곳에 떨어져 있는 여러 사람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한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것을 말한다. 물론 지역마다 고유한 내용을 가질 수는 있지만 형식적으로는 동일한 패턴을 띤다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로 신화만한 것이 또 있을까. 조셉 캠벨이 전 세계의 신화를 ‘하나의 신화(mono-myth)’라고 부른 이유다.
그렇다면 설문대할망 신화에 나타난 원형의 신화소는 어떤 것일까. 저자가 분석 대상으로 삼고 있는 원형 이미지는 빛과 길쌈, 신의 숫자 100과 인간의 숫자 99, 배변을 통한 창조, 남근과 다산(多産), 불의 사용, 또 다른 창조 그리고 불안을 극복하는 방법으로서의 죽음과 잠 등이다. 이들을 분석하기 위해 저자는 그리스 신화와 북구 신화는 물론 동북아시아와 아프리카, 북미인디언 신화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의 신화에 나타난 원형 이미지들을 호명해 구석구석 살피고 비교하며 그 신화들이 결국 하나이자 여럿이며 여럿이자 하나임을 보여준다.
가령 길쌈에서는 러시아의 여신 바바 야가와 미국 인디언 호피족의 거미 여신 그리고 『오디세이』의 페넬로페를 거쳐 일본의 창조신화에 등장하는 아마테라스오미카미와 직녀에 이르기까지 물레와 길쌈과 관련된 여신들을 모두 불러내 물레에서 길쌈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자연에서 문명 혹은 무의식에서 의식으로 전환임을 설명하고, 불과 관련해서는 프로메테우스는 물론 인디언과 호주 원주민의 신화까지 비교하기도 한다. 한편 고대신화만 등장하는 것은 아니어서 『삼국사기』나 『삼국유사』 『고려사』 등 역사시대의 문헌에 등장하는 사료도 저자의 검토 목록에서 빠지지 않는다. 심리학과 신화학은 물론 역사학과 수학, 우주론에 이르기까지 인용되는 학자들의 스펙트럼도 검토하고 있는 자료만큼이나 폭넓다.

현대인의 잠든 의식을 깨워줄 우리의 위대한 여신

설문대할망 신화를 분석하면서 저자가 드러내고 있는 문제의식은 ‘창조는 선하고 파괴는 악하다’는 다분히 인간 중심적인 서양의 신화 체계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윤리를 중요한 가치로 여기지 않는 신화를 통해서 우리들의 인간 중심 도덕관과 이분법적인 세계관을 재고해보면 어떨까?”(92쪽) 하고 제안하면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할망의 오줌 홍수신화에서 창조와 파괴는 분리된 현상이 아니다. 여기서는 창조자가 동시에 파괴자이다. 자연계에서 파괴와 탄생은 결코 분리될 수 없는 현상이고, 그래서 자연스럽다. 창조란 파괴에, 탄생이란 죽음에 의존할 뿐이다. 죽음과 파괴가 전제되지 않으면 생명 탄생도 불가능하다. 파괴나 죽음이 생명의 주기에 자연스럽게 포함되고, 탄생도 죽음도 창조도 파괴도 좋고 나쁘고 옳고 그른 것이 아니라 단지 자연스러우며 불가피하게 연결된 현상임을 수용한다.”
한편 유독 신이 많은 제주를 심리학적으로 표현하자면 ‘비가시적인 존재들’이 잘 분화되어 발달한 곳으로 규정하며, 이처럼 두려움의 대상이 혹은 그 이미지가 구체화되어 있는 곳의 장점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제주뿐 아니라 귀신이나 정령에 대한 감각이 발달한 중세유럽이나 영과 영혼이 세계의 존재들과 함께 살아가는 원주민 사회에 불안감이 훨씬 덜하다는 점은 재고해볼 일이다. 현대사회는 이성과 과학을 중시하며 신화를 억압했다. 신화를 억압하면서 신화를 태동시키는 상상력이 위축되었다. 상상의 산물인 신들이 축출되면서 세상은 물질로 전락했고 빛으로 어두움을 몰아내면서 어두움의 존재들이 사라졌다. 이미지가 죽은 것이다. 추상적인 개념이 이미지를 대치하면서 삶은 풍요로운 경험으로부터 유리되었다.”(221쪽)
머리를 죽음의 방향인 북쪽에 두고 남북으로 길게 누워 잠들어 있는 설문대할망의 모습이 정확히 제주도의 형상과 일치하는 것은, 제주도 자체가 매일 잠을 통해 영혼의 궁극적인 고향이자 우주의 자궁인 한처음으로 회귀하는 것은 아닐는지, 그리하여 우리의 의식이 언젠가는 그 깊이와 신비를 담아낼 수 있어야 하고 그때서야 비로소 우리의 위대한 여신이 현대인의 의식으로 깨어나지 않을까, 하는 게 저자의 결론이다.

[ 추천사 ]

지구상 어디에서 설문대할망과 똑같은 ‘위대한 여신’(Great Mother)은 없습니다.
설문대할망은 한국의 고유한 여신이며, 수천 년간 제주 땅에 살아온 제주민들의 여신입니다. 이제 할망은 세계의 다른 여실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본래 자신의 자리를 찾게 되었습니다.
-제러미 테일러 (International Dream Association 초대회장, 미국 위즈덤 대학원 교수)

고혜경의 글은 우리 안에 잠자고 있던 생명의 어머니, 창조의 여신인 설문대할망을 깨워냅니다. 그는 제주의 여신과 세계의 여신들을 소통하게 합니다. 이 책은 다가오는 새로운 문명에 대한 예언입니다. 그리고 갈 길 잃고 헤매는 현대인에게 인간답게 사는 삶의 힌트를 보여주는 ‘오래된 미래’입니다.
- 현경 (뉴욕 유니언 신학대학원 교수)

[ 책속으로 추가 ]

할망의 죽음

할망이 보여주는 키 자랑은 주로 어린아이들이 잘하는 놀이이다. ‘이만큼? 이만큼?’하며 크기를 과장하던 엄마 개구리 배가 ‘빵’ 하고 터져버리듯, 과장된 할망의 크기 자랑은 밑도 끝도 없는 물장오리 속으로 사라져버린다. 이 이미지에는 아이가 자기 눈에는 거대해 보이는 어른만큼 크고자 하는 욕구, 작은 존재가 실제보다 훨씬 커 보이고자 하는 과장된 가장이 들어 있다.(171쪽)

할망은 가없이 뚫어져 있는 심연의 바다 속으로 들어간다. 할망의 몸은 무의식의 물에 산산이 분해되어 사라질 것이다 이것으로 할망의 삶은 끝나는 것일까? 고대 여신 전통의 유적들은 한결같이 죽음이 위대한 생명 주기의 한 부분임을 강조한다. 죽음이 있으므로 탄생과 균형을 이룰 수 있고 비로소 생명의 질서가 확립되는 것이다. 그리고 또 지구상의 생명은 탄생과 성장과 죽음을 되풀이하지만 죽음이 끝이 아니라 반드시 새로운 탄생으로 이어지기에 지구상의 생명은 절멸하지 않고 영원히 번성하게 될 것이다.(194~195쪽)

잠자는 할망

창조주가 잠을 잔다. 한라산이 무릎 밑에 오는 거구라 몸 전체가 제주 땅을 뒤덮는 것은 마땅해 보인다. 그런데 잠을 자는 창조주의 이미지는 통 낯설기만 하다. 똥 싸고 오줌 누고 밥하고 길쌈하고 인간과 내기를 하던 할망이 고단해져서 잠시 쉬는 것일까? 그렇다면 충분히 쉬고 나서 다시 창조작업을 계속할까, 아니면 에너지가 다하면 활동을 멈추고 일생을 마감하는 화산처럼 조물주의 역할을 마치고 죽음과 닮은 깊은 잠에 빠져든다는 뜻일까?(199쪽)

잠을 자는 할망의 이미지 자체가 얼마나 특이하고 귀한가? 신학적 정의로 창조는 태초에 신들이 하던 행위이고 이 행위로 인해서 세상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렇다면 조물주 할망이 한처음에 행한 잠 역시 창조행위이다. 자연히 신을 닮은 인간이 밤마다 잠을 자는 행위는 이 자체로 신성하다. 잠자는 신의 이미지에 이토록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이유는 할망의 잠이 창조행위를 멈추고 쉬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잠을 자는 것 자체가 창조행위라는 사실 때문이다.(202쪽)

목차

추천사_ 위대한 여신, 설문대할망 - 제러미 테일러
서문_ 여신, 희망, 그리고 새로운 신화를 꿈꾸며

우주의 질서를 짜는 할망
미완의 속옷과 완성되지 않은 다리
똥구멍으로 출산한 황금빛 오름
바다를 만든 오줌 홍수
다리가 셋 달린 솥덕
자궁으로 낚은 고기
할망의 죽음
잠자는 할망

참고문헌

저자소개

저자 고혜경은 신화학자, 그룹 투사 꿈 작업가
미국 퍼시피카대학원(Pacifica Graduate Institute, Santa Barbara)에서 신화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창조영성대학원(Institute of Culture and Creation Spirituality, Oakland)에서 영성 석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샌프란시스코 국제문화대학 객원교수를 역임했고, 국내에서는 가톨릭대학교, 서강대학교, 한국외국어대학교 등에서 신화와 꿈을 강의하며 다양한 그룹 투사 꿈작업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
저서 『선녀는 왜 나무꾼을 떠났을까』로 우리 옛이야기 안에서 여성성을 발굴하는 시도를 하였고, 신화적 시각을 연마하는 책 『He』, 『She』, 『We』, 『당신의 그림자가 울고 있다』, 『꿈으로 들어가 다시 살아나라』를 번역 소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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