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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토의 달

적토의 달

  • 전은정
  • |
  • 뮤즈
  • |
  • 2016-03-08 출간
  • |
  • 560페이지
  • |
  • ISBN 9791104906374
★★★★★ 평점(10/10) | 리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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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적(赤)대공
★ 몽(夢)
2. 적영(赤影)
3. 백화 부인
4. 술래잡기
5. 봄
6. 탄로
7. 동행
8. 천천히, 조금씩
★ 몽(夢) - 사라진 미래
9. 암투
10. 전장
11. 함정
12. 축복
그리고 그 후
작가의 말

도서소개

전은정 장편소설 『적토의 달』. 붉은 대공, 야만인들의 침공과 척박한 땅으로부터 백성과 혈통을 지켜야 하는 비운의 지배자. 핏줄에 얽힌 저주를 풀어내는 데에는 한 여인이 필요하다. 그녀, 오랜 저주의 비밀과 해법을 안고 있으며 영물의 사랑을 받는 여인이 대공의 앞에 등장한다. 모진 첫 만남에 악연으로 스칠 것 같았던 두 사람. 하지만 이내 대공은 여인이 자신이 찾던 존재임을 눈치채고 그녀를 원하지만 여인은 낯선 세상에서 눈 뜬 채 적응하는 것만으로 힘겨워한다. 그러던 중 무서워하기만 하던 대공이 시나브로 그녀의 마음에 들어온다.
도서출판 청어람의 새 로맨스 판타지 임프린트 뮤즈의 시작
일상에 지친 여러분을 환상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승천하지 못한 용의 피가 적셨다고 알려진 붉은 땅, 적토에서 펼쳐지는 암투와 모략, 전쟁과 사랑의 서사시.

붉은 대공, 야만인들의 침공과 척박한 땅으로부터 백성과 혈통을 지켜야 하는 비운의 지배자. 핏줄에 얽힌 저주를 풀어내는 데에는 한 여인이 필요하다. 그녀, 오랜 저주의 비밀과 해법을 안고 있으며 영물의 사랑을 받는 여인이 대공의 앞에 등장한다. 모진 첫 만남에 악연으로 스칠 것 같았던 두 사람. 하지만 이내 대공은 여인이 자신이 찾던 존재임을 눈치채고 그녀를 원하지만 여인은 낯선 세상에서 눈 뜬 채 적응하는 것만으로 힘겨워한다. 그러던 중 무서워하기만 하던 대공이 시나브로 그녀의 마음에 들어온다.

그녀, 이린.
기억은 이 몸의 것, 인격의 주체는 전생의 것.
‘난 누구, 여긴 어디?’를 따지기도 전에 닥친 목숨의 위협!
붉은 사신에게 목숨을 구함 받았으나 그 대가로 밤을 내주어야 했다.
모질고 외로운 성 안 생활 중 그녀를 찾아온 작은 강아지.
‘네 이름은 이랑, 이린이 사랑하는 이랑이야!’

그, 의신.
적대공, 저주를 품은 혈통의 계승자.
광기에 젖어 살육을 부르는 피로써 적토를 수호하다.
그런데 어느 날 그녀를 만났다. 모진 대가를 치르고 ‘빌어먹을!’ 원망을 날리던 여자를!
자꾸만 그녀에게 눈이 간다.
그런데 그녀가 아끼는 강아지, 저놈, 이름이 뭐라고?

책 속으로(발췌)

며칠 전, 그녀는 이 집에서 깨어났다. 잠에서 깬 것처럼 일어난 그 순간 그녀가 처음 깨달은 것은 이전의 삶과 단절되었다는 느낌이었다. 한데 그녀는 깨어나기 무섭게 남편이라는 작자에게서 이혼장을 받았다. 현승(縣丞; 지방 관직, 군수)의 누이라는 과부와 혼인하기 위해서였다. 얼결에 고개를 끄덕이고 쓰러졌던 그녀는 꼬박 한나절이나 정신을 잃고 말았다. 그런데 그것은 ‘이 몸’이 살아왔던 삶의 기억을 받아들이는 시간이었다.
다시 깨어난 그녀는 기억과 인격이 혼재된 불균형 상태가 되고 말았다. 기억은 이 몸의 것, 인격의 주체는 전생, 혹은 후생이라 여기는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생이라고 생각하는 자신의 삶에 대한 기억은 떠올릴 수 없었다. 가끔 이곳에서 쓰지 않는 생소한 말이나 단어 같은 것이 떠오르곤 했지만 입 밖에 내기 전에 꽉 막히고는 금세 지워지고 말았다.
그런데 이 몸의 기억 또한 완전히 자신의 것은 아니었다. 이 몸의 삶은 꽤 생생하게 기억했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느낌은 전생의 자신을 보는 듯 아련하기만 했다. 해서 전생인지 후생인지 모를 자신이 한 몸에 섞인 것 같아서 불균형 상태라는 것이다.
이 집은 본래 이 몸의 부모님이 남겨주신 집이었다. 해서 이혼하자마자 하 가가 집을 나가야 했다. 그러나 고이 나간 건 아니었다. 집안에 있던 세간을 모두 빼고 하인과 하녀들까지 모두 쫓아낸 것이다.
그럼에도 집과 땅이 남아 있다는 것에 그녀는 미래를 꿈꿨다. 그러나 새로운 삶에 희망을 다짐하던 그 순간, 화마가 그녀를 덮치고 말았다.
― 살아라!
어쩐지 이상한 염원이라 했다. 이렇게 앞날이 힘들 것을 알고 미리 경고하는 말이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그 염원을 생각하면 이상하게도 힘이 났다.
탁, 손에 닿는 느낌이 달라졌다. 드디어 출구에 다다른 것이다.
“어서, 어서!”
스스로 재촉인지 응원인지 모를 소리를 낸 그녀는 문을 여는 고리를 찾기 위해 벽을 더듬기 시작했다.
달칵! 그르륵.
벽의 이음새에 교묘히 숨겨졌던 손잡이를 밀자 거센 저항과 함께 문이 열렸다. 맑은 공기가 타버릴 듯 막혔던 폐부를 깨끗하게 훑어주었다.
살았다! 목숨을 위협하던 거센 화마에서 기어이 도망쳐 나왔다.
그러나 그녀가 미처 안도의 숨을 크게 들이쉬기도 전에 들려서는 안 되는 자의 음성이 들려왔다.
“쥐새끼처럼 여기로 기어나올 줄 알았지!”
“허억!”
천천히 돌아선 그녀는 놈을 볼 수 있었다. 방금까지 욕하던 그녀의 전남편, 하 가(家), 하태교였다.
“내가 이 쥐구멍을 모를 줄 알았나 보지? 나도 이 집에서 산 것이 2년이야. 네년이 아는 걸 내가 모를 줄 알았나?”
하 가의 눈동자가 살기로 이글거리고 있었다.
그렇다. 화마(火魔)의 장본인이 바로 하 가였다. 언뜻 문 앞에서 지키고 있는 걸 보고 도망친 길이었는데 어느새 앞질러 먼저 와 있었던 것이다.
“당, 당신! 기어이……!”
“그러게 고이 죽었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 아닌가!”
하태교가 정말 바라는 건 이혼이 아니라 그녀가 자결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녀가 이혼을 받아들였기에 문제가 생기고 말았다. 살던 집과 부모가 남겨준 땅을 그녀에게 돌려줘야 했기 때문이다.
저택의 불길이 그의 살기 어린 웃음을 훤히 드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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