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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틈(호가스 셰익스피어 시리즈)(양장본 HardCover) [영미소설일반]

시간의 틈(호가스 셰익스피어 시리즈)(양장본 HardCover) [영미소설일반]

  • 지넷 윈터슨
  • |
  • 현대문학
  • |
  • 2016-06-20 출간
  • |
  • 412페이지
  • |
  • 137 X 207 mm /528g
  • |
  • ISBN 9788972757696
★★★★★ 평점(10/10) | 리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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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그리고 강이 있다. 예전에 미래가 그랬던 것처럼 드넓은 강. 그리고 음악이 있다, 항상 어딘가에서 여자가 노래를 부르고 노인이 밴조를 연주한다. 어쩌면 금전등록기 옆에서 어떤 여자가 흔드는 마라카스 한 쌍. 어쩌면 어머니를 떠올리게 하는 바이올린. 어쩌면 잊고 싶게 만드는 곡. 어쨌든 기억이란 과거와의 고통스러운 말다툼이 아닌가?
나는 7년마다 우리의 몸이 스스로 새로 만든다는 이야기를 읽었다. 모든 세포를. 뼈조차도 산호처럼 스스로 재건한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어야 하는 것을 기억하는가? 그 모든 흉터와 모욕이 무슨 소용인가? 좋은 시절이 가 버렸다면 그것을 기억해 봐야 무슨 소용인가? 사랑해. 보고 싶어. 당신은 죽었어.
“Shep! Shep?” 목사님이다. 네, 감사합니다, 전 괜찮아요. 네, 어젯밤은 정말 대단했죠. 인간의 수백만 가지 죄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 목사님은 그렇다고 믿을까? 아니, 믿지 않는다. 목사님은 지구온난화를 믿는다. 하나님은 우리를 벌할 필요가 없다. 우리 스스로 벌할 수 있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용서가 필요하다. 인간은 용서가 무엇인지 모른다. 용서는 호랑이와 같은 단어다. 자료 영상도 있고 입증 가능한 형태로 존재하지만 야생에서 가까이 보거나 그 모습 그대로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_ 32~33쪽, 「물의 별」

내가 기억에 대해서 했던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는가? 내 아내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사람은 없다. 아내의 여권은 말소되었다. 아내의 계좌는 폐쇄되었다. 아내의 옷은 다른 누군가가 입고 있다. 하지만 내 마음은 아내로 가득하다. 아내가 살아 있었던 적이 한 번도 없는데 내 마음이 아내로 가득하다면 사람들은 망상이라며 나를 가둘 것이다. 지금의 나는 애도하는 사람이다.
나는 슬픔이 여기에 없는 사람과 함께 산다는 뜻임을 깨닫는다.
당신 어디 있어?
오토바이 엔진의 굉음. 라디오를 켜고 차창을 내린 자동차들.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아이들. 짖는 개. 짐을 내리는 배달 트럭. 보도에서 말다툼을 하는 두 여자. 휴대전화로 통화 중인 모든 사람들. 상자 옆에서 소리치는 남자. 전부 없애야 합니다.
나는 그것도 좋다. 다 가져가라. 자동차, 사람, 팔 상품들. 내 발밑의 흙으로, 머리 위의 하늘로 전부 되돌려라. 소리를 꺼라. 그림을 지워라. 이제 우리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다. 하루가 끝나고 나를 향해 걸어오는 당신이 보일까? 당신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 둘 다 그랬던 것처럼, 일을 끝내고 죽을 만큼 지쳐서 집으로 돌아오는 당신이? 고개를 들면 처음에는 멀리서, 그다음에는 가까이에서 서로가 보일까? 인간의 형태를 되찾은 당신의 에너지. 원자의 모습을 한 당신의 사랑.
_ 35~36쪽, 「물의 별」

“어떤 이론이 있어.” 지노가 말했다. “기독교가 처음 생겼을 때 영지주의파가 기독교에 맞서려고 시작한 이론이야.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을 만든 건 항상 자리를 비우는 신이 아니라 추락자, 루시퍼 같은 인물이라는 거지. 일종의 흑천사야. 우리는 죄를 짓거나 지위를 잃은 게 아니야, 우리 잘못이 아니었지. 우리는 이렇게 태어났어. 우리가 무얼 하든 그건 결국 추락이야. 걷는 것조차 일종의 잘 통제된 추락이지. 하지만 실패와는 달라. 우리가 이걸 안다면―영지靈智, 그러니까 안다는 거야―고통을 견디는 게 더 쉬울 거야.”
“사랑의 고통 말이야?”
“그것 말고 뭐가 있어? 사랑. 사랑의 결핍. 사랑의 상실. 나는 지위와 권력이―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그렇고―별개의 동인이라고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어. 우리가 서 있는 곳, 혹은 추락이 시작되는 곳은 바로 사랑이야.”
“한 사람에게 결코 구속되지 않는 남자치고는 낭만적이네.”
“난 그 생각이 좋아.” 지노가 말했다. “하지만 달에서 산다는 생각도 좋지. 슬프게도 38만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고 물이 없지만.”
_ 107~108쪽, 「이게 아무것도 아니라고?」

목차

원작

개작

하나

물의 별
찻잔 속의 거미
음탕한 행성
이게 아무것도 아니라고?
작대기 가시 쐐기풀 말벌의 꽁지
내 삶은 당신의 꿈에 달려 있으니
바람이 불 때마다 흔들리는 깃털
이상하게도 어떤 곳으로
솔개 까마귀 늑대 곰

막간


부정한 사업
축하의 날
시간의 소식

막간


걸어 다니는 유령들
그녀의 사랑이 없다면 저에게는 그 어떤 것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여기 당신의 도시에서
이것이 마법이라면
음악이여 그녀를 깨워라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저자소개

저자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현대 무대의 소설로 옮기면서 원작의 서사와 의미에 충실하되 살을 덧붙여 조금 더 설득력 있는 이야기를 빚어냈다. 현대의 영국 런던과 프랑스 파리, 그리고 미국 뉴올리언스가 연상되는 가상의 도시 뉴보헤미아를 무대로 이야기를 펼쳐 보이면서도 원작의 플롯에서부터 등장인물들의 이름 각색까지 구석구석 셰익스피어적인 디테일을 세심하게 되살렸다.

도서소개

윌리엄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을 맞아 현대의 베스트셀러 작가들이 그의 작품을 자신만의 문학관으로 재해석하여 다시 쓴 「호가스 셰익스피어 시리즈」. 장르와 성을 비트는 작가로, 등단 이후 30년간 장르를 초월하는 작품 활동을 하며 E. M. 포스터상 등을 수상한 지넷 윈터슨의 『시간의 틈』은 상실, 후회와 용서, 시간의 본질을 이야기하는 셰익스피어의 후기 희곡 《겨울 이야기》를 다시 선보이는 작품이다.

희곡에서는 흔치 않게 16년이라는 시간의 공백이 등장하며, 어둡고 비통한 격정과 목가적인 희극이 공존하는 《겨울 이야기》는 오해와 질투, 분노, 파멸 끝에 긴 공백, 즉 시간의 틈을 사이에 두고 등장인물들이 용서와 화해로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지넷 윈터슨은 질투에 눈멀어 갓 태어난 공주를 추방하고 아름다운 왕비를 죽음으로 몰아간 시칠리아 왕의 이야기를 담은 원전의 울림을 고스란히 전하면서도 시간 자체가 플레이어인 컴퓨터 게임에 빗대어 현대적 서사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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