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은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극복되어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공감은 분명 타인과 나를 이어주지만, 그 확장의 범위는 내 시야와 마음의 한계를 벗어나기 힘들다. 이 소설은 이러한 한계를 문제 삼으며, 우리의 상상력과 공감이 어떻게 ‘나’ 혹은 ‘우리’의 한계를 넘어 “영원”에 닿을 수 있는지 묻고 있다. 그렇다고 우리의 삶과 동떨어진, 공허하고 추상적인 당위를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소설은 내 일과 남의 일, 가까운 것과 먼 것, 현재와 과거의 관성적 구분을 흐리면서 그것들이 결코 구분되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려 한다. 현재의 사건과 과거의 사건이, 가까운 슬픔과 먼 슬픔이, 개인의 번민과 집단적인 애도가, 자국의 참사와 외국의 참사가 친구들의 이야기 속에서 베를 짜듯 엮인다.
-이희우, 「작품해설」 중에서
월간 『현대문학』이 펴내는 〈핀 소설〉, 그 쉰네 번째 책!
〈현대문학 핀 시리즈〉는 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을 선정, 월간 『현대문학』 지면에 선보이고 이것을 다시 단행본 출간으로 이어가는 프로젝트이다. 여기에 선보이는 단행본들은 개별 작품임과 동시에 ‘한 시리즈’로 큐레이션된 것이다. 현대문학은 이 시리즈의 진지함이 ‘핀’이라는 단어의 섬세한 경쾌함과 아이러니하게 결합되기를 바란다.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은 월간 『현대문학』이 분기별 출간하는 것으로, 내로라하는 국내 최고 작가들의 신작을 정해진 날짜에 만나볼 수 있게 기획되어 있다.
현대문학 × 아티스트 윤석남
〈현대문학 핀 시리즈〉는 아티스트의 영혼이 깃든 표지 작업과 함께 하나의 특별한 예술작품으로 재구성된 독창적인 소설선, 즉 예술 선집이 되었다. 각 소설이 그 작품마다의 독특한 향기와 그윽한 예술적 매혹을 갖게 된 것은 바로 소설과 예술, 이 두 세계의 만남이 이루어낸 영혼의 조화로움 때문일 것이다.
윤석남
1939년 만주에서 태어나 성균관대 영문과를 중퇴하고, 프랫 인스티튜트 1년 과정과 아트 스튜던트 리그 오브 뉴욕을 수료했다. 한국 여성주의 미술을 개척했으며, 회화, 설치, 조각에 이르기까지 자신만의 독자적인 예술세계를 이루었다. 서울, 베니스, 뉴욕, 토리노, 시드니, 상하이 등에서 다수의 개인전과 그룹전을 가졌으며, 영국 테이트갤러리, 서울 88올림픽공원,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호주 퀸즈랜드 아트 갤러리, 일본 후쿠오카미술관 등 국내외 주요 미술 기관에서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이중섭미술상〉 〈국무총리상〉 〈김세중 조각상〉 〈이인성 미술상〉 등을 수상했으며, 〈국민훈장모란장〉을 수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