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태주 시인 강력 추천
* 백석부터 칼릴 지브란까지, 인생 명시 77편 수록
* 과잉의 시대, 절제의 언어 ‘시’가 전하는 깊고 짙은 울림
“마음의 여유를 잃은 당신에게,
‘가장 짧은 문학’인 ‘시’를 추천합니다”
무용하지만 절대 무용하지 않은 언어의 아름다움
많은 이가 본인이 가진 것에 만족할 줄 모르고, 갖지 못한 것에 대해서만 곱씹는다. 그리고 더 값진 것, 더 높은 자리를 얻는 데만 급급하고, 동시에 타인과의 비교를 놓지 못하며 혹여 뒤처지거나 부족해 보일까 봐 가진 것을 과시한다. 그렇게 애씀에도 불구하고 삶은 늘 허기지고 목마르며, 더욱더 마음의 성찰을 잃어가고 있다.
그런 세상에서 이 책 『삶에 시가 없다면 너무 외롭지 않을까요』의 저자는 ‘시’가 가진 힘을 믿는다. “삶이 외롭고 허무하게 느껴질 때마다 우리는 적극적으로 시 속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힘들 때 마주하는 시 한 편은 누군가의 ‘괜찮다’라는 말보다 더 깊고 진한 위로를, 한 줄 한 줄 읽을 때마다 바쁜 일상에 매몰돼 있던 생각과 감정의 확장을, 모든 것이 넘쳐나는 과잉의 시대에서 가장 짧은 문학이라는 성격 그 자체로 보여주는 덜어냄의 미학을 선사한다. 이 모든 것은 오직 시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그리고 책 속에는 잘랄루딘 루미,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나태주, 김수영 등의 작품과 저자의 글이 더해져 있는데, 특히 저자의 글은 함축과 은유로 직조된 시를 이해하고, 시와 더 가까워지는 법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도 빛을 찾아내는 유일한 언어, 시”
작은 씨앗 속에서도 우주를 보는 시인의 눈으로 살아간다는 것
“만일 시인이 사전을 만들었다면 / 세상의 말들이 달라졌으리라 / (…) / 제비꽃은 ‘자주색이 의미하는 모든 것’으로 / 하루는 ‘영원의 동의어’로”, 류시화 시인의 시 중에는 「만일 시인이 사전을 만들었다면」이라는 작품이 있다. 이 시는 제목만 읽어도 익숙한 언어를 낯설게 만들고, 작은 씨앗에서도 우주를 건져내는 시인의 시선을 떠올리게 한다.
책에 수록된 빈센트 밀레이의 시 「봄」은 새로운 시작을 상징하는, 새싹이 돋는 봄이 아닌 ‘구더기가 죽은 이의 머리통을 갉아먹는 광경’의 봄을 직시하라고 명령한다. 생명이 돋아나는 그 계절에도 죽음을 되새길 것을 요청하며 봄을 재정의하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장석주 시인의 「밥」 중에는 “한 그릇의 더운 밥을 얻기 위하여 / 나는 몇 번이나 죄를 짓고 / 몇 번이나 자신을 속였는가.”라는 구절이 있다. 먹고사는 일의 고달픔, 즉 살아남기 위해 택한 부조리한 타협과 현실에의 안주 그사이를 ‘밥 한 그릇’에 비유해 표현한 것이 아주 절묘하다. 또 사랑의 쓸쓸함과 아름다움도 빼놓을 수 없는데, 「치자꽃 설화」는 “나는 멀어지는 여자의 어깨를 보며 / 사랑하는 일이야말로 / 가장 어려운 일인 줄 알 것 같았습니다”라는 구절을 통해 감정의 과잉이 아닌 감정의 절제 사이에서 더 큰 슬픔이 번져나갈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더불어 시는 꼭 시적 의미나 깨달음만 던져주지는 않는다. 윤동주의 시 중에서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다는 「소년」의 “하늘을 들여다보면 눈썹에 파란 물감이 든다”라는 시구를 되뇌면 단순한 읽기를 넘어 색채가 주는 아름다움의 극치를 느끼게 되고, 백석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의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라는 구절을 곱씹다 보면 우리말이 낼 수 있는 소리와 표현의 신비로움까지 알게 된다. 그렇게 내 마음에 와닿는 시구를 읊다 보면 자연스럽게 번잡함은 고요함으로, 불안감은 평온함으로, 그리고 일상 속 멈춰 있던 감각이 새롭게 물들 것이다.